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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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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항공대 황호원 교수 “우주항공청, 정체성 확립부터”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3.17 14:00

“초대 청장, 정책 기획력 가진 CEO형 50대 기용해야”

“항우연·천문연 기득권 없애고 민간 기업과 경쟁 필요”

지난 13일 경남 사천 소재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에서 대한민국 우주산업 클러스터 출범 행사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2027년까지 1조5000억원을 우주 분야에 투자하겠다고 공언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주항공청 설립추진단은 임시 청사를 우선 확보했다. 지난 14일부터는 사천을 시작으로 채용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분주한 분위기다.


에너지경제신문은 14일 황호원 한국항공대학교 항공우주정책대학원장을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오는 5월 27일로 예정된 개청에 앞서 우주항공청(이하 우주청)이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길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황호원 한국항공대학교 항공우주정책대학원장

▲황호원 한국항공대학교 항공우주정책대학원장은 에너지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5월에 출범하는 우주항공청은 정체성 확립부터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에너지경제신문 박규빈 기자

정부는 우주 주도권을 잡고자 하는데.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 방향은 어떻게 설정해야 하나

당국은 우주 기술 강국 도약·우주 안보 실현·국제 공조 주도 등 원대한 꿈을 갖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주청이 무슨 역할을 맡을 것인지 등 기관의 정체성부터 확립하는 것이다. 우주청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민간 영역의 우주 관련 연구와 산업 등의 협력 관계를 확립하는 관제탑 역할을 하는 정책 기관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이에 따라 개청 초기 우주청은 항공우주 산업 육성과 진흥에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민간 기업 역량을 체계화 하고,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협력 체계를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때로는 경쟁력 강화 분야를 적극 지원하고 열악한 분야를 키우는 등 마중물 역할을 맡음으로써 산업 생태계를 건전하게 정착시키게 해야 한다.


우주청의 수장으로는 어떤 인물이 적합한가?

우주청장은 장기간의 안목을 갖고 계획을 수립해야 해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초대 청장은 신선한 사고의 가능성이 열려있는 50대 중에서 선임되는 게 바람직하지만 과학자나 관료 출신들이 차지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주청은 연구 기관이 아니기도 하고, 경제성을 따져야 하는 기관의 장으로는 부적합하고, 복지부동형 업무 처리 방식을 보여선 추진 동력 자체를 가질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위험도 무릅쓰고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어 담대하고도 진취적인 성향과 정책 기획력이 우수한 최고경영자(CEO)의 역량을 갖춘 인물을 청장으로 기용해야 한다고 본다.




조직 구성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는가?

집단 지성의 힘을 활용할 수 있도록 위원회 체제로 시작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본다. 전인미답의 분야이기 때문이다. 우주청은 연구직 200명, 행정직 100명 가량의 직원들로 이뤄질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기관의 연구 분야는 무엇인가가 우선이고 그에 적합한 인재를 채용하는 순서로 가야 한다. 예산 역시 중요한데, 이 역시 무엇을 어떻게 할지에 따른 종속적인 분야여서 차후 '우주항공진흥기금'에 관한 기획도 구체화 할 필요가 있다.


관련 법제는 충분하다고 보는가?

당장 눈앞의 사안이기에 서둘러야 하겠지만 너무 경직된 법령 제정은 지양하는 게 좋다. 아직 밟아본 길이 아니어서 확정적인 문구를 넣어선 안 된다는 뜻이다. 법은 기본 조직 등 체계를 잡는 데에 필요한 수단이지만 규제의 성격이 강해 현 단계에선 최소한의 수준에서만 정하고, 추후 운영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을 융통성 있게 개정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주청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한국천문연구원을 하위 조직으로 두게 되는데, 선행 과정에서 잡음이 많았다.

항우연과 천문연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관 기관들인데, 우주청 산하로 옮기기 위해 이사회 구성과 정관 개정 등 관련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우주청이 이를 성공적으로 마치려면 과기정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제반 기관들의 역할 재정립이 중요한 부분으로 작용할 것이다. 법령을 통해 강제적으로 이관해야 한다. 또 2개의 연구원을 하위 기관으로 두게 되는 이상 연구 범위가 중복돼선 안 된다. 다만 기존 연구원들이 맡아오던 연구 분야에 대한 연속성은 보장해줘야 한다.


무엇보다 우주청의 존재 이유는 민간 우주 기업 발전에 공헌하는 것인 만큼 해당 분야에 대한 항우연과 천문연의 기득권을 인정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한 프로젝트를 수주함에 있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나 KAI와 같은 유수의 민간 기업들과 같은 조건 아래에서 경쟁해 따내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쟁이 없으면 기관의 위기 의식도 없다.


이는 우주청이 직접적인 연구개발(R&D)이나 국책 사업을 수행하기 보단 민간 우주 시장 개척에 진력을 다해야 한다는 뜻으로 들린다.

그렇다. 그러면서도 너무 서두르지는 않길 바란다. 중장기적 계획을 세워 업계에 비전을 제시하고, 지금껏 민간에서 하지 못한 전체를 아우르는 플랫폼을 구성하는 것이 우주청의 설립 취지다. 우주청은 우주 발사체에 필요한 양질의 강판 소재 경쟁력을 보유한 포스코나 항법 장치 분야의 기업, 꼭 필요한데 뒤떨어지는 영역을 강하게 지원해 업계를 탄탄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우주 기업 MDA의 아르테미스 우주선에 탑승하는 4인 중 한 명은 캐나다인이다. 캐나다가 로봇팔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 탑티어 경쟁력을 갖고 있어서다. 우리나라는 전자·통신과 탐사 로봇 분야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우주청이 이에 대한 역할을 잘 수행해내길 바란다.


이재형 추진단장은 채용 설명회에서 우주청이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등 미래 기체 R&D를 주도적으로 관장한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했듯, 우주항공청의 본연의 목적에 보다 충실한 정책 수립과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이미 진행 중인 기존 UAM 등의 연구와 조화를 꾀해야 한다. 행여나 이를 위축시키며 청에서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겠다는 문제는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기체 개발은 국가가 할 일이 아니다. 이미 현대자동차나 SK텔레콤과같은 사기업이 해외 업체와 협력해 진행하는 일이라서다. 운항은 국토부에서 담당할 것인데, 우주청은 존재 이유와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길 바란다.



우주청 설립 초기에는 항우연과 천문연 등 정부 출연 기관들에서 인력을 차출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두 연구원은 핵심 인력을 잃게 되는 입장이 되지 않는가?

원칙적으로 연구원 개인의 선택에 의한 이동을 막을 수 없어 자유로운 판단에 맡길 수 밖에 없다. 앞서 언급했듯 연구 여건 등 처우를 보장해주면 우주청으로 옮길 이유는 없고, 핵심 인력 유출 수준이 심각해 기관의 연구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정도라면 차출은 당연히 절제해야 한다.


우주청이 문을 열기도 전에 항우연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으로 집단 이동하는 경우도 있었다. 본격 채용을 시작하면 항공우주 산업 인력 시장에는 어떤 변화가 올 것으로 보고 있나?

미래의 연구자 확보나 대학의 인재 양성 등에 청신호가 켜질 것이다. 민간 기업이나 여타 연구원에서 이미 자리잡고 일하는 인력을 빼가듯 영입해가는 것에는 국가적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아 근본적으로 반대한다. 자료나 기술의 유출로 기존 근무처가 타격을 입어선 곤란해서다. 이런 현상을 방지하는 조치를 강구하는 것 역시 또 하나의 과제일 것이다.


우주는 여러 나라들이 참여하는 공간인 만큼 우주청은 국제 우주 사무에 관해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하나.

미국은 중국과의 우주 패권 다툼을 하고 있고 '아르테미스 계획(Artemis Program)'을 창설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맹국들을 끌어들였다. 뉴 스페이스 시대에는 우주를 경제적으로 활용할 산업 분야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여기에는 위성 산업·관광 사업·헬륨 3 및 희토류 등 자원 확보 등 상업적인 분야가 모두 포함되는데, 이는 국가적 차원에서 역량을 집중할 필요성이 있다.


한국항공대학교는 올해 3월 항공우주정책대학원을 출범시켰는데, 목적이 무엇인가?

최근 우주 쓰레기 문제가 심각해 '우주공간평화이용위원회(COPUOS)' 활동 등 '우주 ESG' 문제가 큰 테마로 떠오르고 있다. 달 자원 소유권(우주 자원 조약 체결) 등에는 아직 규칙이 없지만 정하는 중이다. 이 외에도 우주 활동에서 생겨날 손해 배상이나 보험 등 R&D 외 우주 법·정책 비중도 엄청나게 커지고 있지만 전문가가 전무한 상태다.


정부 당국은 행정직 공무원들이 이를 담당케 한다는 입장인데, 심각성을 모르는 안이한 발상이다. 우리 한국항공대는 항공우주정책대학원을 통해 우주 정책 전문가를 양성하고자 한다. 오는 6월에는 '국제 우주법 포럼'을 기획하고 있고, 훌륭한 우주 정책·법학자를 초빙하고자 하니 많은 관십과 성원을 당부드린다.


황호원 교수(법학 박사)


한국항공대 항공우주정책대학원장/항공교통물류학부 교수


한국항공우주정책법학회 부회장


한국항공보안학회장


국토교통부 장관 정책 자문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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