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통한계가격(SMP)상한제 공동대책위원회가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SMP상한제 반대 규탄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이원희 기자. |
[에너지경제신문 이원희 기자] 다음달로 예정된 전력도매가격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재생에너지 사업의 수익성 논란이 제기됐다.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이 전력가격 상한제 시행 땐 원가 회수조차 어렵다며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집단행동을 하는 등 상한제 시행에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대출에 의존해 사업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최근 금리 인상으로 상한제까지 시행되면 이자비용도 건지기 어려워 결국 사업을 접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반면 정부와 학계 전문가들은 상한제에도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이 충분히 수익을 얻을 수 있는데도 업계 이기주의에 사로잡혀 과도한 주장만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일부 전문가는 전체 재생에너지사업자의 80% 이상을 상한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는데 업계가 반발하는 것은 전체 사업자를 볼모 삼아 정치 투쟁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23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25일 국무조정실 심의를 거쳐 다음달부터 전력도매가격인 계통한계가격(SMP) 상한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정부의 상한제 도입 수정안에 따르면 SMP 상한선 기준은 킬로와트시(kWh)당 약 160원으로 정해졌다.
SMP는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사들이는 가격 기준이다. 다만 재생에너지 전력에 대해선 SMP 기준 대가 지불에 더해 보조금 성격의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까지 발급해준다. 재생에너지 사업자는 발급받은 REC를 시장에 팔아 SMP에 더해 추가 수입을 올리고 있다. 이에 정부는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이 연료비 급등에 따른 SMP 고공행진 속에서 과도한 수익을 챙기면서 경영악화 상황에 놓인 한국전력공사의 전력구입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원인으로 꼽았다. 특히 재생에너지의 경우 햇볕과 바람 등 자연자원을 활용해 연료비 변동과 무관한데도 연료비 상승에 무임승차해 부당한 혜택을 보고 있다는 게 정부 등의 시각이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업계를 대표하는 단체들은 정부와 전혀 다른 입장이다. 우선 재생에너지의 경우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안보 등의 차원에서 필요한 에너지원으로 반드시 시장 논리 만으로 접근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당분간 정부 등의 지원을 통해 보급을 늘려야 하는 분야라는 뜻이다. 또 신재생에너지 사업자가 최근 겨우 어려움에서 벗어났는데 SMP 상승을 이유로 갑자기 상한선을 설정, 수익을 축소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맞섰다.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사업자의 총 수입은 2012년 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도입 후 본격적인 재생에너지 보급 시기에 REC 가격 포함 kWh당 200원 안팎으로 설계됐다. 그러나 최근 5년 안팎 기간에 SMP와 REC가격 추락으로 재생에너지 사업자의 총 수입은 큰 폭으로 줄어들어 올해 SMP 상승 이전까지만 해도 손실을 보는 등 고전했다는 게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은 SMP 상한제 도입에 반대하지만 설령 상한제를 도입하더라도 상한선 기준을 당초 수입 설계 때 수준인 kWh당 200원까지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 수정안 160원보다 40원(25%) 높여달라는 것이다.
□ 태양광 사업자 20년 운영 비용 및 수익 사례 분석(기준 : 설비용량 109kW, 단위:원)
총 수익 | 529,000,000 | ||
총 비용 | 초기투자 | 240,000,000 | 398,000,000 |
이자 | 85,000,000 | ||
유지관리 | 48,000,000 | ||
인버터 교체 | 25,000,000 | ||
순이익 | 131,000,000 |
재생에너지업계의 SMP상한제 공동대책위원회는 SMP 상한제 도입 반대의 핵심 이유로 이자비용이 최근 두 배 넘게 오른 점을 꼽았다. 이들은 태양광 사업에 대한 대출금리가 지난해 약 2.5%에서 올해 5% 이상 올랐다고 주장했다.
SMP상한제 공동대책위원회는 △한국재생에너지산업발전협의회 △전국태양광발전협회 △한국태양광공사협회 △한국풍력산업협회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대한태양광발전사업자협회 △연료전지산업발전협의회 등 12개 협·단체들이 모여 만들었다.
그 결과 설비용량 109킬로와트(kW) 태양광발전사업을 20년 동안 운영하는 기준으로 이자비용이 4250만원에서 8500만원까지 늘었다고 강조했다. 설비용량 109kW 태양광 투자금액 총 2억4000만원 중 7000만원 자본금에 1억7000만원을 은행에서 대출했을 때다. 3년 동안 이자만 갚고 17년 동안 원금을 균등하게 상환하면서 이자를 갚을 때 기준이다. 태양광 설비용량 109kW는 태양광 장기고정가격계약을 체결한 사업자의 평균설비용량이다.
설비용량 109kW 태양광의 20년 예상 수익은 5억2960만원이다. 올해 상반기 태양광 장기고정가격계약 평균가격 kWh당 184.9원(REC 가중치 1.19)과 발전평균시간 3.6시간을 적용했다.
이자비용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억2900만원 중 8.0%(4250만원)에서 16.0%(8500만원)으로 늘게 됐다.
이자비용과 설비 교체비용, 안전관리 및 보험 등 유지관리비용을 제외하면 20년간 총 수익은 3억7100만원으로 추산됐다. 투자 원금 2억4000만원을 빼면 20년 발전사업의 순 이익은 1억3100만원이다.
공동대책위원회는 이같은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원금회수 기간은 15년 이상 걸리고 각종 세금을 납부하면 수익률은 더욱 하락한다고 주장했다.
이자비용이 오른 것을 SMP 상승으로 보전해야 하는데 SMP가 상한선에 묶이면 이자비용 증가 부담이 고스란히 손실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SMP 상한선 기준을 kWh당 160원에서 200원으로 올려달라고 세종시 산업통상자원부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 모여 기자회견을 하게 된 배경이다.
다만 이같은 계산방법으로는 재생에너지 사업자에게 유리하게 계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준이 모호하고 비용과 수익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되지 못했다는 의미다.
한 에너지공기업 관계자는 "장기계약 낙찰가도 평균에서 제각각이라 전체로 보기 힘들고 금리도 항상 달라진다"며 "REC 가중치도 1.19가 아닌 1.5를 받아 발전수익을 더 받는 사업자도 있어 기준이 애매해보인다"고 설명했다.
에너지업계 전문가는 "투자에 대한 회수 기간은 미래에 생길 수익과 비용의 가치를 현금흐름을 고려해 지금 시점으로 평가해서 계산해야 제대로 구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 사업자에게 유리하도록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며 "해당 분석에서 이자비용을 현재 금리를 기준으로 단순히 금액을 합산했기만 했다. 상한가를 해도 수익이 그래도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학계 인사는 "정부가 최근 재생에너지 업계의 요구를 반영, 수정안을 통해 전체 발전사업자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발전용량 100kW 미만을 상한제 대상에서 제외하고 상한선도 높이는 등 큰 폭으로 완화했다"며 "그런데도 특정 사업자들이 주도하는 단체들이 마치 전체 재생에너지업계를 대표하는 양 다수 선량한 사업자들을 볼모 삼아 정치 투쟁을 벌이는 것 아닌지 의문"이라고 쏘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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