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원유소비국인 중국에서 경기침체 등으로 수요가 위축되자 내년 국제유가 반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집권 2기 출범, 글로벌 원유생산 증가 등도 유가에 하방 압박을 가할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26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따르면 지난 24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내년 2월월물 선물 가격은 배럴당 70.10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WTI 가격은 중동지역의 확전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지난 4월초 배럴당 86.91달러까지 치솟았지만 원유시장 참가자들은 중국 경기둔화와 이에 따른 원유 과잉공급에 주목했다.
특히 중국 정부가 지난 9월부터 경기부양책을 줄줄이 발표했고 지난달 중국 원유 수입은 큰 폭으로 반등했지만 유가는 횡보세를 이어가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달 원유 수입은 4852만톤으로 전년 동기대비 14.3% 급증했다. 이는 7개월만에 첫 증가세이며 하루평균 수입량은 지난해 8월 이후 최대 규모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그럼에도 유가가 반등할 조짐을 보이지 않는 배경엔 글로벌 원유수요가 여전히 둔화될 것이란 우려가 짙기 때문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최신 석유시장 보고서에서 내년 원유 수요 증가량을 중국의 경기 침체 등을 이유로 하루 185만 배럴에서 154만 배럴로 줄였다. 이에 OPEC과 주요 산유국 연대체인 OPEC+는 내년 중으로 계획하던 원유 증산 시점을 1년 늦추기로 이달초 합의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미국산 원유 증산 정책, 관세 정책 등을 채택할 것으로 예상되자 유가 하락 우려는 더욱 커졌다. 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내년 금리인하 속도조절로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것이란 관측도 유가 하락 요인이다.
이를 반영하듯,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내년 유가 하락 전망에 줄줄이 동참하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골드만삭스, JP모건, 모건스탠리 등을 대상으로 최근 조사한 결과 내년 WTI와 브렌트유 평균 가격은 배럴당 각각 67.44달러, 71.57달러에 이를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조사인 11월(69.67달러·74.44달러) 조사보다 하향 조정된 수치다. 또 2026년에는 WTI 평균 가격이 61.96달러로 폭락하고 브렌트유 역시 66.21달러로 크게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JP모건은 비(非)OPEC+ 산유국 주도로 내년과 2026년 글로벌 원유시장에서 각각 하루 평균 120만배럴, 90만배럴이 과잉공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ING는 경기둔화, 부동산시장 침체, 전기차 대중화 등으로 중국이 앞으로 글로벌 석유 수요 증가에 차지하는 비중이 기존 50% 이상에서 20%로 쪼그라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내년 브렌트유 평균 가격을 65달러로 예상하는 등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OPEC에 이어 다른 주요 에너지 기관들의 전망도 밝지 않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달 발표한 월간 보고서에서 OPEC+가 내년 감산계획을 현행대로 유지하더라도 하루 95만 배럴어치의 원유가 과잉공급될 것이라고 내다봤고 미 에너지정보청(EIA)도 이달 '단기 에너지 보고서'(STEO)에서 브렌트유가 내년 1분기 배럴당 74달러에서 4분기 72달러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브로커업체 페퍼스톤의 콰자 엘리준디아 전략가는 “거시경제적 데이터의 변화, 향후 OPEC+ (감산정책) 결정 등이 유가 향방을 좌우해 주목을 받을 것"이라며 “유가 흐름은 잠잠한 것으로 보이지만 거시경제적 요인들이 복잡하게 상호작용하고 있고 이는 언제든지 가격을 급격하게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JP모건 애널리스트들은 “과잉될 공급량을 측정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