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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접경지대’ 설움 파주 주민들, 서울 도심 ‘직주근접’ 꿈을 이루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12.29 13:09

지난 27일 개통 GTX-A 운정중앙역-서울역 구간 타보니

최고속도 180km/h 21분만에 도착···출퇴근 시간 대폭 단축

‘지하 9층’ 환승 불편 감수해야···임산부 배려 부족 아쉬워

GTX-A 운정중앙-서울역 노선에 투입되는 열차 내부. 일반 지하철과 크기는 비슷하지만 수용인원을 늘리기 위해 좌석을 14개 줄였다. 임산부 배려석은 두

▲GTX-A 운정중앙-서울역 노선에 투입되는 열차 내부. 일반 지하철과 크기는 비슷하지만 수용인원을 늘리기 위해 좌석을 14개 줄였다. 임산부 배려석은 두 자리만 운영되는데 일반 좌석과 구분이 쉽지 않다. 사진=여헌우 기자.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 경기도 파주시 땅값이 오른다는 말이 있었다. 낙후 지역이지만 통일이 될 경우 발전할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아직도 파주 하면 임진각만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그만큼 서울과 동떨어진 지역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앞으로는 이 같은 편견이 사라질 듯하다. GTX-A가 등장하며 수도권 서북쪽 주민들의 서울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운정중앙역에서 서울역까지 21분30초만에 이동할 수 있게 됐다.


새롭게 개통한 GTX-A 서북부 노선을 27일 탑승해봤다. 운정중앙역, 킨텍스역, 대곡역, 연신내역, 서울역을 거치는 32.3km 구간이다.


서울역에 있는 GTX-A 환승 통로. 지하 9층 깊이에서 열차가 다니다보니 환승하러 오는 데 시간이 꽤 소요된다. 사진=여헌우 기자.

▲서울역에 있는 GTX-A 환승 통로. 지하 9층 깊이에서 열차가 다니다보니 환승하러 오는 데 시간이 꽤 소요된다. 사진=여헌우 기자.

서울역에서 어렵지 않게 입구를 찾을 수 있다. 1·4호선 환승통로 중간쯤 별도 진입공간이 마련됐다. 철도가 지하 9층 가량 깊이에서 다니도록 설계돼 있다 보니 내려가는 데 시간이 꽤 소요됐다. 서울역 KTX 대합실에서 환승통로를 지나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니 탑승구까지 5분 가량 걸렸다. 이용객이 몰릴 때 에스컬리에터를 사용하게 되면 시간이 더 필요할 전망이다.


GTX-A 사업시행자인 에스지레일 측은 이번에 개통한 노선 내에 고성능 엘리베이터를 다수 설치했다고 소개했다. 이용객들의 편의를 위해 서울역(2개)을 제외한 나머지 정차역에 엘리베이터를 6~8개씩 준비했다. 최성철 에스지레일 건설운영본부장은 “지하철역에서 볼 수 있는 장애인용 엘리베이터는 분당 60m 정도 이동하지만 GTX-A용은 분당 150m 이상 움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성철 에스지레일 건설운영본부장이 GTX-A 열차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에스지레일은 GTX-A 사업시행자다. 사진=여헌우 기자.

▲최성철 에스지레일 건설운영본부장이 GTX-A 열차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에스지레일은 GTX-A 사업시행자다. 사진=여헌우 기자.

열차 내부는 익숙했다. 현대로템이 만든 GTA 전용 열차지만 사람이 많을 때 타면 일반 차량과 구분하기 힘들 듯하다. 대신 수용 인원은 확실히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크기가 거의 같지만 한 량 안에 좌석을 한 칸 줄였기 때문이다. 7석짜리 좌석 4줄, 3석짜리 노약자석 4줄이 있다.


승하차 편의를 위해 문 크기도 더 키웠다. 사람들이 타고 내릴 때 혼잡도를 줄여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큼직한 소화기가 입구 바로 옆에 보여 믿음직스러웠다. 임산부에 대한 배려는 많이 아쉽다. 한 칸에 2개 좌석밖에 없는데 그나마 색깔을 너무 연하게 표시해 일반 좌석과 구분하기 힘들었다. 인형이라도 놓지 않으면 임산부조차 배려석을 찾기 힘들 정도다.


내부에서는 열차 속도가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가장 빠를 때 180km/h까지 속력을 냈다. 다른 지하철과 비교해 확실히 진동이 더 많이 느껴졌다. 대신 소음은 비슷한 수준이다.


대곡역에 마련된 종합상황실. 이 곳에서는 GTX-A 노선 전반에 대한 운행을 총괄 지휘한다. 사진=여헌우 기자.

▲대곡역에 마련된 종합상황실. 이 곳에서는 GTX-A 노선 전반에 대한 운행을 총괄 지휘한다. 사진=여헌우 기자.

서울역에서 연신내역까지 5분여만에 닿았다. 대곡역까지는 11분 정도 소요됐다. 대곡역에 마련된 종합상황실을 방문해봤다. GTX-A 노선의 안전한 운행을 총괄 지휘하는 곳이다. 이미 개통한 구역 폐쇄회로(CC)TV 750여개를 감독할 수 있다.


안전에 대한 관리도 여기서 책임진다. 상황판 안에서는 터널, 작업자, 선로횡단, 열차진입, 송풍기, 방화·방수문, 비상 엘리베이터, 지진 등과 관련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종합상황실 직원 21명은 24시간 교대 근무를 하고 있었다. 주간에는 열차 업무를 보고 야간에는 유지보수를 위한 작업통제를 주로 한다.


운정중앙역에 도착해서는 잘 갖춰진 환승 시스템이 눈길을 잡았다. 버스정류장이 실내에 마련됐다. 광교중앙역처럼 버스가 도착하면 지하철을 타듯 밖으로 나가면 되는 구조다.


돌아오는 열차는 운정중앙역에서 서울역까지 한 번에 타봤다. 21분 가량만에 내릴 수 있었다. 기존 파주 시민들이 운정역(경의중앙선)에서 서울역까지 오는 데는 50분 가까이 걸렸었다. 광역버스를 타면 1시간을 훌쩍 넘긴다. 시간과 관련해서는 GTX-A가 이들 삶의 질을 확실히 높여줄 것으로 예측된다.


전 구간 이용 시 운임은 4450원이다. 기본요금 3200원에 거리요금이 붙는 구조다. 주말에는 10% 할인된다. 아직 정기권 출시 계획은 없다. 케이패스를 이용해 일정 금액을 환급받을 수 있다.


GTX-A 노선도. 운정중앙역에서 서울역가지 21분여만에 이동할 수 있다. 사진=여헌우 기자.

▲GTX-A 노선도. 운정중앙역에서 서울역가지 21분여만에 이동할 수 있다. 사진=여헌우 기자.

관건은 출퇴근 시간 시민들이 얼마나 질서 있게 역을 이용하는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정중앙역 기준 엘리베이터가 8대 준비되긴 했지만 개찰구부터 타는 곳까지 거리가 너무 짧다. 모두 엘리베이터를 타려 할 경우 극심한 혼잡이 우려된다. 엘리베이터(21인승)를 타면 지하 1층부터 지하 8층까지 30초 가량 걸린다. 에스컬레이터를 타보니 1층에서 지하 9층까지 5분이 넘게 걸렸다.


초기에는 배차 간격도 길다. 운행 안정화를 위해 우선 7개 편성 열차로 약 10분 간격 운행하기로 했다. 내년 1분기 중 배차간격이 6분30초 수준으로 변경된다.


GTX-A 노선 운행시간은 오전 5시30분부터 익일 오전 1시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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