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양광 새 수익사업 각광
- 지방 유휴지 가격 '급상승'
- 발전비용 부담 증가 우려
# 전남 신안군에 사는 A(74·남)씨는 얼마전 부동산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2∼3만원 하던 근처 노는 땅 가격이 10만원을 훌쩍 넘었기 때문이다. A씨는 최근 문재인 정부가 태양광 설치를 장려하고 이를 확산시키는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발표하자 근처 유휴지를 확보해 태양광 설치 사업을 하려고 했다가 이를 접었다.
# 서울 강서구에 사는 B(55·남)씨는 서울 생활을 접고 고향 해남으로 귀농할 계획이다. 1억원 정도 투자해 시골에 계시는 부모님의 집을 개량하고, 1억원 정도는 1만㎡(약 3천평) 가량 공터를 매입해 태양광 사업을 해 볼 계획이었다. 하지만 1만㎡ 정도 부지를 매입하려면 3억원은 있어야 한다는 부동산 업자의 말을 듣고 고민에 빠졌다.
▲제주 서귀포 남원읍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부지에 대한 투기 수요가 발생, 골칫거리로 부상할 조짐이다. |
신재생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는 태양광발전소 건립 사업이 새로운 수익사업으로 떠오르며 전국 시골의 땅값이 들썩이고 있다. 전남 신안의 경우 3만원 정도이던 유휴지가 최근 10만원이 넘어선 곳이 발생했고, 전남 해남 역시 유휴지 가격이 3배 가까이 뛰어 올랐다. 전국 대부분의 시골 유휴지 땅값이 오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정책의 풍선효과가 시골 땅값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전남 신안의 한 부동산 업자는 "최근 태양광 사업을 하려고 나대지 땅값을 문의하는 전화가 하루에도 수 십 통씩 온다"며 "농사도 짓기 어려운 유휴지 땅값이 최근 3배 정도 뛰었다. 땅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땅을 팔려는 사람도 없고, 팔려고 땅을 내놓은 사람도 대부분 회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남 해남의 부동산 업자는 "3만원에 땅을 사려면 산 밖에 없는데, 산은 태양광발전을 설치하기 어려워 설치비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라며 "평지는 10만원 이상은 줘야 하고 아마 더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 전국 평균 땅값은 1.84%의 상승률을 보였다. 나주지역이 새 정부 에너지 정책에 따른 활성화 기대로 2.62% 올랐고, 담양군도 첨단문화복합단지 등 개발사업 및 전원주택 수요 유입으로 2.57% 뛰었다. 또 여수시(2.32%), 구례군(2.31%), 장성군(2.30%), 고흥군(2.09%) 등이 전국 평균 상승률을 웃돌았다.
부동산 관계자는 "국토부 자료는 그냥 수치에 불과하다"며 "전국 시골 유휴지 대부분이 거래는 잘 이뤄지지 않지만 2∼3배 가량 오른 실정"이라고 했다.
탈원전을 해도 태양광·풍력 등의 신재생에너지나 LNG 발전으로 부족한 전력을 대체할 수 있다는 게 문재인 정부 생각이다. 이 과정에서 전기요금도 오르지 않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하지만 OECD 보고서를 보면 2020년 우리나라 LNG 발전 단가는 MWh당 115달러로 미국 2배에 달한다. 원전과 비교하면 4배다. 국내 LNG 발전 시설 건설이나 운전·유지 보수비가 주요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인데도 발전 단가가 미국보다 비싼 이유는 원료비 때문이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도 한국은 경제·지리적 특성 때문에 미국(53.5달러)보다 2배 가량 비싼 101.9달러의 비용이 든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원전 대신 태양광이나 LNG로 발전을 대체할 수 있다고 하지만 한국의 풍력·태양광 발전 비용은 원전보다 4배 가량 비싸다"며 "시골 유휴지 땅값이 상승한다면 태양광이나 풍력발전 비용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특히 그는 "유휴지 땅값이 오르는 것도 사실이지만, 시골에 땅을 가진 노인분들을 대상으로 태양광을 설치하면 몇 년 후 땅값이 오를 뿐 아니라 지목 변경도 가능하다고 홍보하는 것이 더 문제"라며 "많은 시골분들이 너도나도 요즘 태양광을 설치하려고 하는데 환경을 훼손할 뿐 아니라 농지가 줄어들어 나중에 심각한 사회 문제가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에너지경제신문 김민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