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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변수에···현대차그룹 유럽 공략법 수정한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2.20 14:37

러시아 공장 14만원에 매각 결정···2년뒤 ‘바이백’ 조건



‘프랑스판 IRA’ 대응책 마련 고심···체코 공장 추가 투자 ‘저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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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러시아 공장 전경. 연합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전쟁, 보호무역주의 등 각종 변수 탓에 유럽 시장 공략법을 일부 수정한다. 2년여간 ‘셧다운’ 상태였던 러시아 공장을 매각하는 대신 체코 등 다른 거점의 역량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전날 임시이사회를 열고 러시아 공장 지분을 현지 업체 아트파이낸스에 넘기기로 결정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기존 생산시설과 2020년 제너럴모터스(GM)로부터 사들인 공장이 대상이다. 이 곳은 2021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후 부품수급 문제 등으로 현재까지 멈춰선 상태다.

현대차는 2007년 현지 법인을 설립해 러시아 시장에 진출했다. 2011년부터는 현지 생산을 시작해 다양한 전략 차종을 선보였다. 현대차·기아의 크레타, 리오 등은 인기 차종으로 발돋움했고 점유율 1·2위를 다투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업계에서는 연산 30만대가 넘는 공장의 매각 금액이 1만루블(약 14만원)이라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현지 판매가 크게 줄었고 고정비 부담이 커 어쩔 수 없는 선택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현대차는 매각 후 2년 내 공장을 되살 수 있는 ‘바이백’ 조건을 걸어놨다. 전쟁이 끝난 뒤 재진출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또 러시아 현지 상황을 고려해 기존 판매된 차량에 대한 애프터서비스(AS)도 지속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프랑스 시장에서도 전기차 전략을 수정할지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자국과 먼 나라에서 생산된 전기차를 보조금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면서다. 지난 14일(현지시간) 공개된 보조금 적용 리스트에는 한국, 일본, 중국 등에서 만들어진 전기차 대부분이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에 따라 기아 니로 등도 앞으로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됐다.

대신 체코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코나 EV는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됐다. 현대차는 우리 정부와 협업해 프랑스 측에 항의하는 한편 현지 공장 생산량을 늘리는 방법 등을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체코 공장에 수천억원대 투자를 감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5일 "프랑스 정부가 발표한 전기차 보조금 대상 차량 리스트에 대해 국내 수출 전기차가 포함될 수 있도록 업계와 함께 프랑스에 공식 이의 제기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이 유럽 공략법을 수정하는 것은 각종 외부 변수에 따른 것이다. 현대차·기아 모델들은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유럽 국가에서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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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의 대형 SUV 전기차 EV9. 이 차는 이달 초 유럽 진출을 앞두고 진행된 현지 신차 안전성 평가 프로그램 ‘유로 NCAP’에서 최고 등급인 별 다섯을 획득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지난 10월 유럽 판매는 8만9551대로 전년 동월 대비 9.3% 증가했다. 현대차가 9.4% 뛴 4만3223대, 기아가 9.2% 늘어난 4만6328대를 각각 팔았다. 1~10월 양사의 누적 판매는 94만543대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4% 많아졌다.

특히 전기차는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승승장구 하고 있었다. 10월 기준 현대차·기아의 유럽 내 전기차 판매는 1만2182대로 작년 10월보다 27.9% 증가했다. 기아 니로 EV(3677대), EV6(2736대)와 현대차 코나 EV(2147대) 등이 선전한 결과다. 이달 초에는 기아의 신차 EV9이 유럽 안전성 평가에서 최고 안전 등급을 획득하는 등 상품성도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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