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싱가포르에 구축한 ‘글로벌 혁신센터’란 이름의 공장 생산라인에서 아이오닉 5 로보택시를 검사하고 있다. |
1일 재계에 따르면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작년 12월 초 열린 ‘저성장시대 경제 활력 회복을 위한 규제 혁신 토론회’에 참석해 "고물가·고금리로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장기 저성장 구조를 극복할 필요가 있다"며 "과감한 규제 혁신으로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경제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강영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초빙교수도 "우리나라가 규제개혁에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관료 중심 규제 카르텔과 국회의 무능 때문"이라며 "민간 주도 규제 개혁과 의원입법 규제 영향 분석을 실시해 규제 카르텔을 무너뜨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계는 최근 경영 활동에 제약을 주는 제도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비교해 지나치게 높은 상속세, 글로벌 정세와 정반대로 계속 높아져간 법인세 등이 대표적이다. 국회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을 만들어 ‘최고경영자(CEO) 리스크’를 높인데다 소위 ‘노란봉투법’을 통과시키려는 움직임까지 한때 일어 기업들을 놀라게 했다.
경제계는 우선 당장 기업 활동이나 투자를 제한하는 대표적 ‘킬러 규제’를 개선해달라고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이와 관련 작년 말 국내 킬러·민생 규제 13건을 선정하고 이에 대한 개선 방안을 국무조정실에 전달했다.
한경협이 선정해 개선을 건의한 킬러 규제는 소관 부처별로 공정거래위원회 8건, 금융위원회 2건, 산업통상자원부 1건, 경찰청 1건, 국토교통부 1건 등 총 13건이다.
한경협은 공정거래위원회가 회사(법인) 또는 회사의 특수관계인(개인)에 기업집단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31조에 대해 자료 제출자를 법인으로 한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제출 자료의 정확성을 제고하는 한편 기업인을 범죄인화하는 사회 분위기를 완화하기 위해서다.
또 부당 지원 금지 등 완전 모자회사 간 내부거래를 규제한 공정거래법도 문제 삼았다. 현재 공정거래법 45조는 모회사가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자회사와 거래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사실상 경제적 동일체에 해당한 두 회사 간 내부거래가 제한된다면 효율성이 저하된다는 게 한경협 측 주장이다.
이와 함께 유럽연합(EU)이 동일 기업집단에 속하는 계열회사 간 협조적 행위는 경쟁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등 이러한 조항은 전세계에서 유례가 없다고 한경협은 설명했다.
한경협은 지주회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이 투자한 회사에 다른 계열사가 투자할 수 없도록 한 공정거래법 20조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다른 계열사는 CVC가 조성하는 펀드에만 참여할 수 있고, 투자한 회사 주식은 인수할 수 없어 시너지가 제약된다는 것이 이유다.
아울러 대기업집단의 계열사들이 지정자료 제출을 위해 회계감사를 받아야 하는 의무 위반 시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규정한 공정거래법 31조 등도 개정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대신 형사 처벌을 폐지한 후 행정 제재로 전환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산업 분야에서는 택지개발사업의 사업시행자가 개발부담금을 납부하도록 한 ‘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7조와 전기차 충전기에 내장된 전자장치와 소프트웨어 변경 시 형식승인을 재취득하도록 규정한 ‘계량에 관한 법률’ 제21조 등이 킬러 규제에 포함됐다.
이와 함께 보험사에도 은행, 증권사와 같은 지급결제 업무를 허용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화약류 판매소의 구조·시설·설비의 경미한 변경은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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