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과 경찰청이 협업한 ‘사기 감지 시스템’ 고도화 관련 설명. 사진=당근마켓 |
고물가 기조로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중고거래가 이른바 짠테크(짠돌이+재테크) 전략으로 비교적 저렴하게 제품을 구매할 수 있어 주목받은 만큼 이 같은 소비심리를 악용한 사이버 사기 피해가 갈수록 늘어나 사회적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중고거래업계에 따르면, 최근 당근마켓은 경찰청의 사이버 사기 피해 신고 이력 조회 시스템의 데이터 연동을 고도화해 이용자 보호망 구축 강화에 나섰다. 기존 경찰청 ‘사이버캅’ 앱을 통해 소비자가 판매자의 사기이력을 일일이 조회하던 것을 자동화함으로써 고객 편의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사이버캅은 최근 3개월 내 3회 이상 경찰에 신고된 휴대전화 번호·계좌번호·이메일 주소 등 신고 이력 데이터를 활용해 사기 의심 거래를 실시간으로 색출하는 범죄예방 앱이다.
시스템 고도화를 통해 당근마켓은 사기 이력으로 제재된 판매자가 거래를 시도할 경우 자체적으로 구매자에게 관련 내용을 알리는 경고 알림 메시지를 발송한다.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가 변경됐거나 과거 게시글에 사기 이력이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이번 고도화 작업은 이전부터 운영해 온 사기거래 감지 시스템을 안정화시키는 취지"라며 "내부적으로 확대 운영 방안 고려해 추후 사기 이력 감지 범위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고나라도 현재 자체 플랫폼 내 ‘중고나라 사기 통합조회’ 서비스를 운영하는 등 안전한 거래 환경 구축에 힘쓰고 있다. 휴대폰 번호와 계좌번호, 메신저 ID 등을 검색하면 판매자의 거래 사기 이력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 5월부터는 사기 피해보상 프로그램인 ‘중고나라 케어’도 도입했다. ‘중고나라 케어’는 공식 앱을 통해 중고나라 페이로 거래한 상품 중 물건을 수령하지 못한 건에 한해 최대 100만원까지 보상하는 프로그램이다.
중고나라 관계자는 "사기는 순간적으로 발생한다. 사이버캅은 신고 단계까지 넘어가야 범죄 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한계"라며 "자체 사기 조회 시스템을 운영해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사기 거래를 탐지할 수 있는 것이 중고나라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들이 안전거래 강화에 집중하는 이유는 빠르게 덩치를 불린 중고거래 규모에 비례해 사이버 사기피해 규모도 급속도로 늘어난 탓이다. 2008년 4조원을 기록한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지난해 24조원으로 약 6배 성장했다고 업계는 추산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인천 계양갑)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집계된 중고거래 사기 검거 건수와 피해액은 각각 8만4107건, 3606억100만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사기 건수는 12만3168개 줄었지만, 피해액은 오히려 897억5400만원 늘었다.
특히, 2014년 202억1500만원으로 집계된 중고거래 사기 피해액은 지난해 3606억여원으로 8년 새 17배 가까이 급증했다. 지난해 발생한 피해액만 8년 간 누적 피해액(6504억7400만원)의 절반 이상에 이른다.
이 같이 중고거래를 악용한 범죄 사례가 속출하는 만큼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급선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법상 중고거래는 사이버금융범죄에 포함되지 않아 계좌 지급정지 의무화 대상에서 제외돼 있기 때문이다.
유 의원은 "중고거래 피해자는 민사소송을 통해 계좌지급정지를 할 수 있지만 비용과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마저도 피해자가 가해자의 이름과 계좌번호 등 기본 정보를 알고 있어야 하고 법원을 통해서만 신청할 수 있어 실효성이 전혀 없다"면서 "피해자 보호를 위해 계좌 지급정지 제도를 확대 및 개선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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