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6·3 대선을 앞두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의 출마설이 확산되자 정치권에서 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중도층 표심'을 얻을 수 있는 카드라며 '빅텐트론'까지 내세워 한 권한대행을 보수 단일 후보로 옹립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반면 다수의 국민의힘 경선 주자들은 “부적절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 권한대행이 12.3 비상계엄 연루 의혹이 있는 데다 조기 대선을 관리하고 있는 '심판'이 갑자기 선수로 뛰겠다고 나서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안팎의 비판도 거세다.
15일 정치권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은 앞서 한 권한대행의 출마를 촉구하고 있다. 박수영 의원은 전날 한 종편 유튜브에 출연해 “국민의힘 의원 54명이 한 권한대행 출마 촉구 서명서에 사인을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한 권한대행이 조기 대선에서 중도층의 표심을 얻을 수 있는 적임자로 보고 있다. 대미 통상 협상의 전문가에 무색 무취, 안정적·타협형 이미지로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후 불안해 하는 친윤 유권자는 물론 '반 이재명' 성향 중도 유권자들도 선호한다는 것이다.
한 권한대행도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후 불출마를 공개 선언했던 황교안 당시 권한대행과 달리 모호한 태도를 보이면서 '출마설'에 불을 붙이고 있다. 진보 진영에선 한 권한대행이 최근 '현상 유지'라는 기존 입장을 뒤집고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를 지명한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출마' 관련 통화 내역이 이례적으로 언론을 통해 공개된 것 등에 대해 '사실상 대권 행보'라고 의심하고 있다.
일각에선 '빅텐트론'까지 내세우며 한 권한대행을 사실상 보수 단일 후보로 옹립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경선에서 선출한 후보 외에도 한 권한대행,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 새미래민주당의 이낙연 전 총리 등 한 텐트에 집결해 단일 후보를 내서 이재명 전 더부어민주당 대표의 집권을 막자는 것이다.
국민의힘 경선 후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당내 후보 결정 과정을 완전히 무시한 비민주적인 행태라는 것이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전날 CBS 라디오에서 “탄핵당한 정권의 총리를 한 분이 (대선에) 나온다는 것과 대선을 중립적으로 관리할 분을 출마시킨다는 것은 상식에 반한다"고 비판했다. 한동훈 전 대표도 같은날 SBS 라디오에 출연해 “우리 당 후보를 만드는 과정에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켜야 하는데, 모든 언론에서 '한덕수 총리를 모신다'고 이야기한다"며 “이렇게 경선의 김을 빼는 것 자체는 해당 행위"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당내에선 일단 한 권한대행의 입당 및 경선 참여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한 권한대행이 대선 후보 당내 경선에 출마하지 않을 "이라고 밝혔다. 당 경선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까지 대선 경선 후보자 등록 신청을 받는다. 이같은 일정을 감안하면 한 대행이 국민의힘 경선 후보로 추대될 가능성은 없다. 한 권한대행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과 함께 제게 부여된 마지막 소명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대선 출마를 위해 국무총리직을 사퇴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들 사이에선 한 권한대행의 조기 대선 출마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거세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4일 윤 전 대통령을 파면하면서 12.3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사실상 인정했다. 한 권한대행이 연루됐다는 의혹은 해소되지 않았다. 연관이 없더라도 당시의 내각을 책임졌던 당사자가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대선에 출마한다는 것은 도의적으로 맞지 않다. 조기 대선 선거 관리를 맡은 '심판'이 선수가 되겠다고 책임을 팽개치고 뛰어드는 꼴이 된다. 코 앞에 닥친 미국발 관세 전쟁 등을 내팽개쳐 '국정 공백'을 초래한다는 비판도 있다.
그럼에도 한 권한대행의 출마 가능성은 높다는 분석이다. 차재원 정치평론가는 “한 대행이 (대선) 출마를 안 한다면 선을 더 명확하게 그었을 것"이라며 “다음달 초까지 상황을 지켜보다가 맨 마지막에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