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9월 08일(일)
에너지경제 포토

나유라

ys106@ekn.kr

나유라기자 기사모음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DLF 승소'...법원 '상품 선정 및 판매' 문제는 지적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8.27 17:52

금감원, 손태승 회장에 문책경고 내린 사유 중

'금융상품 선정절차 마련의무 위반'만 인정

"우리은행, 상품선정위 결과 조작, 위조, 왜곡"

89689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제기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중징계 불복 소송에서 승소했다.

재판부는 금감원이 손 회장에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내릴 만한 근거가 부족하다면서도 우리은행이 상품을 선정하고 판매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상품선정위 의결 왜곡 없었다면 DLF 출시 안됐을것"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강우찬, 위수현, 김송)는 27일 손 회장이 금감원을 상대로 제기한 문책경고 등 취소 청구 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금감원이 손 회장에 문책경고를 내린 처분 사유 중 5가지 중 하나를 제외한 4가지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현행 금융사 지배구조법은 내부통제의 기준이 되는 내부규정을 마련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있을 뿐, 내부통제 기준을 준수할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제재를 가할 수 없도록 했다. 이에 따라 당국이 손 회장이 중징계를 내린 근거로 든 ‘내부통제 규범 마련 의무 규정 위반’은 성립될 수 없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금감원에 "적법한 것으로 인정한 처분 사유의 한도에서 손 회장에게 그에 상응하는 수준의 제재 관련 재량권 행사를 다시 하라"고 주문했다.

특히 재판부는 우리은행이 상품을 선정하고 판매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은행 개별직원이 DLF 상품 판매 과정에서 설명 의무를 다 하지 않은 것을 넘어 소비자를 위해 내부통제 기준에 포함시켜야 할 ‘금융상품 선정절차’를 실질적으로 마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 우리은행은 형식적으로 내부통제를 위한 상품선정절차인 ‘상품선정위원회’를 마련했지만, 실질적으로 위원회를 구성하는 9명의 위원들에게 의결 결과를 통지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그 결과 상품선정위원회의 의결 결과는 상품출시 부서의 의도에 따라 수차례 투표결과 조작, 투표지 위조, 불출석 및 의결 거부 위원에 대한 찬성표 처리 등을 통해 왜곡됐다"고 말했다. 이같은 왜곡이 없었다면 DLF 상품은 출시되지 않았고, 해당 상품 가입으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는 일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미다.

재판부는 우리은행의 절차적 흠결을 지적하면서 KB국민은행의 사례를 들기도 했다. 재판부는 "우리은행이 DLF를 최초로 심의할 당시 국민은행도 이 상품과 동일한 상품에 대해 상품심의위원회를 열었다"며 "그러나 국민은행은 금리 하락 추세를 고려해 해당 상품을 출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은 우리은행이 상품을 선정, 판매하는 과정에서 금융 시장 및 향후 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못한 점을 지적한 부분으로 읽힌다.

DLF는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하는 펀드다. 2019년 하반기 세계적으로 채권금리가 급락하면서 미국, 영국, 독일 채권금리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DLS와 DLF에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즉 우리은행이 소비자보호라는 기본 원칙은 물론 금융사로서의 전문성, 책임감도 고려하지 않은 채 DLF를 상품으로 선정하는데만 급급했다는 것을 재판부가 거듭 지적한 것이다.


 

금융사 의사결정 과정서 부당행위 개입..."금융사-감독기관 모두 성찰하라" 

 


bb234

▲우리은행, 우리금융지주.


재판부는 우리은행을 향해 "(이번 사태는) 임직원 개개인의 일탈 문제를 넘어 우리은행의 상품선정절차가 그 견제 기능과 관련한 정보를 최종 의사결정과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정보유통 절차’를 마련하지 않은 구조적 문제가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현행 금융사 지배구조법의 내용이 명확하지 않은 만큼 입법 정비 필요성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손 회장에 대한 처분사유 5개 가운데 1개를 제외한 나머지 처분사유가 인정되지 않은 것에 대해 "근본적으로 지배구조법과 시행령, 그리고 관련 고시 내용이 명확하지 않다는데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관련 규정을 보다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정비해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금융기관이 이에 따라 충실한 내부통제규범을 마련하게 하는 것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문에는 내부통제 규범과 기준을 위반한 금융사의 조직적 행태와 문제점도 낱낱이 적시됐다. 재판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자세히 드러낸 이유는 (상품을 선정하고 판매하는 과정에서) 개별 금융기관 내부의 의사결정 과정에 조직적 부당행위가 개입돼 있었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는 금융소비자들의 소송과정에서도 반영될 필요가 있는 문제점들이고, 또한 금융기관과 감독기관 모두의 진지한 성찰이 있어야 할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우리금융 측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고 이번 판결을 겸허하게 수용한다"며 '그간 고객 피해 회복이 가장 시급하다는 판단 하에 금감원 분쟁조정안을 즉각 수용했고, 대다수 고객 보상을 완료하는 등 신뢰회복 방안을 성실하게 추진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철저한 내부통제와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정책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