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4분기 실적 급감과 미국 시장에서의 구조적 위기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증권가는 4분기 영업이익이 최악의 경우 2000억원대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년에는 트럼프의 멕시코산 제품 관세 공약이 현실화될 경우에 대비한 북미 생산기지의 전면적 재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TV·가전 사업 수익성 악화에 실적 급감 우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각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LG전자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는 중이다.
키움증권은 LG전자의 4분기 연결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58% 감소한 3148억원, 매출은 1% 증가한 22조3000억원으로 추정했다. 미래에셋증권도 LG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을 2385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시장 기대치인 영업이익 4560억원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LG이노텍을 제외한 별도 기준으로는 영업적자가 예상된다는 점이 증권가의 공통된 우려다.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은 TV사업을 담당하는 HE사업본부와 노트북, 모니터를 담당하는 BS사업본부의 적자 전환이다. LCD 패널 가격 상승과 경쟁 심화로 인한 비용 구조 악화가 직격탄이 됐다.
여기에 해상운임 폭등으로 인한 물류비용 증가와 연말 블랙프라이데이 등 대규모 영업·마케팅 비용 집행이 수익성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가전사업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글로벌 소비재 수요가 감소한 가운데 해상운임 폭등으로 인한 물류비용 증가가 수익성을 압박하고 있다.
특히 북미 시장에서의 해상운임 상승이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해상운임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4월 말 기준 1769.54에서 6월 말 3714.32로 두 배 이상 급등했다. 최근 2135.08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부담이 상당한 수준이다.
트럼프發 멕시코 관세 예고…생산기지 재편 불가피
4분기 이후 전망도 북활실성이 더 크다. 미국 정권 교체에 따른 관세 부담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 첫날부터 멕시코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하면서 LG전자의 북미 생산 전략에 비상이 걸렸다.
LG전자는 멕시코 레이노사와 몬테레이에서 TV와 냉장고 등 주력 가전제품을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어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현재 LG전자의 북미 생산 전략은 미국 테네시 공장에서 세탁기와 건조기를 생산하고, 멕시코 공장에서는 TV와 냉장고 등 기타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이원화 체제다. 이는 2018년 트럼프 1기 정부의 세탁기 세이프가드 조치에 대응해 구축한 생산 체계다.
업계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현실화되고 이에 대응하려면 LG전자의 미국 내 생산 비중을 대폭 확대하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지적한다. 그럴 경우 신규 생산라인 구축에 따른 대규모 투자 부담과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현재 미국 생활가전 시장에서 19% 점유율로 2위를 차지하고 있는 LG전자의 입지가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 관세 부과로 인한 가격 경쟁력 약화는 현지 브랜드인 GE(18%), 월풀(15%) 등에 시장을 잠식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현재 LG전자는 이러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현지 생산 확대 등 다각도의 대응책을 검토 중이다. 현재 미국 현지 테네시 지역 부지에 공장동을 3개 더 지을 공간이 충분하며, 통상 이슈가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가전업계 전문가들은 비용 부담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관세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이에 대응 하기 위한 추가 투자는 회사에 부담을 안길 수 밖에 없다"며 “미국의 기조가 기본적으로 자국을 우대하는 것이기에, 우리 입장에서는 고비용의 구조조정이 따라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