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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빠진 독에 물붓기?’...한전發 자금시장 혼란, 총대멘 시중은행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1.22 16:25

올들어 한전채 발행규모 25조 육박...시중 유동성 흡수



당국, 자금시장 경색에 자금조달 수단 은행 대출로 전환



하나은행 6천억 포함 은행권 연말까지 최대 3조원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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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한국전력의 대규모 적자에서 촉발된 자금시장 혼란이 끝없는 악순환에 빠지고 있다. 한국전력이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21조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메우기 위해 대규모 한전채를 발행하면서 시중 자금을 모두 흡수한 데 이어 최근에는 은행권마저 ‘적자 메우기’의 구원투수로 나선 모습이다. 

시중은행들은 5000억~6000억원씩 총 2조~3조원 상당의 운영자금을 한전에 대출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전기요금을 큰 폭으로 올리지 않는 상황에서 이러한 임시방편의 정책으로는 한전의 대규모 적자 구조를 해소하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 하나은행, 6000억원 대출...금리 연 5.5∼6% 수준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 가운데 한국전력에 가장 먼저 운영자금을 대출하기로 한 곳은 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은 운영자금 차입을 통한 대출 입찰을 통해 한전에 6000억원 상당의 자금을 연 5.5~6% 수준의 금리로 대출하기로 했다. KB국민은행, 우리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들도 이날 2차 입찰을 거쳐 연내 한전에 총 2조~3조원 규모의 자금을 대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중은행이 한전에 자금을 대출하기로 한 것은 자금시장 경색을 막겠다는 당국 지침의 일환이다. 한국전력은 올해 원/달러 환율 상승,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 등에 따른 비용 증가로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21조834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한전은 운영자금을 조달하고 대규모 적자를 메우기 위해 올해 들어서만 25조원에 육박하는 채권을 발행했다.

한전채는 신용등급 AAA로 우량등급으로 분류되는데다 금리 역시 이달 8일 5.990%까지 치솟을 정도로 높은 편이다. 이에 시중 유동성이 모두 한전채로 쏠리자 정부는 한전채 발행 자제를 요구하는 한편 한전의 자금조달 수단을 은행 대출로 전환하는 안을 추진 중이다.

연말까지 시중은행이 한전에 투입하는 자금이 최대 3조원인 점을 고려할 때, 하나은행을 포함한 4대 은행이 각 5000억~6000억원의 자금을 빌려줄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5대 금융지주가 올해 연말까지 채안펀드를 포함해 총 95조원 규모의 시장안정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만큼 각 은행 사정에 따라 세부 대출 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전에 대한 자금 공급은 이달 초 금융당국과 협의한 시장 안정화 대책 중 하나"라며 "각 은행 사정에 따라 한전 대출이 아닌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에 자금을 더 집중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 정부, 한전채 발행 한도 확대 추진...전문가 "적자 장기화 불가피"


은행권에서는 한전이 현재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국내 독점적 전력판매 사업자라는 지위를 감안할 때 사업 구조가 안정적이라는 데 주목하고 있다. 통상 시중은행이 수십조원의 적자를 기록 중인 기업에 수천억원 상당의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부담이나, 한전의 사업구조가 독과점 구조인 만큼 일반 기업과는 평가 기준이 상이하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출 규모만 보면 다른 기업들과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큰 자금이긴 하지만, 한전의 사업 구조 등을 고려할 때 시장에서 한전채를 평가하는 것과 시중은행이 한전의 신용도를 평가하는 눈높이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 상승, 원자재 가격 급등 등을 고려할 때 현재의 자금 돌려막기 식으로는 한전의 근본적인 재무구조를 해소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정부 입장에서는 기준금리 인상, 인플레이션 압력 등을 고려할 때 전기요금을 올리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최근 정부는 한전채 발행액 한도를 한전의 자본금과 적립금을 더한 금액의 5배, 8배, 10배까지 올리는 것을 골자로 하는 한국전력공사법(한전법) 일부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해당 법안이 국회에 상정된 것은 정부가 결국 전기요금 인상보다는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을 택한 것"이라며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 환율 급등 등을 고려하면 전기요금을 큰 폭으로 올리지 않는 한 현재와 같은 임시방편으로는 한전의 적자 구조를 해소하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ys106@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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