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임상 호재에도 시장은 외면
오너리스크, 기업 가치 훼손 중심에
R&D 투자 축소, 재무적 위기 신호?
신약 출시·실적 개선·신뢰 제고 필요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신풍제약 사옥. [사진=신풍제약]](http://www.ekn.kr/mnt/file_m/202503/news-p.v1.20250311.752a5d9c61654c01a360cacb6c01be1d_P1.png)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신풍제약 사옥. [사진=신풍제약]
'코로나 대박주'로 불리며 20만원대를 상회했던 신풍제약의 주가가 끝없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종에서 최대 호재로 꼽히는 신약 임상 소식에도 시장은 반응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는 대주주인 오너 일가의 사익 추구 논란이 불거지며, 기업 가치 훼손에 대한 우려가 시장의 신뢰를 뿌리째 흔들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신풍제약 주가는 이달 들어 8000원 안팎을 횡보하고 있다. 이는 2020년 9월25일 최고치(21만4000원) 대비 96% 빠진 수준이다. 신풍제약 주가가 8000원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19년 이후 약 6년 만이다.
해마다 신약 개발의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는 소식이 잇달아 전해졌음에도 주가는 하향곡선을 그렸다. 실제로 신풍제약은 △2022년 'COVID-19 치료제 피라맥스정의 임상 3상 시험계획 영국 승인' △2023년 '하이알플렉스주(골관절염 주사요법제 SP5M001주) 품목허가신청(2024년 허가 승인)' △2024년 급성 허혈성 뇌졸중 치료제 SP-8203(optalimastat) 임상 3상 시험계획 승인을 허가 받았다.
이렇듯 호재가 이어진 상황에서도 주가가 끊임없는 하향세를 탄 것은 신약 출시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과 경영진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통상 임상 3상 시험계획 승인은 곧 신약 출시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신약 개발의 마지막 관문에 들어섰다는 점에서 주가를 끌어올리는 '빅호재'다. 특히 이런 소식이 해마다 이어진다면 주가는 우상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신풍제약 주가를 최고치로 끌어올렸던 원인인 코로나19 치료제 피라맥스는 기대만큼의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 신약 개발의 마지막 관문은 통과했어도 출시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시장에 번졌기 때문이다.
대주주 및 오너 일가의 기업 가치 훼손 논란은 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신풍제약 창업주 2세이자 사장이었던 장원준 전 대표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임상 결과, 즉 내부정보를 미리 알고 손실을 회피한 혐의를 받고 있다. 치료제 개발이 임상시험 2단계에서 중요한 평가지표인 유효성 목표를 충족하지 못했는데, 이 사실을 알게 된 장 대표와 일가가 신풍제약 주식 지분을 대량 매도했다는 의혹이다.
금융당국은 이들이 2021년 4월 신풍제약 주식 200만주를 1680억3200만원에 매도해 369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회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 측은 이들의 관련 행위를 전면 부인하며, 진실이 왜곡됐다고 반발하지만 시장의 시각은 싸늘한 수준이다.
실적 부진도 주가를 끌어내리는 원인이다. 신풍제약의 영업손실 규모는 △2021년 143억원 △2022년 340억원 △2023년 474억원으로 점차 확대됐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200억원 규모로 전년 대비 절반 이상 줄었는데, 이는 매출의 유의미한 변화가 아닌 연구개발(R&D) 비용 축소를 통한 것이었다.
임상 2~3상을 진행 중인 신약 개발 기업들의 경우, 주주들도 어느 정도의 영업손실을 감내하는 경향이 있다. 막대한 R&D 비용 투입이 불가피해서다. 이에 신풍제약도 지난해 직전까지 R&D 비용을 해마다 늘려왔다. 실제 신풍제약의 연구개발비는 △2020년 87억원 △2021년 209억원 △2022년 331억원 △2023년 441억원이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약 200억원(전년 대비 55%) 수준으로 대폭 줄었다.
R&D 비용은 제약사가 가장 마지막까지 유지하려는 핵심 투자 항목이다. 이를 급격히 줄였다는 것은 그만큼 재무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신풍제약의 순영업활동현금흐름은 -30억원이다. 전년말 -138억원 대비 사정은 나아졌으나 여전히 마이너스 성장세인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신풍제약은 대주주가 이미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주가가 크게 꺾였기 때문에 더 이상 호재가 통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신약 출시와 실적 개선이 꾸준히 진행돼야 주가 반등이 그나마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