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
지난달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과 한·미정상회담은 여러 측면에서 이례적이었다고 기억될 것이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고 최단 기간에 이뤄진 점이나 일본 방문에 앞섰다는 점 등 의전적인 측면에서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바이든 대통령의 적극적인 경제외교 행보가 인상적이었다.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과 미국으로 투자를 이끌어내는 것에 매우 열성적인 행보를 보임으로써 달라진 시대상의 면면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달라진 시대상의 면면이란 경제가 안보이자, 안보가 곧 경제인 ‘경제 안보’가 바야흐로 시류가 되었다는 것이며, 아울러 4차 산업혁명과 탈탄소경제로 대변되는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에 더욱 가속이 붙게 되었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디지털 전환이며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전기화이다. 이와 동시에 기후위기 속에 탈탄소경제로 이행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전력생산 분야를 얼마나 획기적으로 탈탄소화하느냐가 관건이다.
이렇게 디지털화와 전기화가 가속화하다 보면 사이버 안보와 같은 비전통적인 분야에서의 안보가 중차대한 과제가 된다. 시대적 요구가 긴박했던 상황에서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이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원년 멤버로 합류하게 된 것은 필연적인 결정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IPEF는 Δ무역 Δ공급망 Δ청정에너지·탈탄소·인프라 Δ조세·반부패 등 4가지 분야에서 다자간에 협력할 것을 도모하고 있는데, 출범식에 화상으로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도 "특히, 공급망 강화, 디지털 전환, 그리고 청정에너지·탈탄소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언급함으로써 한국이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고자 하는지 그 방향을 제시하였다. 이는 우리 에너지 업계와 산업계에도 대단히 고무적이다. IPEF가 이제 막 출범한 협의체라는 점에서 앞으로 새롭게 규범을 만들어 가야하느니 만큼 한국이 적극적이고도 선제적으로 국제적 규범 창출에 참여함으로써 한국의 기업들도 글로벌 시장에서 그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IPEF 관련 논의를 본격화하려는 시점에서 정부와 기업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은 다음과 같은 부분들이다. 첫째, 정부는 흩어져 있는 목표들을 한 데 모아 종합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도 ‘한국판 뉴딜’ 안에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담아냈었다. 방향 설정이라는 측면에서만 보면 문 정부의 한국판 뉴딜도 시대적 흐름을 잘 반영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디지털 분야와 그린 산업 분야를 구분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런 칸막이들을 없애고 목표와 계획을 종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예컨대 전기차나 수소차로 대표되는 미래차의 경우만 보더라도 AI나 자율주행과 같은 기술이 접목되기 위해서는 디지털 공급망과 통신 기술의 발전이 뒷받침해줘야 하며 사이버 안보도 강화되어야 한다.
또한 미래차의 동력원이 되는 전기나 수소를 얼마나 탈탄소하여 생산·공급할 것인지, 인프라 확충도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정부는 파편적으로 흩어져 있는 과제와 목표들을 한 데 모아 보다 종합적인 미래상과 계획들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둘째, 기업들 역시 경계를 넘어서는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미래 산업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바란다. 특히 한국의 경우 전력시장이 아직 경직되어 있기 때문에 서비스 제공의 다양화에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시장의 전면 자유화가 만사형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일정정도 시장구조의 혁신을 꾀하면서도 관련 기업들 간의 협업을 통해 시대적인 변화들을 수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예를 들어 통신 회사가 재생에너지와 같은 탈탄소 전원(電源)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기업 내지 디지털 컨텐츠를 제공하는 기업과도 협업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다 깨끗하게 만들어진 전기를 공급하는 회사와 흥미로운 컨텐츠를 제공하는 회사의 서비스가 통신망과 전력망의 연계를 통해 제공받음으로써 지출 비용의 절감을 기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시대적 흐름에 부응하는 기업들의 서비스를 소비하고 있다는 만족감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융합적인 서비스가 제공되려면 역시 관련 규제와 시장 구조를 혁신해야 하는 측면이 있으므로 정부의 역할이 다시금 중요해진다.
마지막으로 위와 같은 이유로 정부가 ‘(가칭) 미래경제 추진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칸막이 행정을 넘어서 종합적인 시각을 가지고 국가의 여러 흩어진 역량을 모으고 기업들과도 긴밀히 소통하며 국가 미래경제상을 추진해 가는 것만이 급변하는 시대적 파도에서 대한민국 경제호가 좌초되지 않는 방법이니만큼 정부와 기업간의 경계를 뛰어넘는 협력을 강력히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