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소극장의 상징 '학전'을 30여 년간 운영하며 후배 예술인 양성에 힘써온 가수 김민기가 21일 별세했다. 향년 73세.
22일 공연예술계에 따르면 김민기는 전날 지병인 위암 증세가 악화해 눈을 감았다.
1951년 전북 익산에서 10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김민기는 1969년 서울대학교 회화과에 입학한 뒤 미술 대신 가수의 길을 선택했다.
1학년 1학기를 마치자마자 고등학교 동창 김영세와 포크송 듀오 '도비두'를 결성했다. 1970년 명동 '청개구리의 집'에서 공연을 열며 그를 대표하는 곡 '아침이슬'을 작곡했다. 양희은이 가창한 '아침이슬'은 1987년 민주항쟁의 저항정신을 되새겼으며 지금까지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1977년에는 봉제 공장에서 일하며 '상록수'를 작곡해 발표했고, 1984년에는 민중가요 노래패 '노래를 찾는 사람들'을 만들어 프로젝트 음반을 내놓았다.
생전 고인은 연극 활동에 활발히 참여했다. 1973년 김지하의 희곡 '금관의 예수'와 이듬해 마당극 '아구' 제작에 동참했다. 1978년 노래극 '공장의 불빛', 1983년 연극 '멈춰선 저 상여는 상주도 없다더냐' 등을 연출했다.
1991년 대학로에 소극장 학전을 개관해 공연 문화를 이끌었다. 1994년 초연한 독일 원작의 록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은 2023년까지 8000회 이상 공연되며 한국 뮤지컬 역사를 썼다. 이 작품을 통해 '학전 독수리 5형제'로 불린 설경구·김윤석·황정민·장현성·조승우를 배출하기도 했다. 고(故) 김광석도 학전이 배출한 최고의 스타로 꼽힌다.
이후에도 뮤지컬 '의형제'(2000), '개똥이'(2006)와 어린이극 '우리는 친구다'(2004), 올 3월15일 학전 개관 33주년 만에 문을 닫으며 마지막으로 연출한 '고추장 떡볶이'(2008) 등까지 여러 어려움 속에도 포기하지 않고 열정을 쏟았다.
고인은 '의형제'로 2001년 백상예술대상 연극부분 대상과 연출상을, '지하철 1호선'으로 한국과 독일 문화교류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독일 정부로부터 괴테 메달을 받았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고, 24일 발인 예정이다. 유족으로는 배우자 이미영 씨와 슬하 2남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