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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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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도 끝나지 않았는데"…지구촌 기후변화에 몸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08.04 14:16

韓·中·日 기록적 폭우 지속...美 유럽은 40도 넘는 폭염

극단적 기상은 기후변화 탓...온난화로 북극 빙하 녹아

▲수도권 폭우로 인해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바라본 한강이 황토색으로 변해있다.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이 물러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지구촌에서는 강력한 폭우, 홍수, 폭염 등의 현상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극단적인 기상의 빈발이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와 연관이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이달 1일 오후 6시부터 3일 오후 4시까지 서울·경기도에는 3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나흘째 이어진 집중호우로 인명피해는 사망 12명·실종 14명으로 잠정 집계됐고 이재민이 1000명을 넘어선 데 이어 농경지 5751㏊가 물에 잠기거나 매몰됐다.

폭우로 인한 피해는 한국뿐만이 아니다. 일본의 경우 지난달 규슈(九州) 지역에 발생한 기록적 폭우로 인해 70여명이 사망했다. 14개 현(縣·광역자치단체)에서 하천 105개가 범람했고, 토지 1551㏊가 침수됐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14일 열린 각의(閣議·우리의 국무회의 격)에서 규슈를 중심으로 한 폭우 피해를 ‘특정비상재해’로 지정했다.

중국 역시 두 달 가까이 이어지는 중국 남부지방 홍수로 인한 수재민이 5000만명 이상을 기록하면서 한국 인구를 넘었고 직접적인 재산피해액만 최소 1444억여 위안(약 24조 6000억원)으로 추산됐다. 특히 중국에서 가장 긴 창장(長江·양쯔강) 유역 홍수통제에 핵심역할을 하는 싼샤(三峽)댐이 연일 높은 수위를 기록하고 있어 댐의 안전성을 둘러싼 우려도 커지고 있다.

더 큰 우려는 지난 주말 3호 태풍이 하이난·광둥·광시성 등에 비를 뿌린 데 이어, 4호 태풍 하구핏이 동남부 푸젠·저장성에 상륙한다는 점이다. 이번 태풍으로 5일까지 저장성 동남부 100~200mm를 비롯해 푸젠성과 대만 등에 많은 비가 예보된 상태다.


◇ 유럽 역대급 폭염…미국은 산불·허리케인까지

▲캘리포니아 산불(사진=AP/연합)


유럽은 역대급 폭염사태에 직면하고 있다. 4일 미 폭스뉴스에 따르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스페인 북부 해양도시 산 세바스티안 지역 기온이 1955년 이후 최고수준인 섭씨 42도까지 올랐다. 스페인 팔마 섬의 경우 지난 28일 기온이 섭씨 40.5도까지 오르면서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영국도 런던 서부에 있는 히스로 공항이 지난달 31일 섭씨 37.8도를 찍어 올 들어 가장 더운 날로 기록됐다. 영국 당국 관계자는 이날이 올들어 가장 더운 날이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역시 지난 주말 기온이 섭씨 40도에 머물면서 14개 도시에는 폭염에 따른 비상경계령이 내려졌고, 프랑스는 전체의 3분의 1에 달하는 101개 구역에 경보를 발령했다. 네덜란드 35도를 찍었고, 오스트리아와 불가리아에서도 올해 들어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50개주(州) 중 48개 주에서 지난 상반기 기온이 평년수준을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은 7월까지도 이어졌다.

심지어 지난달 31일 캘리포니아 남부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이 섭씨 40도를 넘는 폭염을 등에 업고 나흘째 활활 타오르고 있다.

미 기상청은 캘리포니아 남부 지역에 넓게 자리 잡은 고기압으로 인해 "위험할 정도로 더운 날씨가 이어질 것"이라며 최고 기온 43도에 달하는 폭염 경보를 발령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에선 지난달 25일 텍사스주에 허리케인 ‘해나’(Hanna)가 상륙해 남부 지역에서 4만 3700가구 이상의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일부 지역은 침수피해도 발생했다. 한때 최대풍속이 시간당 145㎞에 달한 해나는 허리케인 카테고리 1등급으로 분류됐다. 허리케인은 1∼5등급으로 나뉘며 숫자가 높을수록 위력이 세다. 해나는 이후 열대성 폭풍으로 세력이 약해져 멕시코에도 상륙, 지난달 29일 기준 총 3명이 숨지고 4명이 실종됐다.

전문가들은 올해 들어 미국에서 발생하는 허리케인의 횟수가 평균보다 높을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4일 미 경제매체 포브스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미국에서 약 12회의 열대성 폭풍, 6회의 허리케인, 3회의 3등급 이상 허리케인 발생한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미국에서 열대성 폭풍 20회, 허리케인 9회, 3등급 이상의 허리케인이 4회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다.

포브스는 "세계 각국은 코로나19에 대응하느라 분주하지만 미국은 허리케인까지 겹치면서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 극단적 현상 "기후변화와 연관" 한목소리


이처럼 올해 발생하는 극단적인 현상들이 기후변화와 연관돼 있다는 목소리가 과학자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지구시스템과학과의 노아 디펜바우 교수는 지구 온난화가 조금만 진전돼도 폭염과 폭우 등 극단적 기상 현상이 급증할 수 있다고 지난 3월 진단한 바 있다.

그는 극단적 기상 현상의 과거 발생 빈도만 고려하는 기존 방식으로는 미래의 극단적 기상 현상 발생 확률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기후 변화의 영향도 고려할 것을 제안했다.

또 올해 한·중·일 폭우의 경우 북극과 러시아 북부 동시베리아에서 발생한 이상 고온 현상과 연관이 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극 기온이 평년보다 크게 올라가 일종의 ‘반사경’ 역할을 했던 빙하와 눈이 녹고 지면이 드러나 햇빛을 받아들이는 ‘흡수판’이 됐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기온이 매우 낮은 곳으로 꼽히는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은 최근 이상고온 현상이 발생해 6월 평균 기온이 30도를 넘었다.

이로 인해 따뜻한 공기가 쌓이면서 공기가 정체돼(블로킹 현상) 동쪽에서 서쪽으로 움직이던 찬 기류가 남북으로 움직이며 한국·중국·일본으로 밀려왔다는 설명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나비효과처럼 북극과 시베리아에서 발생한 기후변화로 인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에 비를 붓는 파생 효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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