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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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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언제쯤?”…갈 길 먼 1기 신도시 재건축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3.19 15:32

[기획] 공짜 재건축은 없다(중)
특별법 적용 받는 1기 신도시, 과도한 공공기여가 발목
서울 재건축단지 이미 기부채납 부담으로 신통 철회 요청도
분당 제외 일산·산본·중동 등 공공기여 절충 없인 사업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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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으로 새 집을 공짜로 얻던 시대는 지났다. 최근 서울 강남 지역에선 5억원 안팎의 분담금을 내어야 시공사를 찾을 수 있다. 정부가 안전 진단 폐지 등 재건축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재건축’ 시장의 황금기는 이미 끝나가고 있다. 사업성이 좋은 저층 주거지들의 재개발은 끝물에 다다랐고, 공사비 폭등에도 발목 잡혔다. 우리나라 재건축 시장의 현황과 문제점, 미래를 살펴본다.

분당 시범단지는 2021년 10월 1기 신도시 최초로 통합재건축을 목표로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를 결성하여 시선이 집중된 초대형 통합단지입니다

▲1기 신도시 분당 시범단지 조감도. 지난 2021년 10월 1기 신도시 최초로 통합재건축을 목표로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를 결성하고 선도지구 지정에 나서고 있다.

준공 30년이 지난 1기 신도시의 재건축·재개발은 수도권 주택 시장의 가장 큰 현안이다. 정부가 노후계획도시정비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 규제를 대폭 완화했지만 과도한 공공기여, 공사비 폭등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 과도한 기부채납, 지자체-조합 갈등 초래

19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내달 분당·일산 등이 포함된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된다. 특별법은 누수와 층간소음, 주차난, 베드타운 등에 대응하기 위해 탄생한 법이다. 여기에는 안전진단 면제와 통합심의를 통한 사업기간 단축, 용도지역 변경과 용적률 상향 등 인센티브 부여, 체계적 이주대책 등 내용이 담겨 있다.


준공 20년 경과 단일 또는 인접 택지 등 면적이 100만㎡ 이상인 경우가 대상이며, 정부 추산으론 전국 약 108곳 내외가 적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정비사업이 시급하고 주민 참여도가 높은 곳들을 선도지구로 지정하고 우선 시행할 방침이다. 선도지구로 지정된 단지는 2027년 착공을 목표로 하고, 2030년 입주를 목표로 한다.


첫번째 걸림돌은 '공공기여' 문제다. 특별법으로 재건축을 추진하는 만큼 대규모 공공기여, 즉 기부채납이 불가피하다. 용적률이나 건폐율을 완화받는 대신 개발 부지 일부에 임대주택이나 공공시설 등을 설치할 수 있도록 국가와 지자체에 무상 제공해야 한다.


1기 신도시는 정부가 특별법에서 정한대로 공공기여를 한다면 33%나 된다.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보다 기여분이 많다. 1기 신도시는 33%포인트(p)의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해서 그에 맞는 현금이나 임대주택, 기반시설, 생활SOC 등을 다양하게 채납해야 한다.




건설업계는 더 높게 보고 있다. 최근 김정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원이 시뮬레이션한 결과 최대 43%를 기부채납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기본계획상 용적률 상한선이 500%인 현재 용적률 200% 'A 아파트'가 특별법을 적용받으면 750%까지 늘어나게 된다고 가정했을 때 추가 용적률 550% 중 300%는 10~40%를, 나머지 250%는 40~70%를 환수해야 한다. 중간값을 적용할 경우 전체 증가분 약 43%가 공공기여로 환수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1기 신도시 중 분당구 정도만이 이같은 과도한 기부채납에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평촌, 산본, 중동이나 일산 등에선 사업성을 장담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기부채납이 재건축 주체들의 의지를 꺾는다고 보고 있다.



◇ 기부채납 절충안 없인 사업 불가

정부도 사업성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주민의 동의율 빈도에 따라서 선도지구를 지정할 예정이다. 이 지역 주민들도 선도지구에 지정되지 않으면 10년 이상을 더 기다려야 하는 만큼 동의율을 끌어 모으는 데 관심을 쏟고 있다.


1군 건설사도 분당 등 사업성이 있는 곳에는 관심을 두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업지를 참여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게다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여전히 살아있는 한 과도한 기부채납과 더불어 치솟는 공사비까지 감당할 정도의 분담금은 사업추진 관계자들에게 큰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전반적인 주택·부동산 경기 침체도 걸림돌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노후계획도시정비법 자체가 1기 신도시 재건축을 10년 이상 늦췄다고 보고 있다. 즉 정부는 시행령을 통해 서울에 마지막 남아 있는 노후 주택 지구들에 대해서도 1기 신도시와 같은 조건의 규제 완화 혜택을 부여했다. 그나마 사업성이 있는 곳들이다. 게다가 우리나라 전체 건설사들의 시공 능력도 한계가 있다. 건설사들이 우선 '돈이 되는' 서울 지역 내 노후 주택 지구들에 집중하고, 10년 후에나 1기 신도시들의 재건축에 관심을 갖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급등한 공사비, 15~20층 이상이 밀집돼 사업성 보장을 위해선 50층 안팎의 초고층 재건축이 불가피한 점도 걸림돌로 꼽힌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인구는 지속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 주택 수요는 늘어나지 않고 있다.


김제경 투미컨설팅 소장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가 살아 있는 상태여서 이를 유예하거나 절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1기 신도시 재건축은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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