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아파트 재건축 현장.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최근 수도권 아파트 청약 시장에서 다자녀 특별공급 미달이 잇따르면서 ‘무늬만 특공’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특공은 분양가 9억원 이하만 가능하기 때문에 분양가가 비싼 수도권 아파트 특공 대부분은 전용면적 49㎡ 이하로 공급된다. 다섯 식구 이상의 다자녀 가구가 거주하기에는 비좁을 수 있다. 청약 수요자들은 더 넓은 면적을 공급하거나 분양가를 낮추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경기에서 분양한 대단지 아파트 다자녀 가구 특별공급 물량이 대거 미달됐다.
최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경기 광명시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는 특별공급 742가구 모집에 701명이 접수해 모집인원을 다 채우지 못했다. 특히 다자녀 가구 유형이 모든 주택형(49·59㎡)에서 미달되는 등 성적이 가장 저조했다.
서울 주요 분양 단지에서도 다자녀 가구 특공 성적은 부진했다.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특별공급 1091가구 모집에는 3580명이 지원해 평균 3.2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 중 다자녀 가구 전용 49㎡ 62가구 모집에는 45명만이 접수했다.
강동구 ‘장위자이 레디언트’는 다자녀가구 특별공급 71가구 모집에 18명만 청약통장을 던졌다. 전용 49㎡ 유형에서 총 11가구가 공급됐지만 단 1가구만이 접수했고 59㎡ 유형 25가구 모집에도 1가구만 접수하는 데 그쳤다.
반면 해당 단지의 생애최초 특공 71가구 모집에는 1233가구가 접수해 평균 경쟁률이 17.4대 1을 기록하는 등 선방했다. 1~2인 가구가 많은 생애최초 특공 특성상 면적이 다소 좁아도 상관없다는 판단이 내포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관점에서 생애최초 특공 결과와 다자녀 가구 특공을 비교했을 때 다자녀 특공에서 유독 미달이 많이 나오는 데는 가구 구성원이 많은 데 비해 공급 유형의 면적이 좁다고 판단하는 수요자가 많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49㎡의 경우 방2개·화장실 1개의 투룸 구조가 대부분이다. 다섯 식구가 거주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셈이다.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다자녀 가구 특공이 자녀를 많이 키우기 때문에 정부에서 주는 혜택인데 실상은 너무 좁아서 당첨된다고 한들 자녀 셋을 데리고 거주할 수가 없다"며 제도 개선을 성토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이러한 논란은 지방보다는 수도권 분양 시장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특공 공급은 분양가를 기준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분양가가 비싼 단지일수록 특공 물량 면적이 좁을 가능성이 높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행 제도상 투기과열지구에서 분양가 9억원을 넘으면 특공에서 제외하고 있다. 현재 투기과열지구는 서울 25개 자치구와 서울 인접 경기권[과천·광명·성남(분당·수정구)·하남시] 등이다.
투기과열지구 내에서는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84㎡의 경우 분양가 9억원을 넘기기 십상이다. 최근 분양한 올림픽파크 포레온과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 등은 3.3㎡당 분양가가 각각 3829만원, 2896만원으로 책정돼 전용 84㎡의 분양가는 13억원대, 10억원대로 9억원을 넘어섰다.
이러한 이유로 특공 관련 기준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수년째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마련된 개선안은 없는 실정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4인 가구 이상이 거주해야 하는데 주거면적이 너무 좁아지니까 49㎡ 이하 면적은 현실적으로 이들이 거주하기 어렵다"며 "더 넓은 면적이 공급될 수 있도록 변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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