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미터 높이의 거대한 머신은 시커먼 석탄을 쉼 없이 삼키고 있었다. 이것은 굶주린 맹수다. 으르렁거리는 사나운 주둥이는 사냥한 짐승의 내장을 파먹듯이 화물선의 중심부에 단단하게 꽂혀 있다. 200미터 길이의 화물선은 모든 것을 체념한 듯 자신의 복부를 내어 보이고 있다. 마치 생생한 야생의 한 장면 같다.
이것은 한국중부발전의 보령화력발전소. 12만톤의 석탄을 실은 화물선에서 연속식하역기(CSU:Continuous Ship Unloader)로 퍼올리는 장면이다. 일 년 평균 150회, 한 달 14~15번의 석탄화물선이 1,2부두로 드나들고 있다. 15만톤급 화물선을 접안할 수 있는 두 곳의 부두를 통해 연간 1350톤의 석탄이 하역된다.
◆맹수의 사냥터 같은 하역장
“이 배안에 실려 있는 석탄을 모두 하역하려면 3~4일이라는 시간이 걸립니다. 하역기 원통 안에는 백개가 넘는 버킷이 달려 있어요. 이것들이 회전하면서 화물선 안에 있는 석탄을 퍼 올리고 있습니다” 보령화력발전소 2부두에서 하역을 담당하고 있는 이성한 현장 소장의 설명이다. 한낮 기온이 영화에 머무는 매서운 날임에도 불구하고 하역기에서는 연신 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이어 그는 “하역기는 시간당 1600~1000톤의 석탄을 퍼내기 때문 근로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처럼 하역기를 조종하고 있는 근로자는 기계 조작에 집중하고 있던 탓에 기자가 연신 사진기의 셔터를 눌렸으나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이곳 석탄 하역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모두 80명. 1부두와 2부두로 40명씩 나뉘어 2교대로 움직인다.
한 부두 당 하역에 동원되는 인력은 총 20명인 셈. 어마어마한 규모의 석탄 양에 비하면 근로자 수가 많지 않다. 모두 자동화된 시스템 때문이다. 이 소장은 “초기에는 지금처럼 이런 하역기가 아니라 포크레인처럼 커다란 집게 두 개를 맞물려 퍼올렸다”며 “그때는 석탄가루도 많이 날려서 민원도 많았고 근로자들도 어려움이 많았지만, 지금은 보는 것과 같이 모든 작업이 깔끔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소장의 말처럼 연속식 하역기는 원통형의 관으로 이뤄져 있다. 석탄가루가 날리는 것을 미리 방지한 것. 또한 하역된 석탄을 저탄장으로 옮기는 작업 역시 철저한 방진시스템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특히 저탄장 둘레는 방풍펜스를 설치하여 날림먼지를 최소화하고 있다.
◆검은 사막과 같은 저탄장…5000일 무사고 3호기
하역기를 통해 중간 저탄장으로 옮겨진 석탄은 약 49제곱미터(15만평)의 넓은 부지로 옮겨진다. 배에서 하역하는 장면이 마치 맹수의 사냥 장면 같다면 이곳 저탄장은 석탄으로 이뤄진 검은 사막이다.김읽음 보령화력본부 연소관리과 차장은 “축구경기장의 약 45배 크기인 저탄장은 석탄 105만톤을 저장할 할 수 있으나 보통은 72만톤 정도 저장하고 있다”며 “석탄이 보일러에 들어가기 전 중간기지라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저탄장을 지나 3호기 앞에 도착했다. 입구에 ‘축 5000일 무사고 운전 달성’이라는 플래카드가 눈에 띈다.김 차장은 “3호기는 1998년 12월 17일부터 지난해 9월 1일까지 5000일에 걸쳐 무고장 운전을 달성한 발전기”라고 소개했다.
이는 우리나라 발전기 중 가장 오랜시간 동안 고장 없이 운전된 것으로 한국기록원에 의해 공식 인증됐다고. 특히 1993년 준공된 보령화력 3호기는 물을 끓이는 과정없이 바로 증기로 변환시키는 국내 최초의 초임계압 화력발전소이자 우리 기술력으로 설계·기자재 제작·건설·시운전 등을 시행한 최초의 한국형 표준 석탄화력발전기로 평가받고 있다.
◆유기체와 같은 보령화력, 전력수급의 최전선
석탄이 전기 에너지로 바뀌는 과정은 사람의 소화기관과 닮았다. 석탄이라는 음식물을 먹고 보일러라는 위를 거쳐 심장이라는 터빈을 돌린다. 우리 몸 구석구석에 에너지를 보내듯 각 가정과 공장으로 전기를 보내게 되는 것이 석탄이 전력으로 변하는 과정이다.김 차장은 “저탄장에 있던 석탄이 다시 상탄기를 통해 발전소에 공급되고 보일러로 옮겨져 연소하게 된다.
그 연소한 열이 보일러 튜브내의 물을 고온과 고압의 증기를 발생시켜 발전기의 터빈을 돌리면서 전기가 생산된다”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3호기 전망대에서 바라본 보령화력본부는 하나의 유기체였다. 조금 전 지나온 하역장을 시작으로 저탄장을 지나 지금의 과정까지 여러 갈래의 통로와 통로로 얽혀 있지만 결국은 하나로 모이고, 모인 하나의 통로는 또다시 1~8기의 석탄화력기로 나뉘는 질서정연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새로운 동력원이 될 신보령 복합발전소의 건설현장도 두 눈에 담을 수 있었다. 김 차장은 “저기 보이는 앞바다가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알아주는 꽃게를 품은 보령 앞바다입니다.
제철이 되면 없어서 못 팔죠. 우리 보령화력은 전기에너지를 품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없어서 못 팔면 국가적으로 큰일 나겠지요”라며 미소 짓는다.
김 차장의 말처럼 제철이 되면 없어서 못 파는 것이 있다. 전기도 마찬가지일 터. 만약 전기도 제철이 있다면 전력예비율이 현저히 떨어지는 여름과 지금의 겨울이다. 전기 생산의 일선에 있는 이곳 보령화력본부와 더불어 모든 발전소 근로자들에게 새삼 감사를 느낄 수 있는 현장이다. 오전 내내 내리던 눈이 서서히 사그라지고 있다.
“친환경 실내형 저탄장 2017년 준공”
김읽음 연소관리과 차장
-보령화력의 연간 석탄 수입량과 석탄 구매 방식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연간 1350톤의 석탄을 수입하고 있고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규모로 수입될 것으로 보입니다. 석탄은 발전소의 소비계획에 따라 연간 구매 계획량이 정해지고 연료팀에서 장기구매계약과 spot 구매계약으로 입찰을 시행하여 구매하고 있습니다.
spot계약은 비상물량을 말합니다. 수입국은 인도네시아산이 50%를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 50%는 주로 호주와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3부두와 새로운 저탄장을 추가 착공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언제 준공되나.
▲새롭게 3부두를 착공하는 이유는 현재 1,2부두가 노후화돼 하역 요율이 90%에서 65%로 떨어진 상태입니다. 따라서 안정적인 설비 운영을 위해서 3부두를 건설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3부두는 지금의 1,2부두보다 규모가 커서 20만톤급 화물선도 접안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있습니다.
오는 2016년에 준공될 예정이었으나 지금 공사기간이 늦춰지면서 준공시기가 늦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50만톤을 저장할 수 있는 저탄장을 현재 저탄장 위쪽으로 건설할 예정입니다. 비상물량 비축을 위한 것으로 새로운 저탄장은 지금의 실외형이 아닌 친환경인 실내형으로 설계하고 있습니다. 2017년 5월에 준공예정입니다.
-화력발전소의 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당사자로서 느끼는 자부심은.
▲석탄화력 발전소의 주연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최적의 혼탄으로 보일러의 안정적인 운전에 일조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식당으로 말하자면 요리사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좋은 품질의 석탄을 공급해 발전소의 특성에 맞게 최적의 식단을 제공하는 게 제 임무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이곳 보령화력에는 협력업체를 포함해 2000여명의 근로자들이 자신의 담당한 업무를 묵묵히 수행해 나가고 있습니다. 2014년 올해도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위해 365일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