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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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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초고령 시대,간병·돌봄인력 확충 서둘러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5.30 14:40
방준석 숙명여자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대한약국학회 회장

방준석 숙대 약대 교수

▲방준석 숙명여자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대한약국학회 회장

초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세계적으로 웰빙과 삶의 질,그리고 건강수명 개념이 부각되고 있다. 이 가운데 건강수명은 육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나이다. 2020년 기준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평균 83.5세(남자 80.5세, 여자 86.5세)지만 건강수명은 66.3세에 그친다. 남자는 14년,여자는 20년을 건강하지 못한 상태로 말년을 보내는 현실이다. 인체는 34세, 60세, 78세 전후에 급속히 노화가 진행되는 데 50대부터 사망률이 갑자기 높아지다가 80대에 최고에 이른다. 지난해 기준 한국인의 1인당 평균 외래진료 횟수는 14.7회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1위, 재원일수는 19.1일로 2위다. 여기에 고령인구의 증가세까지 고려하면 의료자원 확충과 의료비 절감은 물론 ‘노인돌봄’ 문제도 심각하게 인식하고 준비할 과제다.

우리나라의 노인복지제도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가 건강보험공단 주관의 노인장기요양보험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65세 이상인 생활빈곤자에게 제공되는데, 먼저 건보공단에서 등급을 인정받아야 한다. 두번째는 지자체가 제공하는 노인맞춤 돌봄 서비스로 65세 이상이면서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기초연금수급자 등 재산여건에 따라 차등을 둔다. 중복수혜가 불가하기 때문에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자라면 비록 기초수급자라도 지원대상에서 제외된다. 셋째는 국민연금공단이 제공하는 장애인활동 지원서비스다. 장애정도를 바탕으로 19세 이상이면 노인이 아니라도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65세가 되면 혜택이 종료되며 무조건 노인장기요양보험서비스로 이관된다. 이 제도는 고령자를 위한 이중삼중의 보호막이 아닌 선별적 혜택으로 최소한의 공적부조 성격이다. 빠른 고령화 때문에 이 제도의 지속가능성은 불투명하다. 특히 젊을 때 평균소득층으로 분류된 이들의 노후 돌봄은 상대적으로 국가지원상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 더구나 현행 연금제도와 사회보장제도의 문제점은 젊을 때 시작된 수혜의 불평등성이 노년이 돼서는 더 심화되는 구조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 노인 돌봄 패러다임이 이전 요양원과 요양병원 모델에서 다르게 변하고 있다. 2017년 노인실태조사 결과 57.6%가 거동이 불편해도 살던 곳에서 여생을 마치고 싶어하지만 별 수 없이 병원·시설에서 지내며, 재가 서비스 제공이 불충분해 가족이 부담을 떠안고 있었다. 이에 돌봄 불안을 해소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살던 곳에서 건강한 노후를 보내도록 주거·의료·요양·돌봄 서비스 개선 정책으로 ‘지역사회 통합 돌봄 기본계획 이른바 ’노인커뮤니티케어’ 정책이 2018년 11월에 발표됐다. 추진 로드맵과 함께 주거, 건강·의료, 요양·돌봄, 서비스 통합 제공 등 중점 과제가 제시됐고 이듬해 6월부터 2년간 16개 시·군·구에서 모형도출을 위한 선도사업을 시행했다. 2025년 돌봄 제공 기반 구축을 완성하며 중점 과제로 △주거지원 인프라 확충 △방문건강 및 방문의료 △재가 돌봄 및 장기요양 △서비스연계를 위한 지역 자율형 전달체계 구축 등이 제시됐다. 하지만 선행사업 성과와 정책방향을 뜯어보면 지역사회 여건에 적합한 모형의 도출보다는 대부분 시설 확충과 시스템 구축에 초점이 맞춰져 매년 수십 조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정책인데도 현실성과 지속가능성에 한계가 있다.

초고령사회를 위한 연금제도의 개혁도 미진하다. 국가와 가계 부채는 늘고 있고 세수는 부족하다. 노인의료를 위한 원격의료나 돌봄 인력 확충에 필요한 의료법 및 간호사법의 제·개정은 본질보다는 직역간 다툼과 정쟁으로 변질되며 돌봄 정책이 자칫 고비용구조로 왜곡될 수 있다. 커뮤니티 케어 도입 전이라도 최소생계비 보장, 장애인 및 빈곤자를 위한 공적지원 확대, 대소변 처리와 목욕 같은 위생관리, 만성질환 지속관리를 진행하자. 노인을 위한 간병과 돌봄 인력 확보를 서두르지 않으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미래세대에 전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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