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가스허브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를 주제로 한 국회 토론회가 4일 국회에서 열렸다. 패널 및 관계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에너지경제신문 김연숙 기자] "동북아 가스허브는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가야 하는 운명의 길이다."
더불어민주당 심기준 의원실과 국회의원 연구모임 ‘동북아 공존과 경제협력’(대표 김부겸, 김태년), 재단법인 여시재(원장 이광재)는 4일 ‘동북아 가스허브,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를 주제로 공동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참가자들은 일제히 한반도에 동북아 가스허브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 셰일가스를 바탕으로 천연가스 소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고. 가장 많은 가스 교역량을 보이는 한·중·일 3국을 중심으로 가스허브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LNG 최대 소비 지역인 동북아 가스허브를 통해 아시아 프리미엄을 없애고, 에너지 공동 안보체계 구축 조건이 성숙될 것으로 봤다. 특히 가스허브가 구축되면 우리나라는 북방과 남방을 아우르는 중개자가 되는 한편 EPC, 금융 등 한국 산업의 신동력을 발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평가했다. 한반도에 내수와 수출이 모든 가능한 거대허브를 구축하면 가스공사와 민간기업, 복수의 지자체가 모두 참여할 수 있는 산업구조가 가능해질 것으로도 기대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미국에는 총 39개의 가스허브가 운영 중이며 파이프라인을 통해 캐나다, 멕시코와 연결해 LNG를 수출한다. 세계 최대 가스허브인 루이지에나의 헨리허브는 사빈패스 파이프라인을 소유하고 16개 파이프라인을 연결하고 있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영국 NBP 허브는 유럽에서 가장 크고 대표적인 허브로서 북해 천연가스 생산, 노르웨이 PNG 수입 및 수출 등을 담당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 싱가폴, 중국이 천연가스 허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종헌 S&P 글로벌 플랫츠(Global Platts) 수석특파원은 "우리나라는 최대 가스 수요국인 중국, 일본, 대만의 중간에 위치해 지리적 강점이 있다"며 "러시아와 미국의 접근이 쉽고 잠재적 시장인 북한 및 주변국들과 연계가 수월한데다 대규모 LNG 저장설비 및 터미널을 갖추고 있어 물리적으로 가스 인도지점으로서의 역할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특파원은 "최대시장인 중국과 잠재적 거대시장인 동남아가 참여하지 않으면 동북아 가스허브의 의미는 감소하고 중국을 배제한 일본, 호주, 미국 중심의 아시아 남쪽 가스허브는 실효성에도 의문이 든다"면서, "한국에 가스허브가 설립돼 중국도 참여하는 것이 이익을 실현시키는 현실적인 선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스허브 구축을 통한 새로운 방식의 천연가스 수급 전략 필요성도 제시됐다.
박희준 에너지 이노베이션 파트너스(Energy Innovation Partners) 대표는 "최근 5년간 동북아 천연가스 스왑거래는 총 71회 진행됐고, 동절기 스팟물량을 하절기 구매 시의 편익과 저장시설 증설비용을 분석한 결과 국내에는 제5기지 외에 추가로 LNG 저장탱크 10기 증설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가스허브 구축을 통해 러시아, 미국 등 LNG 수출국가의 아시아 지역 물류거점으로 활용하는 한편, 간접적으로 한반도의 에너지 안보 강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LNG 인프라 제3자 접속제도 마련과 전문인력 인력양성, LNG 허브 추진위원회와 같은 중앙정부 주도의 담당기관 설립 필요성도 강조했다.
국내 LNG 소비규모를 4000만톤 수준에 국한되지 말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이제 가스는 공급이 아닌 소비가 주도하는 시대"라며 "가스허브를 통해 LNG 산업 규모를 8000만톤 수준으로 크게 생각하고, 국내 소비 외에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로 수출하고, LNG벙커링과 같은 다양한 수요창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더 이상 정부나 공기업 주도가 아닌, 민간기업들이 시장에 들어올 수 있는 장을 만들어 가스허브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웅 델핀 LNG코리아 전 대표는 "한국의 동북아 가스허브 구축을 위해 세제개편 마련이 필요하다"며 "사업 참여자가 최소한 한국에 가스허브를 구축했을 때 손해 보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본적으로 세금제도에 대한 정비 등을 통해 사업 참여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
국내에 동북아 에너지 허브 구축 필요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주장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한국가스공사 입장은 이와 결을 달리 했다.
김기수 가스공사 도입영업본부장은 "가스허브를 물리적으로 연결하는 파이프라인을 건설해야 하는데 한·중·일을 연결하려면 해상라인을 건설해야 하기 때문에 육상보다 많은 비용증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천에서 산둥반도까지 파이프라인 건설 시 과거 2조 원 규모였던 투자비는 현재 6조 원 이상 투자가 필요한 사업이 됐다"며 "수익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만약 파이프라인 없이 허브가 구축된다면 ‘LNG 허브’로서의 반쪽짜리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에너지를 주고받은 경험 없이 단순히 인프라 먼저 구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소규모 LNG 수출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출대상은 하절기 냉방수요가 큰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를 대상으로 주목했다.
급변하는 글로벌 LNG 산업 환경 속에서 손실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김 본부장은 "2018년 1월 중국 전체 LNG 소비가 폭등하고 기록적인 가격을 기록했지만 현재는 가격이 폭락했다"며 "이렇게 출렁거리는 시장 환경 속에 플레이어로 들어가기는 굉장히 위험하고, 손실 리스크를 국민에게 전가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동북아 LNG허브 구축에 있어서) 관세 등 불필요한 규제가 있으면 풀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역할을 키워 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허브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허브의 역할을 하기 위한 LNG 트레이딩 시 관세를 줄여 수익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히고 "LNG가 한국에 들어오면 관세문제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를 어떻게 해결하고 적절히 줄이며 재판매하느냐의 문제가 있다"면서 "LNG 재판매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도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 양기욱 가스산업과장도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양기욱 과장은 "가스의 시대를 실감한다"고 운을 뗀 뒤 LNG 허브시장 구축의 어려움에 대해 설명했다.
첫째는 시장의 제약이다. 그는 "공급자 없이 수요자만 존재하는 시장, PNG 없이 LNG만 존재하는 시장은 유동성이 확보가 안 된다"며 "이 경우 LNG 거래비용이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더구나 그 수요자 모두 동고하저형 같은 가스소비 패턴을 갖고 있기 때문에 (LNG 허브 활성화를 위한) 거래에 대한 확신이 없다"고 밝혔다.
두 번째는 시장으로의 가능성 문제다.
양 과장은 제도적 측면에서 자유로운 가격기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것으로 봤다.
세 번째는 지정학적인 문제다. 그는 "우리는 PNG 측면에서 지정학적 문제를 갖고 있고, 여러 가지 제약들이 많았던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가스의 시대가 됐고, 시장의 유동성은 조금 더 높아졌다는 데 견해를 같이 했다.
양 과장은 "동북아 가스허브가 좋긴 하지만 서로 다른 동북아에 대한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차선을 선택을 할 것인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시장의 여건이 나아지고 있기 때문에 정부는 장기적으로 가스허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보고 제도나 시스템을 통해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도 이해관계자와 같은 방향성을 놓고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생산적으로 동북아 가스허브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토론회 참가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