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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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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확대 앞둔 건설사들 '초비상'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1.22 15:26

주요 건설사들 안전경영 '강조'



영세 건설사들 "사고 나면 문 닫을 판"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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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들이 안전사고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위 사진은 올해 첫 안전점검에 참여한 대우건설 백정완 사장과 현장 임직원들 모습.사진=대우건설


[에너지경제신문 이현주 기자] 새해 들어 건설사들이 안전사고 줄이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
고경영자(CEO) 주관 안전 점검을 실시하거나 선포식을 개최하는 등 안전경영에 더욱 고삐를 쥐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에 발 맞춘 행보지만 안전 투자 여력이 없는 중소·영세업체들은 자칫하면 문을 닫을 위기라며 한숨을 쉬고 있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지난 17일 1500가구 아파트를 짓고 있는 인천 서구 ‘왕길역 로열파크시티 푸르지오’ 현장에서 CEO 주관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이번 안전점검에는 백정완 사장, 김영일 최고안전책임자(CSO·전무) 외에도 심상철 노조위원장과 조달 및 안전보건 부문 임원·팀장 등 실무자들까지 대거 참여했다. 대우건설은 기본과 원칙을 강조하는 경영이념과 CEO, CSO 등 경영진의 강한 의지를 바탕으로 올해를 ‘중대재해 제로(Zero)’ 원년의 해로 삼겠다는 각오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16일 조태제 신임 CSO 주관으로 ‘안전점검의 날’ 행사를 진행했다. 조 신임 CSO는 현장 협력회사 대표들과 함께 현장을 둘러보며 안전 경영의 의지를 다졌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이번 점검에서 질식위험 공간에 대한 작업계획서 수립 여부, 산소농도 측정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봤다. 겨울철 핵심 체크 사항으로 관리돼야 하는 밀폐공간 양생작업 및 관리이행 현황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반도건설도 지난 16일 전국 20개 아파트 및 공공 공사현장에서 동시에 ‘2024년 안전보건방침 및 목표 선포식’을 개최했다. 반도건설은 이 행사에서 안전보건 리더십 향상 및 선진 안전문화 구축을 위한 안전보건경영방침으로 ‘소통을 통해 모두가 참여하는 안전보건문화 정착’을 선언했다.

이같은 건설업계의 안전경영 의지는 올해 초 발표된 신년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주요 건설사 CEO들은 신년사를 통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이라며 안전한 현장 조성을 주문했다.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은 신년사에서 "중대재해 제로, 품질하자 제로를 목표로 최고의 건설 품질을 선보이겠다"며 ‘미래기술 개발’, ‘고부가가치 해외사업 등에 대한 역량 결집’을 강조했다.

한성희 포스코이앤씨 사장도 "안전 최우선 경영으로 중대재해 제로를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며 "안전한 근로환경을 조성하고 안전보건 주체들의 참여와 협력을 기반으로 안전 문화를 확산시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안전경영을 실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건설사들이 이처럼 안전경영에 고삐를 쥐고 있는 이유는 지난 2022년 1월27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영향이다. 이 법은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 발생 시 ‘경영책임자’와 ‘원청’에 대한 처벌을 명시하는 등 안전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안전조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건설사들이 안전관리에 더욱 힘쓰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산재 사고가 날 경우 원청업체의 최고 책임자까지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다들 바싹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나마 형편이 나은 대기업들은 준비라도 하지만 영세한 중소 건설사들은 초비상이다. 오는 27일부터는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확대 적용되기 때문이다. 확대 대상 중소 건설사 대부분이 실제 중대재해처벌법을 이행할 준비가 되지 않아 ‘이상과 현실’과의 괴리를 호소하고 있다. 최근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전문건설사 781곳 대상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을 위해 안전 관리체계 구축, 인력·예산 편성 등의 조치를 한 기업은 전체의 3.6%에 그쳤다.

한 중소 건설사 관계자는 "안전 점검·관리도 결국은 돈이 문제"라며 "자칫 사고라도 나면 사업을 접을 수 밖에 없어 다들 한탄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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