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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금융CEO 포럼] 이희옥 교수 "코로나 대혼란기…중국의 변화, 한국에 메시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04.29 21:24

중국, 코로나19 후 시진핑 주석 리더십 강화
새로운 인프라 건설로 경제 모멘텀 찾아
"한국에 '국가란 무엇인가' 질문 던져…미래 담론 강화해야"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2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0 금융CEO 포럼’에 강연자로 나와 '코로나19 사태와 중국 정치사회의 변화’란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사진=에너지경제신문)


[에너지경제신문=송두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국의 국가주석 시진핑에 대한 결집은 더 강해졌습니다. 중국은 바이러스로 인한 초기 혼란을 수습하고 빨리 변화에 성공했죠."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9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에너지경제신문과 여시재 공동 주최로 열린 ‘2020 금융CEO 포럼’에 강연자로 나와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날 ‘코로나19 사태와 중국 정치사회의 변화’란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희옥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중국을 중심으로 한 현재의 글로벌 상황을 대혼란기라고 정의했다. 기존의 낡은 것들은 죽고 있는데, 새로운 것은 태동하지 않는 대혼란기가 지금의 전환의 성격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런 위기를 촉발하고 인류의 미래를 결정하게 된 요소가 인간이나 국가가 아니라, 역설적이게도 바이러스"라며 "앞으로 경제 위기가 어떻게 진행될 지 예측할 수 없다. 이같은 불확실성들에 어떻게 대비하느냐에 따라 우리 미래도 새롭게 재구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中, 코로나19 후 빠르게 변화…시진핑 리더십 결집 강화"

이희옥 교수는 코로나19의 근원지로 여겨지는 중국의 변화에 주목했다. 그는 초기 중국이 코로나19를 제대로 방역하지 못한 이유로,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발생한 후 지난 17년 동안 중국의 의료 거버넌스가 제도화하지 못했고, 중국 대명절인 춘절을 앞뒀으며,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에 따라 중국경제 성장 모멘텀이 굉장히 떨어진 상태였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이 코로나19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방역 중심이 아니라 경제와 정치적 형태로 접근해 문제가 생겼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전파력이 굉장히 빠른 데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확산 등으로 민심이 동요하자 중국은 빠르게 체제를 바꾸기 시작했다. 중국은 당이 국가를 만든 ‘당 국가 체제’로, 당이 움직여야만 문제 수습에 나서는 굉장히 수직적인 구조다. 중국은 초기 대응에는 실패했지만 이후 당 차원에서 코로나19에 대처하기 위해 중앙 코로나19 대응공작영도소조를 만들고 핵심적인 6명 정도만 리더십을 발휘하게 해 의사결정을 최소화하는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위기상황에 투입할 수 있는 중국 군대를 투입해 코로나19 대응에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

위기 때 공동체에 대한 충성도가 강해지는 중국의 전통적인 문화도 변화를 이끌었다. 특히 중국 정부가 각종 정책을 쏟아내자 시진핑 주석 리더십에 대한 결집 효과가 중국에서 더욱 강해졌다. 이 교수는 "중국을 비롯해 대만, 싱가포르, 홍콩, 한국 등이 코로나19 방역에 비교적 성공했는데, 이는 개인주의가 강한 서구 사회와 달리 위기가 발생했을 때 공동체에 대한 강한 로열티가 있기 때문"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해 중국에서는 시진핑 리더십에 대한 대전환 보다는 시진핑 결집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코로나19 수습과정에서 적극성과 효율성을 보여준 점도 특징이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발원지로 여겨진 중국 후베이성의 우한을 봉쇄했고,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자 팡창의원 건설을 시작해 16개 의원, 총 1만3000여개의 병상을 추가로 마련했다. 여기에 ‘결집 후베이’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고, 각 성별로 한 도시를 책임지는 비상연락체계를 갖춰 지원 체계에 대한 효율성을 높였다. SNS 등을 통해 코로나19의 진상을 폭로한 이른바 ‘휘슬블로어(내부고발자)’들에게는 열사란 칭호를 붙였다. 이 교수는 "중국 국민들이 휘슬블로어들을 굉장히 추모하는데 정부가 이들을 영웅으로 만드는 상징 조작을 통해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불만들을 없애며 수습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2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0 금융CEO 포럼’에 강연자로 나와 '코로나19 사태와 중국 정치사회의 변화’란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사진=에너지경제신문)



◇ 경제 부문에서도 변화…기존 인프라 버리고 새 인프라 건설 집중


경제 부문에서도 빠른 변화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에서 벗어나 성장 모멘텀을 찾기 위해 기존의 모든 인프라 건설을 버리고 새로운 인프라 건설로 모든 에너지를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기초건설로 불리는 ‘7대 신형인프라건설사업’을 국가 역량사업으로 론칭한 것이다. 이 사업은 크게 혁신과 공급 부문 두 줄기로 나눠지는데, 혁신 부문에는 5G인프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센터, 산업 인터넷 인프라가, 공급 부문에는 특고압, 도시간 고속철도 및 궤도교통, 신에너지 자동차 충전소 인프라가 포함된다.

여기다 디지털 플랫폼과 빅데이터(30억 달러), 신형 스마트 도시 및 산업단지(260억 달러), 제조 및 서비스 로봇(470억 달러) 등 10대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 산업 정책을 조정하고 있다. 이 교수는 "5G인프라 건설을 통해 54만명의 고용이 촉진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데다, 세계 최고 기술을 가지고 있는 특고압 시장에서 엄청난 시너지를 만들어내고 있다"며 "중국은 경기를 회복하는 과정에서도 촘촘한 관리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올해 1분기 코로나19 충격에 따라 -6.8% 역성장했다. 하지만 2분기 이후 역성장 폭이 줄고 3분기부터 회복 추세를 보일 것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은 1.2%, 내년 경제성장률은 9%대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수치는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는 세계 경제성장률과 비교했을 때 양호한 수치다. 이 교수는 "최근 중국 신문을 보면 세계에서 유일하게 올해 플러스 성장을 하는 국가란 정치적 인식이 나타난다"며 "중국의 자긍심은 더욱 강해지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 등의 경기 위축에 따라 중국이 받는 시기적인 압박은 사라진 상태다"고 부연했다.


◇ "미국 압도하는 중국 변화, 한국에 시사점…미래 담론이 주류 담론 돼야"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도 미묘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로 미국이 큰 충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변화는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 교수는 "미국의 쇠퇴는 코로나19 때문이라기 보다는 그동안 계속 이뤄지고 있다가 코로나19로 추세를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라며 "미국 쇠퇴가 중국의 급격한 부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밸류 체인이 약화되고 차이나 밸류 체인이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같은 상황이 앞서 언급한 낡은 것은 죽고 있지만 새로운 것은 태동하지 않는 대전환의 상황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어 그는 "미국은 이제 중국의 부상을 용인하기 어려워졌으며, 미국 내 민주당, 공화당 할 것 없이 중국을 때려야 한다는 합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G7국가들이 공동으로 중국을 견지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1월 15일 미중 무역전쟁 1단계 합의가 이뤄지기 전날 G7국가들이 모여 중국의 산업보조금 철폐를 위한 공동 선언을 발표한 것을 단적인 예로 들었다.

이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 따라 앞으로 미중 간 경쟁 구조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국가는 약물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효율적인 아카이브를 먼저 구축하는 국가라고 예상했다. 그는 "팬데믹 위기 속에서 누가 약물 데이터베이스를 효과적으로 많이 가지고 있고 시장을 점유할 것인가가 선진국의 결정 요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중국의 사례가 우리에게 ‘국가가 무엇인가’란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고 역설했다. 한국의 경우 지방 정부의 재정 자립도가 떨어져 지방에서 의료 공공성을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인데, 운이 좋게 코로나19에 대처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되짚어 봐야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이 교수는 "우리는 5년 마다 정부가 바뀌면 전임 정부가 했던 정책은 무너지게 된다"며 "매몰 비용을 축소하고, 미래 사회를 기획하며, 사회 안전망을 만들어야 하는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청산 담론에 압도되지 않도록 미래 담론이 사회의 넓은 주류 담론이 돼야 한다"며 "앞으로 우리나라 경쟁력의 핵심은 남들이 추격하기 어려운 신호를 갖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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