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9월 08일(일)
에너지경제 포토

정훈식

poongnue@ekn.kr

정훈식기자 기사모음




[EE칼럼] 영화로 본 에너지 이야기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0.03 07:24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허은녕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타노스(Thanos)는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미국 영화 시리즈 ‘어벤져스’에 등장하는 인물로 마법의 돌 여섯 개를 구해 손가락을 튕겨서 전 세계 생명체의 절반을 없애버린 악당이다. 타노스에 맞서는 어벤져스는 타노스가 마법의 돌들을 모으지 못하게하려고 힘을 합친다. 이를 위해 최첨단 과학기술을 동원하고 자신의 희생도 불사한다.

타노스 같은 악당들은 여러 영화에서 자주 등장한다. 해괴한 과학기술을 사용해 수많은 사람을 희생으로 몰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악당들이다. 007시리즈나 미션 임파서블, 킹스맨 시리즈의 악당들도 이런 부류다. 그런데 문제는 타노스가 왜 이렇게 무자비하게 생명체의 절반을 없애려고 하였는가이다. 그 원인은 타노스가 살던 고향별이 다름이 아닌 자원고갈과 환경파괴로 인해 망했기 때문이다. 타노스가 그 해결책, 그러니까 동족의 절반을 없애자는 방안을 제시하였으나 고향별의 지도자들이 듣지 않아 결국 별이 망하게 되자, 이제 자신이 직접 나서서 세상이 망하는 것을 막아보겠다고 나선 것이다. 어벤져스의 원작이 1950~1960년대에 제작된 마블(Marvel)사가 제작한 만화인 점을 고려하면 그 시절에도 자원고갈과 환경파괴 이슈가 주요 이슈였다는 점이 상당히 흥미롭다.

그런데 여기서 짚고 가야 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타노스가 자기가 찾은 여섯 개의 스톤을 사용해 인류의 절반을 죽이는 짓을 하지 않고도 충분히 자원고갈과 환경파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여섯 개의 마법의 돌 중 하나인 테서랙트(스페이스 스톤)는 아예 청정한 에너지를 무한에 가깝게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영화에 나온다. 다른 스톤들도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 마법의 돌들을 잘 사용했다면 얼마든지 모든 문제를 평화롭게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무대를 옮겨 한국 영화 ‘설국열차’로 가보자. 영화의 배경은 날씨가 너무 추워져서 사람들이 살 수 없게 된 지구에서 단 하나의 열차만 생태계가 살아있고 그 열차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줄거리다. 그런데 왜 지구가 그렇게 추워졌는지를 설명하는 부분이 재미있다.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려다가 방법이 지나쳐 지구의 온도를 너무 낮춰 버렸다는 설정이다. 인공적인 방법으로 너무나 차가워진 지구는 영화의 막바지에 가서야 스스로 생태계가 작동해 생명체가 살 수 있을 정도로 따스해진다.

일본의 대표 만화영화 작가인 미야자키 하야오의 초기 히트작인 ‘미래소년 코난’은 태양광에너지를 사용해 만든 초자력 무기로 지구가 파괴된 상황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영화 속에 인공위성을 통해 태양 빛을 반사해 높은 밀도의 에너지를 무한정 생산하는 시설인 삼각탑은 현대의 기술로 태양열발전소다. 007 영화의 고전 ‘황금 총을 가진 사나이’에도 악당이 비슷한 시설을 사용해 막대한 자본을 축적한다. 그런데 만화영화에서 이 삼각탑을 움직이는 비밀을 알고 있는 라오 박사는 코난 등 주인공들에게 무한한 에너지를 찬양하지 않고 오히려 그 무서움을 일깨운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삼각탑은 악당과의 전투와 지진으로 결국 바다 속으로 가라앉고 주인공들은 새로운 마을을 찾아 떠난다.

위의 영화들을 물론 여러 다른 영화들에서도 영화인들은 강력하고 무한한 에너지원은 전쟁과 파괴의 원인으로, 여럿이 협력해 얻을 수 있는 작은 에너지원은 좋게 그리고 있다. 아무리 청정해도 에너지원의 힘이 무한대가 되면 결국 지구를 멸망시키는 동력원이 된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앞으로도 인류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에너지를 사용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에너지 생산 및 사용 방식만으로는 영화에 나타난 문제들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 세상이 모두 영화 같지는 않지만, 인류가 함께 노력해 그 해결책을 찾고 오랫동안 같이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