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시기별 자금 사정. |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우리나라 수출 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내년에도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는 28일 ‘제4분기 무역업계 금융 애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이 같이 밝혔다.
한국무역협회는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무역업계의 자금 사정 변화와 애로를 조사하기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분기별 설문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번 조사는 무역업계 514개 사를 대상으로 이달 14~15일 실시됐다.
조사에 따르면 지난 분기 다소 완화됐던 수출기업의 금융 애로가 전반적으로 다시 악화돼 금리 동결 및 인하 기대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자금 사정 어려움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 자금 사정이 ‘매우 악화’됐다는 응답(12.7%→13.0%)과 외부 자금 조달 사정이 ‘어렵다’라고 응답(45.9%→49.6%)한 기업이 지난 3분기(9월) 조사 대비 각 0.3%p, 3.7%p 증가했다.
특히 자금 사정 악화 원인으로 ‘원·부자재 가격 상승’을 1순위로 꼽아 전 분기 대비 경기 침체 등 비용 상승에 따른 애로가 커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자 비용이 ‘영업 이익과 같거나 초과한다’라는 응답은 상반기에는 감소세(1Q 67.7%→2Q 49.8%)를 보였다. 하반기 다시 악화됐으며(3Q 51.5%→4Q 53.5%), 매출 규모 100억원 이하 기업군에서 해당 응답이 우세하게 나타나 중소기업일수록 고금리 부담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자금 애로 극복 수단으로 기업들은 제1·2금융권 대출(70.4%), 정책 금융 이용(54.9%), 일상 경비 축소(25.9%) 순으로 응답했다. 전 분기 대비 ‘정책 금융 이용’ 응답률이 7.1%p 증가(47.8%→54.9%)해 정부의 정책금융 확대의 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 금융 이용 관련 애로사항으로는 지난 조사 대비 ‘신청 시기가 상반기에 집중돼 있다’는 문항의 응답률(1.3%→27.8%)이 크게 상승했다. 하반기 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금융 기관 예산 소진으로 해소되기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이 응답한 내년 연간 종합 자금 사정 지수(TF-BSI)는 76.8로 부정적인 응답이 우세해 내년에도 기업들의 금융 애로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TF-BSI는 현재 대비 내년도 종합 자금 사정에 대한 전망이다. 기준치 100보다 높을 경우 긍정적으로 판단하며, 100보다 낮을 경우 부정적으로 본다.
내년도 1분기에 대한 전망 지수는 74.5로, 응답 기업은 이자 비용 수준 증가(67.9)를 가장 우려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각종 금융 지원 대책과 기업의 매출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고금리 장기화가 누적되면서 기업들의 금융 어려움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수출 산업이 고금리와 금융 비용 부담으로 위축되지 않도록 정부와 금융권의 보다 세심한 정책집행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무역협회도 수시로 기업들의 금융 애로를 파악해 정부에 해소를 건의하는 등 수출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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