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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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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무탄소에너지 정책, 기업에게 또 다른 짐 아닌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1.12 08:12

유종민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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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민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지난달 19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 관계장관회의에서 CFE(Carbon Free Energy·무탄소에너지)를 ‘범 정부적 아젠다’를 설정하고 ‘국제 협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부족한 재생에너지 잠재량을 고려해서 마찬가지로 저탄소 전원인 원자력과 수소를 추가한다는 취지는 좋다. 하지만 국제사회 혹은 공급망 사슬의 최정점에 있는 재생에너지 주도자들로 만들어진 해외 대기업들이 이미 만들어진 RE100 네트워크에 CFE라는 새로운 이니셔티브를 인정해줄지 걱정이다.

CFE로 국제연대를 강화해 나가겠다는 것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중국과 함께 가자는 ‘일대일로(一帶一路)’처럼 CFE도 개발도상국에게는 억지주장스럽다. 정부의 CFE 계획안 마지막에 보면 공적개발원조(ODA) 확대가 따라 붙는거 보니, 아무도 호응 안할 CFE를 위해 개도국들의 지지 한마디 받기 위한 반대급부가 두렵다. 한국형 원전과 수소 인프라라도 지어줄 생각일까. 세일즈 외교에서 상대국에 ‘무탄소(CF) 연합’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동참을 이끌어내는 것도 공짜는 아닐 것이다. 사실 재생에너지의 활용을 주 목적으로 하는 RE100과 온실가스 자체의 전방위적 감축을 목표로 하는 CFE는 서로 다른 결을 가진 제도다. 물론 둘다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큰 공통분모가 있지만 말이다.

엄밀히 말해서 온실가스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보는 별개의 문제로 봐야 한다. 한국에서도 온실가스배출권 거래제가 존재하고 있음에도 재생에너지의 비중 자체를 더 늘리기 위해 위해 신재생에너지의무화 제도를 따로 두고 있다. 그럼 태양광 발전소를 세워서 재생에너지도 늘리고 온실가스도 감축해 사업성을 확보하는 일거양득을 사업자들이 취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예컨대 태양광을 이용해 재생에너지 발전 실적을 취득하면 이를 만약 신재생에너지의무화 제도의 충족에 사용하고 나면, 이로부터 발생된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배출권거래제에서 따로 수익화 하는 것이 원천 차단돼 있다. 두 제도가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유사 제도들을 가진 국가들도 마찬가지로, 과거에 이런 제도에 대한 철학과 목적을 가지고 출범했음에도 세월이 지나면서 당국자들도 업무파악이 안되다 보니 이를 자꾸 섞어서 운영하려는 생각들을 하게 된다. CFE를 들고 나온 것도 근본적으로는 이러한 제도에 대한 개념과 배경의 혼동이 자리잡고 있다고 본다.

그냥 CFE 혹은 CF100으로 별도로 슬로건을 내걸든, 아니면 따로 원자력· 수소·재생에너지 등 무탄소 전원 활용을 개별적으로 운영하든, 실질적으론 큰 차이가 없다. RE100이란 ‘골문’은 너무 멀어 보이는데 재생에너지 발전 실적의 가격은 높아져만 가고 원전은 늘리기가 쉽지 않으며 수소는 단가가 안맞으니 CFE라는 새로운 ‘골문’을 만든 것이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CFE가 목표로 하는 온실가스 감축과는 별도로 재생에너지 확보를 주 목표로 하는 RE100에 대한 대체개념으로는 수용이 어렵다는 것이다. 마치 서로 사이즈가 다른 볼트와 너트처럼 호환이 불가능하다. RE100이 재생에너지를 저렴한 값에 확보할 수 있는 일부 선진국들의 신종 무역장벽이든, 뭐든 그 목적이 어떻든 간에 재생에너지 확대 자체를 목적으로 출범한 것이기 때문에 거기에 우리가 CFE를 들이밀어 봐야 인정해 주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기후변화 대응 정책으로서의 무탄소 전원은 별개로 키워 나가면 된다. 싼 값으로 할 수만 있다면,안정적으로 원전을 운영하고 수소경제를 이룩해 극적인 온실가스 감축에 성공하는 한국을 국제사회는 인정해줄 것이다. 다만 이미 국제 공급망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RE100 조건과는 별개로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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