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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대한 생각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2.13 14:31
여헌우 산업부 기자

▲여헌우 산업부 기자

정부가 주가 부양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대통령이 새해 첫 행보로 증시 개장식을 찾더니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 저평가)'를 해소하겠다며 금융당국이 각종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주가를 올리라며 기업들 팔까지 비트는 모양새다. 약발이 있는지 증시도 나름 들썩이고 있다.


이 와중에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말이 자꾸 걸린다. 새마을 운동 구호를 외치듯 모두가 이 말을 쓰고 있다. 틀린 표현은 아니지만 접근법이 문제다. 우리나라 증시 규모가 지금보다 훨씬 큰 게 '정상'이라고 믿는 듯하다. 공부를 한 번도 한적 없는 학생이 시험에서 '0'점을 맞고 '성적이 잠깐 내려간 상태'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한국 증시는 저평가 받은 적이 없다. 지금 주가가 실력이다. 지주사, 중간지주사, 사업회사, 자회사 모두를 상장시켜주는 게 우리다. 기업은 온갖 규제에 발목이 묶여있다. 경제 성장을 이끌어온 제조업은 고비용 저효율이라는 늪에 빠졌다. 3류급 정치가 경제를 망치고 강성노조가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는 나라다.


경영 능력 없는 총수 일가 아들·딸이 회사를 망치는 사례는 또 얼마나 많은가. 국민적 사랑을 받던 기업도 '묻지마 무한 계열사 상장'을 하더니 탐욕스러운 경영진과 함께 몰락해버린다. 북한이 각종 미사일을 쏴대며 전쟁을 준비한다는 지정학적 리스크도 있다.


주주환원 강화 등을 요구하는 정부의 노력이 헛수고라는 뜻은 아니다. 우리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꼭 풀어야 할 숙제다. 다만 자꾸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생각을 하면 증시 부양의 초점이 단순히 수급에만 맞춰지게 된다. 공부 안 하는 학생에게 문제집만 잔뜩 사주는 꼴이다.




우리나라 증시에 당장 필요한 건 수급이 아니다. 수술이 필요한 환자에게 계속해서 진통제만 놓아줄 수는 없다. 이마트가 뉴욕 증시에 상장하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까? 일요일에 문을 열지 말라는 황당 규제를 10년 넘게 받았다.


경제 체질을 구조조정하고 내실을 다져야 한다. 정부는 규제를 혁파하고 기업은 지배 구조를 혁신해야 한다. 징벌적 상속세는 손보고 적대적 인수합병(M&A)이 가능한 공정 시장을 조성해야 한다. 투자하고 싶은 기업들이 많이 생겨야 돈이 모이는 법이다. 한국 증시 몸값이 글로벌 표준까지 올라가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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