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4월 28일(일)



[로컬 톡톡] 공학입국과 지방대학의 역할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3.11 11:06

안성조 경북연구원 미래전략연구실 연구위원

안성조

▲안성조 경북연구원 미래전략연구실 연구위원

미국의 대표적인 AI 기업인 오픈AI는 최근 7조달러(약 9300조원) 투자 펀딩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올해기준 우리나라 예산(656조6000억원)의 14.2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를 위해 싱가포르 국부펀드, UAE 국부펀드, 마이크로 소프트, 소프트뱅크 등의 여러 국부펀드와 민간기업에서 투자를 협의 중에 있다. 실제로 9300조원 투자가 이루어질런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세계적으로 AI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편으로 이러한 AI 분야 투자확대에 따라 연관산업인 반도체산업은 구조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고 각 국은 이공계 인재육성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은 '반도체 르네상스'를 기치로 내걸고 전문학과 개설, 고등학교 연계교육 등을 통해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이번에 TSMC 구마모토 공장 건설에 따라 지자체, 지역기업, 대학 및 연구기관, 상공회의소 등 100여 개 단체로 '큐슈 반도체 인재육성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지역내 이공계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대만은 매년 약 1만명의 반도체 전문인력을 배출하고 있고, 최근에는 해외인력 유치까지 나서고 있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인력은 임금 300만 대만달러(1억3000만원) 이상의 초과분의 절반에 대해서는 과세에서 제외하고 비자조건도 완화했다. 중국은 매년 20만명의 반도체 전문인력을 배출하겠다고 발표하고 관련 정책과 교육프로그램을 정비하고 있다. 일본, 대만, 중국 등 우리의 경쟁국가들은 이공계열 전문인력 배출에 힘을 쏟고 있다.


우리나라도 반도체 인력양성 계획을 발표하였는데,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방안'에 의하면 반도체 계약학과 및 특성화대학을 8개교에서 18개교로 확대하고, 반도체 아카데미 등의 교육과정을 통해 학사급 실무인재 약 3만명을 양성한다는 계획이 담겨 있다. 아울러 연구개발 기반의 인력양성과정을 확대해 석·박사급 인재도 3700명 육성하려 한다. 이를 통해 2031년까지 반도체분야 청년인재 15만명을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우리나라는 이공계 학생의 의대쏠림에 따라 상대적으로 반도체 학과 위축이 심각하다. 2024년 정시모집에서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한양대 반도체공학과 등은 이탈자가 발생해 3차 이상 추가합격자를 통해 인원을 충원했다. 대기업 취업이 가능한 이들 학과들조차 메디컬 학과에 밀려 추가충원을 거듭해야 하는 상황이니 여타 일반 이공계열 학과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물론 메디컬 계열 학과에도 우수인재가 필요하지만 특정분야의 지나친 쏠림은 사회전체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 이공계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다음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AI, 반도체 등 첨단산업 전문인력 배출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 지방대학을 특성화할 필요가 있다. 지방대학의 어려움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올해 종로학원의 집계결과 수시모집 미충원인원은 3만7332명으로 전체 선발인원의 14%에 달한다. 그리고 수시모집 인원의 40%도 채우지 못한 대학이 지난해에 비해 2배 늘었고 특히 지방소재 대학은 미충원률이 수도권 대학보다 4배 많다고 한다.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대학 선호현상에 따라 지방대학은 기로에 선 것이다. 그러나 부산대(기계), 경북대(전기전자) 등 여전히 경쟁력을 갖고 있는 대학이 지역에 포진됐다. 이들 대학의 이공계열 특성화에 집중지원하고 특화발전시켜야 한다. 아울러 졸업생은 지역내 취업, 창업 등과 연계하는 생태계 구축 전략이 필요하다.


둘째, 이공계열 육성을 위한 대학간 연계협력이다. 일본 교토는 '대학컨소시엄 교토'라는 이름으로 50여개 지역대학의 연합체를 설립했다. 이를 통해 대학간 연계교육, 공동 조사연구, 산관학지역 연대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의 드레스덴은 시정부, 지역대학(드레스덴 공대), 연구기관(프라운호퍼연구소, 막스프랑크연구소), 상공회의소 등이 산학협력네트워크를 구축 및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드레스덴은 최근 독일의 주요 성장지역 중 하나로 발돋움하고 있다. 대학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시너지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개별 대학의 울타리를 넘어 공유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공동교육, 공동학위과정, 신기술 혁신공유대학, 모듈형강좌, 현장기술형 대학원생 육성, 컨소시엄 운영 등을 검토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과학고등학교 등에서 우수한 이공계열 인재가 배출되지만 대학에서는 이들 인재의 특성화된 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공계열 인재가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면 범재가 되는 상황이다. 지방대학 특성화를 통한 공학입국(工學立國)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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