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밸류업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동의한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코리아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한 가운데 국민연금도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적극 지원 의사를 밝혔다. 다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사안이 나오지 않은 만큼 세부 가이드라인이 나올 경우 국민연금 내부에서도 이에 맞춘 전략을 세운다는 방침이다.
14일 이석원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전략부문장은 이날 국민연금 서울북부지역본부에서 열린 국민연금 기금운용성과 기자설명회에서 “국민연금 기금본부는 기본적으로 운용 수익을 극대화 하는 것이 존재의 이유"라며 “현재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개선하기 위한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적극 찬성하며 이는 전체 기금 수익률의 향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구체적인 부분은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면서 “그런 부분(세부사안)이 밝혀져야 자본을 투입할지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의 밸류업 지원은 개정된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해 기업들에게 프로그램 동참을 권유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이날 7년 만에 스튜어드십코드를 개정하면서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투자한 기업들이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에 동참할 수 있는 구체적 근거를 만들어 줬다. 한국거래소는 6월 중으로 발표가 예정됐던 밸류업 관련 공시 원칙 및 내용과 방법에 대한 종합 가이드라인 발표를 오는 5월로 앞당긴다.
이날 손협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운용전략실장은 “밸류업 프로그램은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기업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국민연금이 할 수 있는 행동들은 위탁투자 및 가이드라인에 관한 유형, 책임 투자와 같은 여러 수단들을 통해서 (기업 밸류업을) 구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곧 국민연금이 투자 기업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과 궤를 같이 하는 내용이다.
그간 시장 참여자들은 국내 증시의 안정화를 위해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국내 주식 매입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지난 2020년 중기자산 배분안을 통해 국내 주식 비중을 줄여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20년 국민연금은 오는 2025년까지 전체 기금운용자산의 15%였던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2026년까지 14.5%로 낮추고 미국과 유럽, 중국 등 해외주식을 늘리고 있다. 실제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비중은 2013년 19.3%에서 지난해 51.5%로 큰 폭 증가한 바 있다.
국민연금이 해외주식 비중을 늘려가는 이유에 대해 손 실장은 “해외는 시장 규모가 크고 커버리지가 다양해 투자 기회를 포착하기가 용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는 이유는 “향후 기금이 소진될 경우 보유중인 주식과 같은 포트폴리오 매도에 따른 압력들이 생긴다"면서 “그때 국내 시장에 줄 수 있는 충격들을 사전적으로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상황에서도 국민연금의 가치주의 발굴과 주식 매입은 꾸준히 이뤄질 예정이다. 국민연금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는 국내 기업을 발굴·투자하기 위해 위탁운용사 3곳을 선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지난 달 29일까지 자산운용사 및 투자자문사를 대상으로 제안서 및 관련 서류 등을 접수받았으며 3월 중 선정 운용사를 발표한다. 국민연금이 가치형 자산운용사만 따로 선정한 건 지난 2015년 10월 이후 9년여 만이다.
여기에 국민연금은 밸류업 지수를 위탁운용 밴치마크(BM)로 사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곧 연기금의 수급 유입으로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가 기대되는 업종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날 오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관련 기관투자자 간담회'에서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일본 사례를 보면 과거 아베노믹스부터 최근 도쿄증권거래소의 밸류업 노력까지의 일련의 과정에서 GPIF(일본공적연금) 등 일본 기관투자자의 적극적 참여와 외국인 자금의 유입이 주가지수 상승에 큰 역할을 했다"며 국내 투자자들의 참여를 독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