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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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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호 칼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강화, 서두르자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12.31 08:34
김상호 전 하남시장

▲김상호 전 하남시장

지난주 찜질방에서 두 여성이 나누는 사회현안에 대한 대화를 우연히 들었습니다. 70대 여성께서는 대통령 탄핵이 부당하다며, 비상계엄 선포 이유인 '선관위 부정선거'가 곧 밝혀질 것이라고 주장하셨습니다. 이를 듣던 50대 여성은 “대통령이 유튜브 알고리즘에 의해 자신의 주장과 비슷한 뉴스만 접하면서 '에코 체임버(echo chamber)' 현상에 빠져있다고 해요. 부정선거 주장은 한국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음모론이에요"라고 조용히 반박했습니다.


이 대화에서 처음으로 '에코 체임버'라는 개념을 접했습니다. 뇌과학자 장동선씨는 이를 “내가 만든 에코가 다시 내게 돌아오고, 또다시 증폭돼 내게 보여지는 현상"으로 설명합니다. 이는 특정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에만 집착해 좁은 정보의 울타리 안에 갇히는 상태를 말합니다.


대통령의 에코 체임버 현상에 대해 이종찬 광복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여우와 곰의 비유로 탄식한 바 있습니다. 그는 “여우가 살살 꼬시니까 곰이 철창만 있는 울타리 속으로 들어갔다. 곰인 석열이가 싹 들어가니 문이 닫히는 이미지가 떠올랐다"고 비유하며, 대통령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진 상태를 지적했습니다.


이종찬 회장이 언급한 여우는 부정선거 음모론을 퍼뜨리며 대통령을 유혹한 유튜버와 정치세력을 상징합니다. 이들은 반복적으로 자신과 비슷한 정보와 주장만을 접하며 '확증편향'에 빠져 있습니다. 통계청장 출신 유경준 전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 출범 초기 윤석열 대통령이 유튜브에서 본 부정선거 내용을 하나하나 언급하며 이를 믿고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이를 반박하자 대통령이 매우 화를 냈다는 방송 보도는 에코 체임버가 권력자와 친위세력을 어떻게 왜곡시키는지를 보여줍니다.


2024년이 대한민국 역사에서 반동과 회복의 해로 기록될 수 있도록, 권력 시스템과 시민역량을 함께 성찰해야 합니다. 권력자의 비정상을 바로잡기 위한 국가 시스템 정비와 시민교육을 통해, 에코 체임버의 울타리를 넘어서는 민주적 사회문화를 구축해야 합니다.




탄핵 심판이 인용된 이후에는 헌법 개정, 선거제도 개편, 검찰 개혁 등 국가권력 시스템을 혁신해야 합니다. 브라이언 클라스는 저서 <권력은 왜 부패하는가?>에서 “권력 시스템이 사람의 행동을 바꾸며, 시스템이 도덕적이고 투명할 때 정직한 사람들이 권력에 이끌린다"고 강조합니다. 이를 통해 정치적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제도적 토대를 더욱 굳건히 해야 합니다.


디지털 뉴스 리포트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중 53%가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접합니다. 이는 외국에 비해 2~3배 높은 비율로, 유튜브 AI 알고리즘이 개인 관심사에 맞춰 정보를 추천하기 때문에 에코 체임버에 빠지기 쉬운 환경입니다. 그러나 우리사회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입니다.


핀란드는 2013년부터 미디어 리터러시를 국가 교육정책으로 채택했습니다. 생애 전 주기에 걸쳐 미디어 정보를 읽고 이해하며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능력을 교육함으로써, 핀란드는 유럽 41개국 중 가장 높은 사회적 신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벤치마킹해 우리사회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해야 합니다.


AI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은 정보와 뉴스를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능력을 길러야 하며, 혐오를 기반으로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유튜버와 같은 세력에 대한 규제도 필요합니다. 또한, 정치적 권력이 에코 체임버에 갇히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국가권력 시스템과 사회문화 시스템을 함께 개선해야 합니다.


지난 12월12일, 510명의 정신과 의사가 시국선언문을 통해 계엄 선포로 인한 국민적 심리 고통과 군부독재의 트라우마 재경험을 경고했습니다. 확증편향과 에코 체임버가 만연한 사회에서는 언제든 잘못된 정치행위자가 등장할 수 있습니다. 2025년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회복과 국민행복을 위한 시스템과 문화를 재정비하는 해가 돼야 할 것입니다.


김상호 전 하남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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