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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서 2800억 손실…이번엔 78조원 해외 부동산 펀드 경고등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7.18 16:07

4년 전 해외 부동산 펀드 부실 수면 위로

홍콩 오피스 빌딩 투자금 2800억원 증발 위기



증권사·은행 등 국내 다수 금융기관 투자해

고금리 기조에 전체 금융 시장으로 확산될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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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휘청이면서 국내 금융기관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에서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등 부실 위험이 속출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미래에셋증권 등 국내 주요 금융기관들이 4년 전 홍콩 오피스 빌딩에 투자한 2800억원을 회수하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코로나19 이후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투자금 손실이 불가피해서다. 저금리 시절 무리하게 강행했던 해외 부동산 투자가 고금리 기조에 접어들면서 부실로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 계열사인 멀티에셋자산운용은 이날 집합투자재산평가위원회를 열고 ‘멀티에셋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4호’ 펀드 자산의 80~100%를 상각할 예정이다.


◇ 홍콩 부동산 휘청… 오피스 빌딩 보증 불발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019년 4월 홍콩에 위치한 오피스 빌딩인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GFGC)’ 빌딩의 메자닌(중순위) 대출에 투자했다. 대출 규모는 2억4300만달러로 당시 환율 기준 약 2800억원 수준이었다.

당시 중순위 대출의 짧은 만기 대비 연 5% 이상의 높은 수익성을 내세워 투자자를 모았다. 미래에셋증권이 자체 자금 300억원을 투자하고 나머지 2500억원을 펀드를 조성해 한국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우리은행 등 국내 주요 금융기관과 초고액 자산가들에게 판매했다.

하지만 보증을 섰던 골딘파이낸셜홀딩스의 최대 주주이자 홍콩 부호로 알려진 판수통 회장이 파산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와 고금리 여파로 임대차 시장이 휘청이면서 빌딩 가격이 떨어졌다. 이에 선순위 대출자였던 싱가포르투자청(GIC)과 도이치방크가 빌딩 매각을 단행했고 이들은 원금을 회수했다.

하지만 미래에셋을 포함한 나머지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미래에셋증권 측은 원리금 회수를 위해 선순위 대출자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미래에셋은 최우선 과제로 본 펀드가 보유한 중순위 채권의 원리금 회수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법적 절차 등을 통해 투자자 보호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4년 전 홍콩 오피스 빌딩 투자에 투자자가 몰린 데는 국내 대형 증권사가 주도한 만큼 안전하다는 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인데 불과 4년 만에 부실로 돌아온 셈이다. 이번 사태로 주요 금융기관들이 부실 논란에 휩싸이면서 금융업계 전체로 파장이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금감원은 오는 20일 해외 대체투자와 관련해 점검 차원에서 증권사 임원진과 간담회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 해외부동산펀드 78조원 위기 급부상


해외 부동산 펀드 규모는 해마다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집계된 올해 해외 부동산 펀드 순자산 총액은 78조3680억원으로 5년 전인 지난 2019년 6월 말 47조6996억원 대비 64.3% 증가했다. 해외 부동산 펀드 비중은 전체 해외투자펀드의 24%에 달하며 대체투자(부동산·특별자산) 펀드로 넓히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금융기관들은 몇 년간 이어져온 저금리 기조에 해외 부동산으로 투자를 확대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와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오피스를 비롯한 상업용 부동산 시장 침체가 시작됐다. 오피스 공실률이 높아졌고 임대료가 급격하게 하락 조정되면서 해외 부동산 펀드 손실 위험도 높아졌다.

CBRE코리아가 지난 10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를 전후로 전 세계적으로 오피스 투자 선호도가 감소했다. 지난 2019년부터 2022년 사이 미국과 유럽의 오피스 투자 규모는 각각 25%, 35%씩 하락했다. 특히 홍콩의 경우 지난해 오피스 투자 규모가 2021년 대비 4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금융기관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이 점차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역시 공모펀드로 편입한 독일 트리아논빌딩에 대해 임의 매각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트리아논빌딩의 주요 임차인이던 ‘데카뱅크’가 임대차 계약을 연장하지 않으면서 공실률 상승에 빌딩 자산 가치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이지스운용이 빌딩을 임의 매각할 경우 이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의 자산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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