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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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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초연결사회 위기 빠트린 카카오 사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0.18 10:18

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대한경영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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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대한경영학회 회장


지난 15일 오후 3시 30분께 SK C&C 판교 데이터센터에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 발생 직후, 데이터센터의 전원이 차단됐고, 국내 최대 플랫폼 기업인 카카오와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의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거의 전 국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특히 카카오모빌리티를 이용하는 택시기사들이나 퀵, 택배 기사들은 카카오 먹통 사태로 인해 영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카카오톡 뿐만 아니라 카카오T, 카카오지하철, 카카오페이지 등의 카카오 서비스들과 다음포털, 다음뉴스, 다음카페 등의 다음(카카오)서비스들에 문제가 생겼다.

초연결사회의 빛을 만끽해 온 국민들은 카카오톡이 끊긴 토요일 오후, 당혹스러움과 불편함을 겪으면서 초연결사회의 그림자를 경험하게 됐다. 올초 기준 카카오톡의 국내 월간활성사용자(MAU) 수는 4743만 명.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의 월 사용자 수(8월 말 기준)는 각각 460만 명, 1290만 명이다. 카카오 대란으로 피해를 보지 않은 국민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카카오톡의 장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0년전인 2012년 4월 4시간의 서비스장애가 발생했고, 지난 4일에는 18분의 서비스장애가 발생했는데 원인을 공개하지 않았다. 2018년부터 최근까지 5년새 총 20건의 장애가 발생했는데도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서 이번에는 결국 대형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카카오가 멈추자 대한민국이 멈췄다.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 등 카카오 서비스 대다수가 24시간 이상 장애를 겪으면서 전 국민이 불편을 겪어야했다. 카카오 사태로 플랫폼 경제의 민낯이 드러났다. 이번 화재로 서버 전원이 차단되면서 데이터센터에 입주한 카카오, 네이버 등의 서비스에 문제가 생겼다.

네이버는 쇼핑 검색 등 일부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했지만 같은 날 오후 9시30분경 정상화됐다. 반면 카카오는 국민 메신저로 통하는 카카오톡을 비롯해 다음(포털), 카카오맵(지도), 카카오페이(송금), 카카오모빌리티(택시·대리 호출), 카카오게임즈, 멜론 등 대다수 서비스가 중단됐다. 같은 곳에서 화재가 발생했는데, 네이버는 6시간 만에 복구를 했는데, 카카오는 복구하는데 훨씬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두 기업의 위기 대응 능력의 차이도 살펴봐야 한다.

카카오톡 멈춤 사태는 독점 온라인 플랫폼의 위험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플랫폼 독점은 일상생활과 경제는 물론 국가 안전까지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문제가 심각한 것은 국내 거대 온라인 플랫폼은 디지털 세계의 포식자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회가 타다와 같은 혁신 모빌리티를 금지하면서 택시 시장을 장악한 카카오택시는 택시 부족과 요금 폭등에 기름을 붓고 있다.

정보통신업계와 정부 당국은 이번 사고를 반면교사 삼아 근본적인 장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를 비롯해 모든 기업과 단체들도 소통 수단의 다양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정보통신체계 마련을 고심해야 한다. 카카오톡을 이용한 일상 대화는 물론이고 회사 업무·쇼핑에 차질을 빚고 택시 호출과 배달 주문도 못 받는 일상 파괴가 이틀 이상 계속됐다. 해당 기업과 기업을 관리 감독을 해야 하는 정부 당국이 함께 빚은 국가재난급 참사다. 사고 징후도 여러 번 있었다.

카카오톡 장애는 올해만 벌써 여섯 번째다. 2월에 QR체크인 오류, 7월에는 카카오톡 선물하기 페이지에서 접속 오류, 10월에는 메시지 전송 장애 등이 발생하더니 급기야 15일에 대형 참사가 벌어졌다. 카카오톡에서 시작해 페이·택시·뱅킹 등 온갖 서비스로 사업을 넓힐 생각만 했지 데이터를 안전하게 관리할 생각은 덜한 것이다. 실제로 카카오는 자체 데이터센터가 없고, 지금 건설 중이다. 반면 네이버는 2013년 춘천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했고, 이번 화재에 따른 서비스 장애도 조기에 복구했다. 카카오의 처절한 반성과 대책이 필요하다.

카카오의 재해 대비가 크게 부족한 것도 문제고, 말만 IT 강국이지 인프라 관리나 위기 대응 시스템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카카오는 사태의 근본 요인을 스스로 잘 살펴보고, 국민들에게 원인과 대책을 밝혀야 한다. 12년 만에 계열사를 136개나 둔, 자산 규모 32조원의 국내 15위 대기업으로 급성장하면서 빠뜨린 게 무엇인지 되돌아봐야 한다. 또한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이번을 계기로 정부도 대국민 IT서비스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사전에 철저하게 점검하고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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