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김기환 KB손해보험 대표, 편정범 교보생명 대표, 정종표 DB손해보험 대표. |
[에너지경제신문=박경현 기자]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수장이 바뀌면서 올해 말부터 내년 초 임기만료를 맞이하는 타 보험사 수장들의 연임 여부에 시선이 모인다. 인물마다 각종 예측이 나오는 가운데 올해는 업계 내 일어난 세대교체 바람 등이 연임에 다양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 김기환 KB손보·편정범 교보생명 대표 등 연임 촉각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말 김기환 KB손해보험 대표의 임기가 만료된다.
김 대표를 두고는 취임 이후 꾸준히 기록한 호실적으로 인해 무난한 연임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KB손해보험은 올해 3분기 6803억원의 누적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사옥 매각 차익 1570억원과 올해 계리적 가정 변경 손상금액 520억원을 감안하면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35% 가량 늘어난 수치다. 이에 올해 KB금융지주의 비은행 계열사 중 가장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 김 대표는 취임 후 1년이 지난 지난해에도 581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전년 대비 103% 이상 성장시켰다. 최근에는 김 대표의 공격적 상품 개발과 영업력이 시장에 적중하며 이목이 모이기도 했다. KB손보가 지난 3월 출시한 어린이보험은 출시 이후 한달 간 약 2만9000건이 판매되면서 지난해 KB손보 어린이보험 평균 판매량보다 약 2배 이상 늘어났다.
다만, KB금융지주 수장이 올해 양종희 회장으로 바뀐 점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양 회장이 KB손보 사장을 지낸 이력이 있어 보험 계열사 대표 선임에 보다 깊은 개입에 나설 수 있는데다, KB금융 계열사 대표 임기의 암묵적 룰인 ‘2+1’ 임기를 채운 점도 교체 가능성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편정범 교보생명 대표는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편 대표는 지난 2021년 3월부터 신창재 회장과 3인 체제로 교보생명을 이끌다 현재는 신 회장과 각자대표 체제로 경영 중에 있다. 윤열현 전 대표까지 3인 체제였으나 지난해 윤 전 대표가 고문으로 물러나며 투톱체제가 됐다.
편 대표의 경우 2인 체제로 전환된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과 현재 교보생명의 지주사 전환이라는 굵직한 현안을 잡고 있는 점 등의 요소로 인해 연임으로 안정성을 꾀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그러나 3분기까지의 실적이 부진했고 교보생명이 최근 1970년대생을 중심으로 임원인사를 단행하는 세대교체 분위기가 도는 점은 연임에 있어 불안함을 키우는 요소다. 교보생명은 3분기 실적만 별도로 보면 순손실 329억원으로 전년 동기 1204억원의 순익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3분기에 신한라이프와 KB라이프생명, 동양생명 등 타 생보사들이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교보생명의 뒤를 쫓는 모양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편대표가 임기 중 디지털 부문 혁신을 주도한 점은 주목할 만한 성과로 꼽힌다"며 "오픈뱅킹과 같은 서비스 등 보수적인 업계 분위기를 뚫고 전 금융권과 거래가 가능한 계좌정보 조회, 계좌이체 기능 등을 마련한 점을 높이 사는 듯 하다"고 설명했다.
◇ 정종표 DB손보 대표도 교체 대상…업계 키워드 ‘세대교체’
올해 1월 지휘봉을 잡게 된 정종표 DB손해보험 대표도 내년 3월 임기 만료 시기를 맞이한다. DB손보는 올해 초 김정남 부회장과 정 대표의 투톱 체제를 이어오다 지난 3월 김 부회장이 물러나며 정 대표의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정 대표의 경우 단독 대표 체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는 평가로 인해 무난한 연임이 예상되고 있다. DB손보는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2% 감소했지만 새 회계제도(IFRS17) 아래 주요한 수익지표로 꼽히는 계약서비스마진(CSM)이 12조6000억원을 기록해 업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올해 말 임기 만료를 맞는 최문섭 NH농협손보 대표는 취임 첫 해인 지난해 전년 대비 33.2% 증가한 1147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올 상반기에는 작년 상반기보다 95% 증가한 141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나타냈다. 다만, NH농협금융 계열사에서 CEO가 연임한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은 최 대표의 연임을 불투명하게 하는 요소로 꼽힌다. 아울러 이은호 롯데손해보험 대표, 임규준 흥국화재 대표, 원종규 코리안리 대표 등도 내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다.
한편, 최근 보험업권 수장이 줄줄이 교체되고 있는 가운데 ‘젊은 인사’라는 키워드가 부각되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 20일 밝힌 인사 단행을 통해 40대 중반의 나이인 김중현 대표를 내정했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 23일 김재식 대표 단독 체제로 전환한 인사를 시행했다. 김 대표는 1967년생으로 올해 만 56세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수장도 최근 나란히 바뀐 가운데 각각 홍원학 삼성화재 사장과 이문화 삼성생명 부사장이 대표로 선임됐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업계는 새 회계제도 도입으로 인한 불안정성과 수익성 다각화라는 두가지의 큰 과제가 있어 이를 잘 수행할 수 있는 인물이 수장으로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며 "무난한 실적을 기록했다고 하더라도 올해는 그룹 내 인적 쇄신이나 업계 내 부는 세대교체 바람의 작용도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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