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업계가 펫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시행을 앞두고 시장 확대를 위해 상품 개정 등 힘을 싣고 있는 가운데 향후 성장성을 두고 상반된 예측이 나온다. 업계에선 늘어나는 반려동물 보유 인구로 인해 새로운 먹거리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커지는 한편 총선 이후 당분간 시장 성장 동력이 주춤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예상도 나온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 카카오페이 플랫폼을 통해 펫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시행된다. 플랫폼에는 △메리츠화재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등이 참여해 상품을 선보일 전망이다.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손보사들은 이달 들어 펫보험 보장 강화나 보험료를 다양화하는 방식으로 제각기 경쟁력 키우기에 착수한 상태다. 삼성화재는 이달 초 다이렉트 전용 상품인 '착한펫보험'을 출시했다. 월 최저 1만원대 이하 보험료로 반려견의 입·통원 의료비와 수술비, 장례서비스 지원금 등을 보장받을 수 있다. 현대해상은 펫보험 가입 대상에 고양이를 추가하고 보험 갱신 주기를 기존 3·5년에서 7·10년으로 늘렸다.
KB손해보험은 이달 초 'KB금쪽같은 펫보험' 상품 개정에 나섰다. 치료비 보장을 확대하고 특화 보장을 신설한 것이 골자다. 업계 최초로 주요 3대 질환인 종양, 심장, 신장 실환에 대해 기존보다 보장한도액을 2배로 늘린 '반려동물 치료비Ⅱ'를 탑재했다. 메리츠화재는 이날 수의사단체인 한국동물병원협회와 업무협약을 진행하면서 향후 반려동물 보험 활성화에 나서기로 했다.
보험업계는 펫보험 시장 활성화에 기대가 큰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로써 지자체와 업계가 협업하는 움직임도 커진데다 손해보험협회 등 유관기관도 지원에 대한 입장을 공식화하며 힘이 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펫보험 가입 시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에 반려동물을 등록하면 최대 5%의 보험료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안내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10일 총선에서 여당이 패한 결과가 나오면서 정부가 과제 수행 동력이 약해지면 펫보험 시장에도 영향이 갈 수 있단 예상이 나온다. 카카오페이가 추진 중인 펫보험 비교·추천 서비스의 경우에도 당초 이르면 이달 서비스 개시가 가능할 것이란 예상이 나왔지만 오픈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
서비스 시행엔 펫보험 담보구성이 중요 이슈 중 하나인데, 형평성있는 비교와 추천을 위해 담보 구성이 표준화돼야 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담보 구성이 다르면 보험료가 달리지기에 일률적인 비교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펫보험 가입기간에 대한 업계별 입장차도 있어 핀테크사와 보험사간 정부 중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뜩이나 펫보험 개선의 근본 원인으로 지적된 제도 개선과 진료수가 통일화가 이뤄지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급진적인 활성화가 어려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윤 정부가 한창 펫보험에 관심을 가질 때도 이 같은 이유에 발목이 잡혀 계약율이 1%대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펫보험을 판매하는 10개 손해보험사의 보험 계약 건수 합계는 10만9088건으로, 전체 반려동물 보유 가구 대비 1.4%에 그친다. 전년 대비 51.7% 증가했지만 여전히 미미한 상황이다.
펫보험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반려동물의 개체 식별, 진료비 항목 표준화 등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동물병원 진료내역과 진료비 증빙서류 발급은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정부가 발급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이 처리되려면 수의업계와 관련 부처 등이 동의해야하는 절차 등 현 정부가 협의를 끌어내는 역할이 필요하다.
업계는 해당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선 제도 전반이 개선돼야 하고 진료수가가 통일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이런 절차는 업계가 단독으로 진행하기 어렵기때문에 이 부분이 해결될 때까지 당분간 펫보험 활성화도 미뤄질 것이란 시각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보험업계도 상품 구성에 한계를 느끼게되고 정부차원의 주도적인 진행이 필요하다"며 “펫보험 비교 서비스 시행이 되면 소비자의 관심이나 접근성 확대에 도움이 되겠지만 총선 이후 정부 국정 수행에 속도로 인해 펫보험 생태계로의 확장과는 무관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