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한 쇼핑몰의 모습(사진=EPA/연합) |
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제로 코로나’를 해제하면서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가 나오지만, 얼어붙은 소비의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더딜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중국인들이 지난해 대출은 덜하고 저축은 늘렸는데, 이러한 추세가 바뀌고 소비가 진작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인들의 신규 대출액은 3조 8300억위안(약 711조 2000억원)으로 전년의 7조 9200억위안(약 1477조 4000억원) 대비 51.6% 급감, 2014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신규 저축액은 기록적으로 많은 17조 8400억위안(약 3312조 8000억원)을 기록했으며, 전년의 9조 9000억위안(약 1838조 6000억원) 대비로는 80.2% 급증했다.
WSJ은 지난해 부동산 경기 둔화에 따른 주택 판매 부진으로 모지기(주택담보대출) 수요가 줄었고 코로나19 봉쇄로 일상 소비도 타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상 회복에 따라 지난달 춘제(春節·설) 연휴에 여행 분야 등의 소비가 호조세를 보였지만, 경제적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부동산처럼 목돈이 들어가는 소비가 회복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천즈우 홍콩대 석좌교수는 "지난해 가계와 기업의 심리가 급락했다"면서 "미래가 불확실할 때 사람들의 첫 번째 반응은 돈을 모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코로나19 확산기 이후 경기 활황을 맞이했던 미국과 다르다면서, 미국과 달리 중국 정부는 자국민에게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실업자들이 기댈 사회 안전망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중국인들이 저축 필요성을 더 체감하게 됐다는 것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지난해 말 50개 도시 예금자 2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가 자신의 일자리 전망이 불확실하다고 답했고, 4분의 1가량은 소득이 줄었다고 답했다.
저축·소비·투자에 대한 선호도를 묻는 질문에는 ‘저축’(62%)을 택한 응답자가 ‘소비’(23%)나 ‘투자’(약 6%)보다 많았으며, 2019년 조사 당시의 45.7%보다 늘어났다고 WSJ은 덧붙였다.
노무라의 루팅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연말 있었던 제로 코로나 해제, 경기 진작책 발표,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3분기는 되어야 소비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씨티그룹의 류리강은 중국인들의 현 상태가 1930년대 대공황에서 빠져나올 당시 미국인들과 비슷하다면서, 저축을 늘리는 방향으로의 장기적인 추세 변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어 1∼2분기에도 소비가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상당수가 5% 이상으로 예상하는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재검토할 필요가 생길 것으로 봤다.
반면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경제 회복이 주로 소비주도형이 될 것"이라며 중국 성장률 전망을 기존 4.1%에서 5%로 상향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