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하락하는 쓴맛을 본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실적개선을 위해 화장품과 패션 사업 중심의 포트폴리오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다만, 화장품의 경우 자체 브랜드의 해외진출에 역점을 두고 있다면, 패션은 반대로 해외 브랜드의 라이선스 유치에 공을 들이는 서로 상반된 포트폴리오 전개라는 점에서 올해 어느 쪽이 신세계인터내셔날에 '큰 수익'을 안겨줄 지도 관심거리다.
4일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따르면, 최근 자체 화장품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위한 물밑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0월 영국에서 열린 글로벌 아트페어인 '프리즈 런던'을 시작으로, 이달 초 미국 '프리즈 LA'까지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뽀아레'의 시장 데뷔전을 치렀다. 향후 현지 공식 진출을 위한 포석으로 전용 라운지를 통해 인지도 제고에 나선 것이다.
뽀아레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자체 화장품 라인업 가운데 최상위 럭셔리 브랜드로 꼽힌다. 개발 단계부터 해외 시장을 노려 출시된 브랜드로 2015년 프랑스 디자이너 브랜드 '폴 뽀아레'의 상표권을 인수한 뒤 2022년 첫 선보였다. 향후 프랑스 파리·미국 뉴욕 내 오프라인 매장을 개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한편, 고급 색조 화장품 수요가 많은 중동·중국 시장 진출도 논의하고 있다.
또 다른 자체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인 '스위스퍼펙션'의 글로벌화도 본격화한다. 2020년 스위스 본사로부터 인수한 브랜드로, 26년 간의 오래된 업력을 자랑하는 만큼 해외 시장에서 높은 인지도를 보유해 잠재력이 크다고 판단해서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올해 스위스퍼펙션의 경우 해외 시장에서 고급 스파·호텔 입점과 함께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사업을 확대해 외형을 키울 계획"이라며 “향후 3년 내 소매 매출 1000억원 이상의 글로벌 메가 브랜드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자체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육성에 나선 것은 코스메틱부문의 빠른 성장세 때문이다. 전체 매출 기준 2021년 약 23%였던 코스메틱부문 비중은 지난해 30%까지 크게 뛰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수입 화장품은 분기 기준 최대 매출을 기록하는 등 큰 성과를 냈다.
아직 수입 화장품 대비 자체 화장품 브랜드의 매출 기여도는 작지만, 높은 마진을 내는 특성상 규모를 키울 시 수익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회사의 설명이다.
코스메틱부문 호조에도 주요 사업부문인 패션사업 난조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점은 뼈아프다.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과 함께 여성복·골프 시장 약세, 주요 수입패션 브랜드 이탈까지 더해진 것이다.
지난해 연결 기준 신세계인터내셔날 매출은 전년보다 12.8% 줄어든 1조3543억원, 영업이익은 57.8% 감소한 487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셀린느·끌로에 등 주요 해외 명품 브랜드와의 판권 계약 종료로 해당 사업부 매출·영업이익이 2000억원, 450억원씩 감소했다.
그동안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해외 브랜드 판권을 따내며 패션부문 매출을 늘려왔다. 다만, 수입브랜드 유통사업은 수익성이 낮고 브랜드 이탈 시 매출 손실 위험도가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도 손놓고 있진 않다. 자체 화장품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고마진 구조의 라이선스 사업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직수입은 해외 본사와 독점 수입계약을 맺은 국내 업체가 구매·유통만 맡는 구조라면, 라이선스 사업은 브랜드 사용권을 가지고 직접 디자인·생산까지 독자 운영하는 것이 차이점이다.
최근에는 미국 바이크 브랜드 '할리데이비슨' 본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할리데이비슨 상표를 앞세운 패션 브랜드를 내는 것이 골자로, 라이더용 가죽자켓 등이 아닌 젊은 세대를 겨냥한 일상복 브랜드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업계 분석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어느 한 분야에 치우치지 않고 사업부문을 고르게 키워나가는 것이 큰 방향성"이라며 “올해 라이선스 사업의 경우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신규 브랜드를 추가 확보하는 등 운영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