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화)
에너지경제 포토

박경현

pearl@ekn.kr

박경현기자 기사모음




출시 1년 ‘오픈페이’ 현주소…"실효성 낮고 수익성도 글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2.25 10:15

NH농협카드 합류로 진열 갖춰

삼성·현대·우리카드는 아직



시행 1년 지났지만 존재감 미미

온라인 미지원·사용 복잡



빅테크와 경쟁 밀려

업계 "혁신적 서비스 도입돼야"

open

▲오픈페이는 기존 빅테크사의 간편결제와도 힘겨루기를 해야 하지만 존재감이 미미한 수준을 가리키고 있는 실정이다


[에너지경제신문=박경현 기자] 출시 1년을 맞은 오픈페이가 간편결제 시장에서 여전히 경쟁력이 부진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NH농협카드의 합류로 보다 촘촘한 전열을 갖추게 됐지만 편의성 등 여전한 한계점으로 인해 이렇다 할 성과나 수익성을 안겨주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 농협카드 참여로 진영 키웠지만…삼성·현대·우리 미참여 여전

2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NH농협카드는 지난달 오픈페이 서비스를 개시하며 올해 카드사 중 마지막으로 오픈페이 서비스에 합류했다. 현재 ‘NH페이’의 사용자 인터페이스 등을 개편해 서비스를 개시한 상태다.

오픈페이(앱카드 상호연동 서비스)는 카드사 앱에 다른 카드사를 등록해 쓸 수 있게 기능을 추가하는 서비스다. 이전까지는 하나의 카드사 앱에 자사 카드만 사용할 수 있어 여러 카드를 쓰는 경우 일일이 앱에 접속해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 오픈페이는 이 같은 불편 해결을 위해 지난해 12월 출시됐다.

서비스 시행 1년 동안 국내 카드사들이 속속 합류하며 대열을 형성했다. KB국민카드와 하나카드가 오픈페이 베타테스트 시행을 통해 시작했고 신한카드, 롯데카드, BC카드 등이 서비스에 합류했다. 우리카드도 참여 의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전히 참여 시점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오픈페이는 해결되지 않은 여러 한계점들로 인지도나 활용성 면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우선, 농협카드의 참여로 인해 그나마 국내 간편결제 시장에서 힘을 얻게됐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오픈페이 시행 초기부터 삼성카드, 현대카드, 우리카드가 불참 의사를 밝히며 ‘반쪽짜리’ 라는 꼬리표는 여전히 따라붙고 있다.

하나의 카드사 앱에서 여러 카드사의 교차 결제가 가능하다는 점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해 준다는 의미가 있으나 삼성카드의 삼성페이나 현대카드가 제공 중인 애플페이와 비교했을 때 대항마가 되기엔 부족하단 평가가 적지 않다. 온라인 결제가 지원되지 않는 결제방식의 한계점이나 지문 인식 등 본인확인 절차만 거치면 결제가 가능한 애플페이에 비해 복잡하게 느껴지는 사용 절차 등이 오픈페이 사용자 확대를 가로막는 요소로 꼽힌다.


◇ 온라인 미지원·개별 앱 강화 추세…오픈페이 활성화 ‘첩첩산중’


오픈페이는 결제를 위해 카드사 앱에 접속한 뒤 추가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 불편이 따른다. 오프라인 결제를 할 경우에도 삼성·애플페이와 달리 잠금모드에서 결제가 불가능하고, 카드사용 알림 기능도 자사 카드에만 한정돼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온라인과 관련해선 서비스 출범 당시 여신금융협회가 올해 하반기 중 온라인 가맹점서 결제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당초 계획 시점보다 개시가 늦어지는 상황이다.

오픈페이는 기존 빅테크사의 간편결제와도 힘겨루기를 해야 하지만 존재감이 미미한 수준을 가리키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상반기 중 전자지급서비스 이용 현황’에 따르면 상반기 하루평균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건수는 2628만2000건, 이용금액은 8450억5000만원으로, 1년 전과 대비 건수는 13.4%, 금액은 16.9% 늘었다. 이 중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토스 등 빅테크사의 간편결제 건수와 금액은 각각 1462만6000건, 4156억5000만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각각 10.0%, 14.1% 증가했다. 반면 카드사의 입지는 줄어들었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간편결제 내 카드사 제공 서비스 점유율은 지난 2019년 43.8%에서 지난해 33.4%로 약 10%P 감소했다. 갈수록 커지는 간편결제 시장에서 카드사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결정적으로 서비스가 활성화 되더라도 각 카드사가 누리는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주요 카드사들이 현재 자사 여러 앱을 하나의 앱으로 통합해 운영하는 ‘슈퍼앱’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으로, 이는 지점이 없는 카드사들이 고객 방문수를 늘려 마케팅을 확대하는 것이 주된 목표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시장점유율이 낮은 중소형사의 경우 소비자가 오픈페이를 이용해 대형 카드사로만 결제할 가능성이 있다. 고객 점유율의 상이함으로 인해 대형 카드사 가입 고객이 중소형 카드사 앱애 접속해 결제할 가능성보다, 중소형사 앱에서 대형사 카드로 결제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자사앱에 고객 접속율을 높이기 위해 각 카드사가 많은 개발비를 쏟아붓고 앱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는 현재, 타 카드사 앱 접속 방문이 달갑지 않을 수 있다"며 "이런 이유로 우리카드의 합류가 늦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카드업계는 오픈페이의 소비자 각인을 늘리려면 활용처를 넓히고 기능을 확대할 수 있는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오픈페이가 무용지물로 여겨지는 것까진 아니지만 기존 간편결제 시장 내 대항마로 키우기 위해 힘을 모은 서비스인 만큼 소비자들이 기존 사용 서비스를 접고 오픈페이로 옮기려면 혁신적인 편리함이 없이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사용이 나타나면 그때부터는 개별 카드사에게 수익성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pearl@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