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5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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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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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건설업계, 중처법·줄폐업·악성 미분양 '3중고'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1.25 15:34

지난해 폐업 건설사 2347건 전년 대비 23% 증가



준공후 미분양, 중처법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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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중단, 악성 미분양 증가, 중대재해처벌법 등으로 건설업계가 벼랑 끝 위기에 직면했다. 위 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픽사베이


[에너지경제신문 이현주 기자] "중소 건설사들은 안전 관리자 수급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안전·관리 업무 활동을 하려면 안전관리 전문가가 있어야 하는데 중소 건설사에는 아무도 오려 하지 않는다. 만약에 구한다고 해도 원하는 급여를 맞춰주는 것이 쉽지 않다. 이런 상태에서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다면 사업을 접어야 할 수도 있다."

25일 중소 건설사 대표 A씨의 호소다. 가뜩이나 건설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건설업계 전체가 벼랑 끝에 몰리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여야는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법안을 처리하는 문제에 대해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오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전면 적용되게 됐다. 앞으로 공사비 50억원 미만의 중소기업도 안전보건관리 담당자를 최소 1명 이상 둬야 한다. 또 중대재해 발생 때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그러나 대상이 되는 중소 건설사 대부분이 실제 중대재해처벌법을 이행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 실제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최근 전문건설사 781곳 대상 설문 조사를 한 결과 96.8%가 법 시행에 대비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중소건설업계는 위기를 호소하고 있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는 지난 24일 성명서를 통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중소건설업계는 법 적용에 대비하고자 노력해 왔지만, 열악한 인력·예산 여건으로 준비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중대재해처벌법을 2년 더 유예해달라고 촉구했다.

이같은 중대재해법 확대 시행은 가뜩이나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는 건설업계에게 ‘설상가상’이 되고 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부도난 건설업체는 모두 21곳으로, 전년 대비 7곳(50%) 늘었다. 지난해 건설업 분야 전체 폐업 신고 건수도 2347건으로 전년과 비교해 23% 증가했다. 법원 공고를 보면 지난해 12월 건설사 10여 곳이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고, 올해 들어서도 벌써 10개 업체가 법정관리에 나섰다.

악성 미분양으로 평가받는 준공후 미분양이 늘고 있다는 점도 건설업계에는 부담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1만465가구로, 전월 대비 2.4% 증가했다. 전년 동기(7110가구)와 비교하면 약 47% 늘어난 수치다. 준공 후 미분양은 입주 시작 이후에도 집주인을 찾지 못해 비어있는 집을 말한다. 통상 착공·분양 시점부터 완공되는데 2~3년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상품성이 크게 떨어진다.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중금리가 예상되는 상반기까지는 건설경기 부진이 예상되고 곧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건설업계를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며 "정부가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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