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6월 30일(일)
에너지경제 포토

박성준

mediapark@ekn.kr

박성준기자 기사모음




일본 엔화 환율 떨어진다더니…‘지진·연준’에 발목 잡히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1.05 10:51

엔/달러 환율 144.7엔…엔화가치 연초부터 3% 가까이 하락



美 연준 조기 금리인하 기대 완화…일본은행 마이너스 금리 정책 폐지 지연 가능성



엔화 과매수 구간…"엔/달러 환율 더 오를듯"

엔화

▲엔/달러 환율(사진=로이터/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작년 연말부터 꿈틀거리기 시작한 일본 엔화 통화가치가 올해는 본격 오를 것으로 예측됐었지만 이와 정 반대인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올해 금리 인하 기대가 과도하다는 우려가 강화된 데 이어 최근 발생한 강진으로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 폐지 시점을 늦출 것이란 관측이 부상하면서다. 두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바뀌면서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앞으로 더 뛸 것(엔화 약세)이란 전망도 나온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엔화 매도세가 이날 일본에서 미국 거래 시간까지 이어졌다며 엔화에 대한 트레이더들의 강세 전망이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약했다고 보도했다. 그 결과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연초부터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5일 한국시간 오전 10시 44분 기준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44.7엔을 기록, 주요 지지선인 145엔선 재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새해 첫 거래일인 2일에 엔화 환율이 달러당 140.8엔대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불과 며칠 만에 엔화 가치가 3%가까이 급락한 것이다.

이처럼 연초부터 엔화 환율이 급등한 배경엔 미일 금리차가 좁혀지는 시기가 지연될 것이란 관측이 부상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금리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3월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66% 수준으로 하락했다. 지난주에는 80%를 넘었었다. 특히 이날엔 민간 고용 지표가 견조한 것으로 발표되자 10년물 미 국채금리는 4%를 다시 돌파했다.

웰스파고의 아룹 채터지 거시경제 전략가는 "엔/달러 환율의 급등은 일본 특정의 요인보다 미 국채금리 반등과 더 관련이 있다"며 "연준 금리인하와 관련해서도 시장은 너무 빠르고 가파르게 반영해왔다"고 말했다.

이와 동시에 지난 1일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7.6의 강진 영향으로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이달 해제할 것이란 관측이 약해졌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모건스탠리 MUFG 증권을 비롯한 미즈호은행, 다이와증권 등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일본은행이 1월에 마이너스 금리를 폐지하지 않을 것이란 의견을 줄줄이 내놓고 있다. 가뜩이나 지진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예상되는 가운데 일본은행마저 긴축에 나선다면 경기가 다시 위축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즈호은행의 카라카마 다이스케 수석 시장 이코노미스트는 "해외 투자자들은 1월에 마이너스 금리가 끝날 것으로 기대해왔지만 현 상황을 감안하면 일본은행은 이달에 움직이지 않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며 "마이너스 금리가 1월에 폐지되지 않을 경우 올 상반기에 종료되는 것 조차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다이와 증권은 1월 마이너스 금리 폐지가 "더욱 불가능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런 와중에 일본 엔화가 과매수 구간에 진입했다는 기술적 지표가 나오면서 엔화 환율이 앞으로 더 오를 여지가 충분하다고 블룸버그는 내다봤다. 실제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지난 12월 한달에만 5% 가량 급락했다.

이에 따라 작년 초반에 목격됐던 엔/달러 환율 흐름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은행이 2022년 12월 10년물 국채금리 변동폭을 확대하는 등 사실상 금리 인상에 해당되는 결정을 내리자 2023년에 엔화 가치가 급등할 것이란 전망이 당시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엔화 환율은 오히려 33년만 최고 수준까지 근접하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도이체방크의 알랜 러스킨 거시경제 전략가는 "마치 데자뷔처럼 느껴진다"며 "올해 연초에는 엔화 환율 흐름이 미 국채가격이 오를 것이란 전망이 맞았는지 시장이 너무 앞서나갔는지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