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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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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성 매력 떨어져”…‘방카’ 손뗀 삼성화재에 손보사들 고심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4.07 09:56

삼성화재, ‘방카슈랑스’ 채널 철수
수익성·새 회계제도상 불리

메리츠·흥국 이어 이탈 나올듯
금융지주계열은 유지

삼성화재는 올해 초부터 방카슈랑스 신규 영업을 중단했다.

▲삼성화재는 올해 초부터 방카슈랑스 신규 영업을 중단했다.

삼성화재가 최근 은행에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방카슈랑스를 철수하기로 결정하면서 은행과 업계에 미칠 파장에 시선이 모인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올해 초부터 방카슈랑스 신규 영업을 중단했다. 지난 2003년부터 방카슈랑스 채널로 판매를 이어온지 21년만의 철수다. 삼성화재는 기존에 은행과 제휴를 통해 판매한 상품에 대한 관리만 이어갈 방침이다.


삼성화재가 방카슈랑스 영업을 중단한 이유는 지난해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저축성보험 상품 판매 필요성이 현저히 낮아졌기 때문이다. IFRS17은 저축성보험을 부채로 간주하며 비용으로 인식해 실적면에서 불리하다.


보장성보험을 주력으로 판매하는 손보사들의 경우 사실상 수익성면에서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평가다. 보험업계 방카슈랑스 실적에서 손해보험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약 2%에 그칠 정도로 미미하다.


손해보험업계 1위인 삼성화재가 방카슈랑스 채널을 통한 판매를 중단하면서 향후 은행권과 보험업계에 나타날 변화에도 관심이 모인다.




은행권은 가뜩이나 홍콩ELS 사태 등으로 영업채널이 위축된 가운데 손보업계 1위인 삼성화재의 철수로 인해 난처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현실적으로 25%룰(판매비중규제)을 지키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25%룰은 특정 보험사 상품의 연간 모집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25% 이내로 맞춰야 하는 규제다. 삼성화재가 방카슈랑스 영업을 중단해 시장참여자가 줄어들면 실질적으로 제휴된 손해보험사 4곳 남짓이 25% 비중을 인위적으로 맞춰야하거나 이 조차도 불가능해질 수 있다.


현재 은행별로 9~12곳의 손보사와 제휴사를 두고 있다. 생보사와 20여곳과 제휴 중인 것과 비교하면 손보사는 이의 절반 수준이다. 여기서 실제로 은행에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손보사의 경우 이보다 더 적은 4곳 정도다.


방카슈랑스 채널은 업권별로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우선 손보업계는 삼성화재와 비슷한 이유로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새 회계제도와 수익성면을 따질 때 이점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금감원에따르면 손보사 방카슈랑스 보험료수입은 2018년 6조2993억원에서 2022년 5조3001억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생보사가 300% 넘게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비슷한 이유로 앞서 흥국화재와 메리츠화재는 이보다 일찍 방카슈랑스 영업에서 손을 뗐다.


다만, 금융지주계열 손보사들의 경우 아직까지는 당장 시장에서 철수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방카 채널이 약해지는 것이나 저축성 위주로 판매하는 부분은 영업상 당연하고 추세적인 것이지만 당장 철수할 계획은 없다"며 “수익성에 영향을 주는 부분도 우선은 비슷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5%룰은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손보사 4곳이 25%씩 가져가는 상황에서 판매비중에 따라 다같이 손해보는 상황이 생기게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은행권과 손보업계의 이 같은 목소리가 커질 경우 금융당국이 룰 개정 등에 나설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카드사에서 보험을 판매하는 '카드슈랑스'와의 형평성 문제로 금융당국에 비판의 목소리가 크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보험업법 시행령 개정 후 올해부터 '카드슈랑스 룰'을 25%에서 50% 수준으로 완화했다. 신용카드사에서 보험상품을 제공하는 보험사가 4개 이하인 점으로 인해 규제 비율을 준수할 수 없게 되자 보험회사별 판매 비중을 50%까지 가져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소비자선택권 문제도 있는데다 방카가 더 축소되거나 저금리기조의 영향을 받게 되면 현재 주력인 저축성보험 판매까지 저해할 수 있기에 현재 막혀있는 종신보험과 자동차보험 판매도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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