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아우크스부르크 에너지자립주택
[에너지경제신문 최윤지 기자] 신재생에너지 구매 입찰 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태양광모듈 탄소인증 업체가 국내 태양광 시장을 사실상 대표하는 대·중견기업 일색으로 나타났다.
특히 탄소인증 기준의 벽이 너무 높아 탄소인증제가 중소기업들에는 ‘그림의 떡’이어서 인증제도의 혜택이 대·중견기업에만 쏠리는 것으로 지적됐다.
11일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태양광 탄소인증제 시행 석달 째를 맞았지만 탄소인증 업체는 모두 6곳 총 186개 제품에 그쳤다.
인증기업 6곳은 한화솔루션, 한솔테크닉스, LG전자, 현대에너지솔루션주식회사, 신성이엔지, 에스에너지로 대·중소기업이자 상장사다. 중소 태양광모듈 기업이 많지만, 대다수 경영상황이 열악해 사실상 웬만한 기업은 인증을 완료한 셈이다.
태양광 탄소인증제 인증 기업 중 1등급 보유 기업은 한화솔루션, 신성이엔지, 에스에너지 3곳에 불과하다. 사실상 태양광 셀·모듈 자체 생산이 가능한 기업이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7월부터 태양광모듈 탄소배출량 검증신청 접수를 시작했다. 태양광모듈 탄소인증제는 태양광모듈 제조 전과정(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모듈)에서 배출되는 단위출력(1㎾)당 온실가스 총량을 계량화(CO2·㎏)하고 검증하는 제도다. 온실가스 총량은 태양광모듈 제조과정에서 직접 발생되는 배출량(N2O, CO2 등)과 소비된 전력생산을 위한 배출량을 합산해 평가한다.
태양광모듈 탄소인증제는 최고 1등급에서 3등급까지 부여된다. 등급에 따라 올해 하반기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 선정입찰에서 계량평가 항목에 ‘태양광모듈 탄소배출량’ 평가지표를 신설 반영했다. 이에 따라 1등급 10점, 2등급 4점, 3등급 1점이 책정된다.
태양광모듈 탄소인증제에서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국내 기업의 원재료를 사용해야 한다. 해외에서 생산된 소재·부품을 수입해 모듈이 생산된 경우 해외에 나가서 탄소배출량을 측정하거나 국가 평균값을 측정해야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직접 측정하러 갈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해외에서 생산된 소재·부품을 수입해 태양광모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의 경우 탄소인증제에서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
제품마다 탄소인증을 받아야 하며, 인증까지 2∼3주가 소요된다. 건수마다 비용이 발생하는 점도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마다 RPS 사업에서 주력으로 사용하는 품목 위주로 탄소인증제를 신청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태양광 분야 밸류체인은 열악한 상황이다. 한화솔루션과 OCI 등은 최근 태양광모듈 원재료인 폴리실리콘 생산 시설을 중단했으며, 국내 유일한 잉곳·웨이퍼 제조 기업인 웅진에너지는 지난해 법정관리를 신청, 올해 상장폐지가 결정됐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국내산 태양광모듈 활성화를 위해 정책 인센티브가 적용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정우식 부회장은 "국내산 모듈 활용을 위한 정책 인센티브 적용 시 국내 모듈 제조업뿐 아니라 기타 소재 사업 투자 확대와 R&D(연구개발) 투자 증대로 기술력 향상과 일자리 창출 등의 효과가 예상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태양광모듈 탄소인증제를 도입하며 "탄소배출량 저감으로 우리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에 선제 대응이 기대된다"며 "태양광모듈의 친환경성을 강화해 나갈 수 있도록, 시장상황 등을 고려해 등급별 탄소배출량 기준을 단계적으로 상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올해 하반기 RPS 입찰 결과가 나오지 않아 탄소인증이 RPS 제도에서 이점 될지 지켜보고 있다"며 "탄소인증제의 효과 역시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탄소배출량 검증 현황 | |
등급 | 회사 |
1등급 | 한화솔루션(44), 신성이엔지(1), 에스에너지(3) |
2등급 | 한화솔루션(71), 한솔테크닉스(35), 에스에너지,(7) 신성이엔지(3), LG전자(7), 현대에너지솔루션주식회사(15) |
3등급 | |
자료 ; 한국에너지공단(2020.10.08.), 주 : 괄호 ()는 검증 제품 개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