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0일 에너지경제신문이 보도한 지난해 주택 공급 통계 오류 사실을 공식 인정하고 사상 초유의 통계 정정 조치를 취했다. 주택 인허가·착공·준공이 합쳐서 19만여가구 적게 집계돼 연간 공급 통계 전체가 잘못 계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인허가·착공·준공은 부동산 경기를 가늠하는 주요 지표다. 주택 수요자들의 의사 결정과 민간의 사업 결정은 물론 정부 정책 수립의 근거가 되는 만큼 정부의 안일한 대처가 논란이 될 수 밖에 없다.
국토교통부는 30일 주택공급 데이터베이스(DB) 시스템 점검 결과 데이터 누락이 확인됐다고 밝히고, 지난해 주택 공급 통계를 정정했다. 지난해 주택 인허가 실적은 42만8744가구인데, 3만9853가구 적은 38만8891가구로 잘못 발표했다. 착공 실적은 24만2018가구지만, 3만2837가구 적은 20만9351가구로 공개했다.
특히 준공 실적의 경우 기존 통계와 수정 통계의 차이가 무려 12만가구에 이른다. 실적이 31만6415가구에서 43만6055가구로 11만9640가구(38%) 늘어난 것으로 정정됐다. 전체 누락 물량을 합치면 무려 19만2천330가구에 달한다.
국토부가 DB 이상을 감지한 것은 올해 1월 말이다. 지난해 주택 공급 실적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데이터 누락 가능성이 확인돼 자체 점검에 들어갔다. 그간 국토부는 중앙정부가 이용하는 주택공급통계정보시스템(HIS·Housing Information System)과 지방자치단체가 자료를 입력하는 건축행정정보시스템(세움터)을 직접 연계해 통계를 생산하다가, 지난해 7월부터 국가기준데이터를 경유해 두 시스템을 연계하는 것으로 바꿨다. 필요한 행정 정보가 국가기준데이터인 경우 이 데이터를 우선 활용하도록 전자정부법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시스템 전환 과정에서 300가구 이상의 주상복합과 재개발·재건축에 따른 주택 공급 물량이 지난해 7∼12월 6개월간 누락됐다. 준공 실적 누락 규모가 인허가·착공과 비교해 특히 큰 것은 지난해 9월 주택공급통계정보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일어난 시스템 버그(오류)가 겹친 탓이다.
버그로 인해 사업정보가 변경된 경우 준공 실적으로 집계되지 않았다. 예로 A씨가 개인사업자로 사업을 하다 중간에 B건설을 만들어 법인사업자로 바꿨다면 관련 준공 물량이 통계에서 아예 빠져버린 것이다. 상시적 통계 누락도 있었다. 정부가 매달 발표하는 주택통계의 작성 마감 뒤 추가된 물량 등은 통계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누락된 19만여가구 중 10%가량은 이 때문에 발생했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해 공급 통계를 기반으로 '9·26 공급 대책'과 '1·10 부동산 대책'이라는 굵직한 대책을 두 차례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 주택 공급 위축에 대해서는 '초기 비상 상황'이라는 판단을 내놓으며 수도권 신규 택지 발표, 3기 신도시 물량 확대, 신축 빌라·오피스텔 매입 때 세제 혜택 부여 발표 등 공급 위축을 막는 데 매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모든 주요 정책 판단이 부정확한 통계를 기반으로 이뤄진 것이다. 국토부는 다만 이번 통계 정정이 정책 흐름을 바꿀만한 정도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공급 위축 흐름은 여전히 뚜렷하다는 것이다.
김헌정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공급 실적이 과소 집계됐더라도 경향성은 기존과 변화가 없다"며 “인허가의 경우 통계 정정 전에는 전년보다 26% 줄지만 정정 후에는 18%가 줄어드는데, 이는 정책 방향성을 바꿀 정도의 큰 차이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연간 인허가가 전년과 비교해 25.5%, 착공은 45.4%, 준공은 23.5% 줄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인허가는 17.8%, 착공은 36.8% 감소하고, 준공은 줄어든 게 아니라 외려 5.4% 늘어났다.
지난해 연간·월간 통계는 변경됐으나, 올해 1∼3월 주택공급 통계는 그대로 유지됐다. 올해 1월 발표한 공급 통계부터는 다시 HIS와 건축행정정보시스템을 직접 연계하는 방식으로 공급 실적을 확인했다고 국토부는 밝혔다.
국토부는 공급 통계 누락이 없도록 오는 6월까지 DB 시스템을 정비하고, 월간 통계 작성이 마감된 이후의 공급 수치도 반영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앞서 에너지경제신문은 지난 29일 온라인 및 이날자 지면 기사를 통해 부동산 관련 국가 통계를 담당한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지난해 아파트 입주 물량 예측치와 국토부가 집계한 실제 준공 숫자와 큰 차이를 보인다는 사실이 지난 3월 말 일부 언론에 의해 밝혀졌지만 부동산원·국토부 두 기관 모두 원인 파악과 대책 수립 등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었다.
부동산원은 2022년 12월 기준으로 지난해 1년간 총 44만2977호의 아파트가 준공돼 입주할 예정이라고 전망했었다. 그러나 실제는 이와 전혀 달랐다. 국토부의 집계 결과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아파트 준공 숫자는 25만50128호에 불과했다. 무려 18만8000호 가량 차이가 난 것이다.
두 기관은 그러나 이같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지난 한 달간 에너지경제신문의 취재에 “원인을 파악 중", “담당자가 자리에 없다"는 등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