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금리 인하 등으로 생명보험사들의 지급여력(K-ICS, 킥스)비율의 악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업계 1위 삼성생명의 경우 첫 200% 하회가 나타난 가운데 지난 4분기 이후 킥스가 더 하락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14일 금융감독원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보험사들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경과 조치를 적용한 신지급여력제도 비율은 211.7%로 전 분기보다 0.9%p 하락했다.
킥스는 보험사가 보험계약자에게 보험금을 제 때 지급할 수있는 여력을 수치화한 것으로 보험사 건전성 지표 중 하나다. 요구자본 대비 가용자본으로 산출하며 보험업법상 최소 기준치는 100%, 금융당국의 권고치는 150% 이상이다.
킥스 하락에는 시장금리와 주가가 하락한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국내 8개 보험사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3조4000억원 가량의 자본을 확충했다. 그러나 시장금리 등의 영향에 기타포괄손익누계액 감소폭이 커지면서 늘려놓은 가용자본을 상쇄했다. 생보업권의 킥스 하락은 지난해 1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지난해 6월 말 3.27%에서 9월 말 2.99%로 내려갔다. 생보사의 주력 판매 상품인 사망보험은 만기가 초장기에 속하며 부채의 만기가 자산보다 길다. 이에 금리 하락 시 부채가 자산보다 많이 늘어나 자기자본 규모가 감소하는 것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금리가 1% 하락할 때 생보사 킥스는 25%p 낮아진다.
이런 영향에 일부 생보사의 경우 킥스비율 관리에 경고등이 켜졌다. 특히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은 킥스가 처음으로 200%를 밑돌았다. 지난해 3분기 삼성생명의 킥스는 전 분기(201.5%) 대비 8.0%p 하락한 193.5%(경과조치 적용 후)를 기록했다. 삼성생명의 킥스가 200% 밑으로 내려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 지분 8.15%(작년 6월 말 기준으로 약 42조원)를 보유 한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가 하락이 기타포괄손익누계액 감소로 이어져 가용 자본이 줄었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해 6월 81500원 수준이었지만 9월 6만1500원으로 25% 가까이 내려앉았다. 이로 인한 삼성생명의 지난해 3분기 삼성전자 주식 평가손실액은 약 4조3000억원 발생했다.
아울러 지난해 4분기 말 국채 10년물 금리가 2.855%로 직전 분기말 대비 0.137%p 떨어진데다 삼성전자 주식이 추가로 하락 할 경우 삼성생명의 자본 안정성은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지난달 삼성전자의 주가는 9월 말 대비 17% 추가로 하락했다.
상황이 쉽지 않은 건 삼성생명 뿐만이 아니다. 생보 '톱3'인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의 경우 같은 기간 킥스 하락 방어엔 성공했지만 작년 3분기 말 각각 164.1%, 170.1%를 기록해 200%를 하회했다. 동양생명은 같은기간 5.9%p 내린 160.3%, 미래에셋생명은 4.2%p 떨어진 193.8%를 각각 기록했다.
금리 인하 흐름이 예상되면서 앞으로도 킥스 하락세는 손보사보다 생보사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날 전망이다. 이미 큰 폭의 하락을 나타내는 보험사도 적지 않다. DB생명 킥스는 작년 3분기 216.5%로 21.3%p 대폭 하락했다. KB라이프는 299.2%에서 272.3%로 한 분기 만에 27.0%p 내려왔다.
가뜩이나 생보사는 금융당국이 내놓은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가이드라인의 적용도 앞두고 있다. 4분기 재무제표에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게 되면 킥스 비율의 추가 하락이 나타날 전망이다. 특히 무·저해지 구조 성격인 단기납 종신보험을 대거 판매한 대형 생보사의 경우 보험계약마진(CSM)의 큰 폭 하락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