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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원전정지에 대한 오해와 진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09.04 18:26

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지난 9월 3일 부산환경운동연합은 ‘태풍 마이삭의 영향으로 원자력발전소 4기가 정지되는 사고가 일어났다’고 성명을 발표하였다. 여기에 덧붙여 "기후위기 시대 핵발전소는 대안이 아니라 위험일 뿐이다. 정부는 이번 신고리핵발전소 태풍 정지사고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함께 핵발전소의 대규모 전력공급 중단에 대비한 대책 또한 점검해야 할 것이다"고 촉구하기도 하였다. 많은 언론사들이 이를 보도하였다. ‘4기가 정지된 것은 사상초유’라는 자극적인 제목도 나왔고 ‘기후위기 시대 원전 위험성 경고한 태풍’이라는 무척 많이 넘겨짚은 제목도 나왔다.

이 사건은 단순하다. 태풍으로 인하여 외부 송전계통에 문제가 발생하여 원전에서 발전한 전기를 보낼 수 없게 되자 발전소를 정지시킨 것이다.

이것은 원전이 고장난 것이 아니라 설계된 대로 자연재해에 대응한 것이다. 송전선에 문제가 있는데 계속 발전을 하는 것이 오히려 위험한 상황인 것이다. 화재가 나서 소방관이 물을 뿌리고 있는데도 전기를 생산하는 태양광 발전과는 다른 것이다.

태풍 때문에 원전이 고장난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원자력발전소의 전력계통은 안전설비(안전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설비)로 관리하고 있지 않다. 원자력발전소를 정지시키면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젤발전기가 가동된 것도 정상적인 상황이다. 원자력발전소가 멈추면 자체적으로 필요한 전기를 조달하기 위하여 디젤발전기가 가동되도록 되어있다. 그게 가동된 것이다. 가동이 안되면 문제가 되는 것이지 가동이 되는 것이 문제가 아닌 것이다.

사상초유의 사태 맞다. 그러나 그것은 원전의 문제가 아니라 외부 송전선의 문제인 것이고 원전은 계획된 대로 정상적인 작동을 한 것이다. 물론 핵연료의 건전성 등 아무런 문제도 보고되고 있지 않다.

이에 대해 "한수원 본사의 철저한 조사와 사태파악을 촉구하고 재발방지를 요구한다"는 식의 대응은 잘못된 언론보도로 인한 잘못된 촉구인 셈이다. 송전선은 한수원이 아니라 한국전력공사의 소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설령 한수원이 담당하는 송전계통이라고 하더라도 자연재해의 상황에서 원전을 안전하게 정지시키고 디젤 발전소가 가동되었다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상황인 것이다.

애초에 ‘사고’라는 단어를 쓰면서 오해를 야기한 것이 문제다. 이에 대해 일부 언론은 신이 나서 마치 원전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처럼 보도한 것은 좀 실망스럽다. 전문가에게 물어보기라도 좀 하지... 이 때문에 걱정을 하고 한수원을 항의 방문하고 잘못된 주문을 촉구한 것도 사회적 낭비다. 이런 말도 안되는 선동에 언제까지 우리 사회가 속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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