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43조3000억원이다. |
[에너지경제신문 박경현 기자] 금융권 전반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체 잔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우려를 키우고 있다. 보험사의 경우 금융권 내에서 두 번째로 높은 잔액을 기록 중이지만 연체율이 높지 않아 아직은 위험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금융권의 부동산PF 대출잔액은 134조3000억원으로 6월 말 대비 1조2000억원 늘었다. 연체율은 2.42%로 2분기 대비 0.24%P 늘어났다. 이 중 65%에 해당하는 87조5000억원은 은행과 보험사에서 발생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43조3000억원이다.
금융권 부동산 PF대출 연체율을 업권별로 보면 증권이 13.85%로 가장 높고, △저축은행(5.56%) △여신전문(4.44%) △상호금융(4.18%) △보험(1.11%) 등 순이었다. 은행은 0%대를 기록했다.
타 업권 대비 연체율이 높지 않은 까닭에 보험업계의 부동산 PF는 상대적으로 부실 위험이 적은 것으로 판단된다. 선순위 비중이 높아 연체율이 안정적 흐름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선순위 채권은 채권을 발행한 회사가 파산했을 때 돈을 우선적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 채권을 말한다. 보험사는 PF 연체잔액도 지난해 9월 2000억원에서 올해 5000억원으로 3000억원 정도 늘어난 수준에 그쳤다.
현재까지는 캐피탈, 저축은행, 상호금융, 신용카드 등 보험사를 제외한 제2금융권과 증권사에서 내준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큰 상황이다. 2금융권과 증권사의 대출 잔액은 지난 9월 말 46조7000억원으로 전체 금융권 대비 35%에 그쳤으나 연체잔액의 경우 1년새 1조1000억원에서 2조7400억원으로 2.5배 가량 불어났다. 이는 전체 연체잔액(3조2400억원)의 84.6%에 달한다.
다만 연체율이 석 달 만에 1.5배 넘게 치솟은 점과 대출잔액 비중이 높다는 점은 주시할만한 요소다. 회수가 어려울 것이라고 추정해 리스크 관리에 들어가는 ‘고정이하여신’, 즉 부실채권 비율은 9월 말 기준 은행이 400억원, 상호금융이 100억원인데 반해 보험은 5000억원 규모를 가리키고 있다. 캐피탈과 증권이 각각 1조와 1조2000억원인 것과 비교해서 작지만, 저축은행(5000억원)과 함께 작지 않은 규모다.
보험사들은 고객의 보험료를 적립해 추후 보험금으로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나중에 빠져나갈 자산 유동성 확보가 중요하다. 업계는 앞서 지난해에도 금융권이 부동산시장 자금 경색을 겪자 과거 판매한 고금리 저축보험의 만기가 겹쳐 차환 리스크가 확대되는 등 곤혹을 겪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PF 부실이 전 금융권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고 판단하면서도 업권의 리스크 관리와 유동성 대비에 대한 주문에 나선 바 있다. 금감원은 지난 14일 하반기 보험사 내부통제 워크숍에서 보험사 대체투자와 부동산 PF대출 등 고위험 자산의 손실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며 자체 리스크관리 강화를 강조했다.
일각에선 고금리 기조와 부동산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동안 부동산, 건설 대출 부실 뇌관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도 금융당국으로부터 보다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 회의에서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고 고금리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부동산발(發) 부실 투자 등이 우리 경제에 확산하지 않도록 금융당국은 선제적인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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