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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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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렇게 다르다"…주식거래 판 흔드는 빅테크 증권사-上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2.08 08:25

토스·카카오페이證 새바람

철저한 고객 편의성에 초점

타깃 고객도 2030세대로 명확



기존 카카오페이·토스 이용자

증권 플랫폼으로 합류 기대

"기존 증권사 온라인 주도권 잃을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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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증권, 카카오페이증권. 사진제공=각사 홈페이지


[에너지경제신문=윤하늘 기자] 토스증권 등 빅테크 증권사들이 ‘쉽고 간편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출시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증권가에서는 이른바 ‘손바닥 안 전쟁’이 한층 더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해부터 동학개미 운동을 기점으로 2030세대를 포함, ’주린이(주식+어린이의 합성어)‘들이 증시로 대거 들어왔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거래에 대한 수요도 증가했다. 여기에 빅테크 증권사들이 차별화된 앱을 통해 2030 세대를 적극 공략하겠다고 예고하면서 디지털 역량 강화를 앞세운 기존 증권사들도 긴장하는 모습이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토스증권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신개념 MTS를 공개하고 공식 출범했다. 지난해 카카오페이증권이 증권가에 입성한지 1년만이다. 토스증권과 카카오페이증권은 탄탄한 금융 모바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고객 접근 목표가 2030 세대로 명확한 점이 특징이다. 이 두 회사는 모두 오프라인 지점을 두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공통점이 있다.

토스증권과 카카오페이증권의 특이점은 증권사 앱이 없는 것이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카카오페이 앱에서, 토스증권은 토스 앱에서 투자가 가능하다. 이들 빅테크 증권사들은 쉽고 재밌는 MTS를 기반으로 사용자를 확보한 뒤 해외주식 중개, 자산관리 등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달 중 출시될 토스증권의 MTS의 경우 이미 2030세대를 중심으로 고객군을 대거 포섭하고 있는 기존 토스 어플 내에 MTS를 메뉴를 신설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개시한다. 토스는 이체 등 금융서비스, 카드 개설, 보험 가입 등 전 금융권을 아우르는 종합 플랫폼 어플인데, 여기에 MTS까지 추가된 것이다. 특히 토스증권의 그동안 공식처럼 사용되던 MTS 틀을 사실상 모두 깨뜨렸다. 음악 차트처럼 ‘구매 TOP100’, ‘관심 TOP100’ 차트로 구성해 ‘이해가 쉽고, 재밌는 투자’가 가능할 전망이다. 토스증권 MTS는 비밀번호나 OTP 번호 등을 넣는 과정도 압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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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페이증권도 연내 MTS를 출시할 계획이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장기적으로 카카오페이에 축적된 빅데이터·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투자 솔루션, 자문형 자산배분 등 사용자 중심의 투자 서비스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페이증권 관계자는 "새로운 MTS는 기존 증권사 MTS와 달리 서비스별로 프로그램을 달리해 시장 상황이나 고객 요구에 따라 MTS 개편이 용이하도록 설계중"이라고 강조했다.

카카오페이증권과 토스증권은 각각 3500만명, 1800만명에 달하는 카카오페이, 토스 플랫폼 이용자를 증권으로 흡수하겠다는 의도다.

토스증권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관심도 뜨겁다. 지난달 27일부터 시작한 사전이용 신청 이벤트에 3일 기준 25만명이 참가했다. 토스증권은 앞으로 증시의 중심이 될 2030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에 출생한 세대)를 주요 고객층으로 삼고 있다.

카카오페이증권도 지난해 2월 출범 이후 각종 이벤트와 펀트투자에서 300만명의 고객들을 포섭해놨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40대와 50대에서도 인기가 높다. 계좌개설 연령별 비율은 20대와 30대가 29%로 가장 많았지만 40대(24%)와 50대(12%)도 높은 비율을 보였다. 카카오페이증권의 흥행은 카카오페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동전모으기, 알모으기, 버킷리스트 등 재미있는 자산관리 서비스 덕분이다. 이들 서비스가 인기를 끌며 펀드 가입자 수도 100만명을 넘어섰다.

카카오페이까지 올해 MTS를 출시하게 되면, 증권가 모바일 전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지난해부터 국내 증시에서 MTS를 주 주식거래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실제 한국거래소가 지난해 개인 투자자들의 코스피 주식 거래량을 수단별로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증시 거래에서 MTS 비중은 54.8%(거래체결량 기준)를 기록했고, PC 기반의 HTS(홈트레이딩시스템)가 42.4%를 차지했다. 불과 2019년까지만 해도 HTS 위주의 증시 유입이 많았는데, 지난해부터 유입경로가 바뀐 셈이다.

증시 투자 대기 수요도 엄청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 투자자예탁금(장내 파생상품 거래예수금 제외)은 1월 평균 68조9528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0.8%(6조7000억원) 늘었다. 투자자예탁금은 1월 11∼13일에는 70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증권가는 증시 활황에 토스증권과 카카오페이증권 등 빅테크 증권사들의 등장으로 꾀 긴장하고 있다. 전통 증권사들이 온라인 플랫폼면에서 주도권을 잃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빅테크 기업이 이미 은행, 투자, 송금 플랫폼 등에서 금융 시장에 안착한 사례가 있는 만큼 이들 기업의 움직임은 증권가를 긴장시킬 수 있다"며 "당장은 조직이나 규모면에서 기존 증권사들을 따라갈 순 없겠지만, 명확한 마케팅 목표와 다양한 프로모션이 접목된 상품들을 내놓으면서 2030세대를 중심으로 미래고객층 유입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만, 기존 증권사들은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요가 늘어난 만큼 빅테크 증권사에게 온라인 플랫폼면에서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은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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