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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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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청정수소 허브로’…석유公, 벤치마크 도입 용역 발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7.29 13:36

석유공사, 청정수소 벤치마크 도입방안 연구용역 발주

아시아 청정수소 허브 조성과 연계, 기준가격 마련으로 선점

2030년경 청정암모니아 한국 500만톤, 일본 300만톤 도입

석유공사 허브인프라 구축 및 이미 거래소 설립 준비 해와

한국석유공사가 최대주주(29%)로 참여하고 있는 오일허브코리아여수(주)의 여수 탱크터미널의 모습.

▲한국석유공사가 최대주주(29%)로 참여하고 있는 오일허브코리아여수(주)의 여수 탱크터미널의 모습.

세계 최초 수소법 제정, 청정수소 발전시장 개설에 이어 '한국을 아시아 수소허브기지'로 재탄생 하도록 하는 프로젝트가 본격 시작됐다. 에너지 허브기지를 구축하기 위해선 시장 개방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에 공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전력, 가스 시장 개방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9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최근 한국석유공사는 '청정수소 벤치마크 국내 도입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서류 등록은 지난 17일부터 오는 8월 5일까지며, 계약기간은 16주, 설계금액은 약 2억9000만원이다.


용역의 과업 범위는 △청정수소 벤치마크 형성을 위한 전제 조건 검토 △벤치마크와 허브와의 연관성 분석 △동북아 청정수소 물동량 예측 분석 및 전망 △한국형 수소 및 암모니아 벤치마크 형성을 위한 필요사항 및 시나리오 제안 △산업부 용역 결과 취합 및 보고회 개최 등이다.


석유공사는 용역 목적에서 “탄소중립을 위한 청정수소 및 암모니아의 최대 수요국은 한국과 일본으로, 동북아 시장의 중요성이 크다"며 “한국은 청정수소 생산국으로부터 동북아로 도입 시 아시아 관문으로서 지리적 이점을 갖고 있고, 거래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한국이 선제적으로 수소 및 암모니아의 벤치마크 형성 준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즉, 한국을 청정 수소 및 암모니아의 허브기지로 육성할 계획으로, 이를 위해 선행작업인 벤치마크 가격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벤치마크(Benchmark) 가격이란 기준 가격 내지는 대표 가격을 뜻한다. 원유 시장에는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WTI), 유럽 브렌트유(Brent), 중동 두바이유(Dubai)가 있고, 천연가스 시장에는 미국 헨리허브(Henry Hub)가격이 있다. 이 가격을 기준으로 제품 품질이나 거래 형태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고, 이를 통해 거래시장이 형성된다.


청정수소 거래시장, 즉 허브기지는 우리나라에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올해부터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CHPS)을 개설했다. 올해 6.5TWh 발전량 입찰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29TWh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2030년경 청정암모니아 약 500만톤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도 석탄발전 혼소용으로 2030년경 청정암모니아 약 300만톤, 2050년경에는 3000만톤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동북아에 세계 최초, 최대의 청정 수소 및 암모니아 수요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세계 최초 거래시장이다 보니 공급처도 매우 제한적이어서 수급 불안정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경제학 용어로 이를 '얇은 시장(thin market)'이라고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시장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본지에 기고한 칼럼 '수소·암모니아 국제거래소 설립 재추진 논의 시작해야'에서 “얇은 시장은 시장참여자 간에 위험배분이 원활하지 못할 수 있다. 발전사 입장에서는 조달 불확실성이 존재함에도 최대 15년간 장기계약에 묶이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공급자는 혼소발전 가동률이 충분하지 못할 경우 물량이 다 팔리지 않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며 “더 본질적으로는 국제 거래가격이 불명확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허브기지를 구축하면 얇은 시장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이를 선점하겠다는 것이 석유공사 연구용역의 핵심이다.


독일은 에너지거래소(EEX)와 힌트코(Hintco)를 중심으로 올해 세계 최초로 국제 수소거래소를 개설할 예정이며, 작년 5월에 청정수소 기준가격 지수 'HYDRIX'을 개발했다. 네덜란드와 중국도 국제 수소거래소 설립 추진을 천명한 상태다.


여러 공기업 중 석유공사가 청정수소 허브기지 구축에 나서는 이유는 크게 2가지가 있다. 이미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과 오래 전부터 국제거래소 설립 준비를 해왔다는 점이다.


석유공사는 전남 여수에 총 820만배럴의 에너지 제품 탱크터미널을 보유하고 2013년부터 상업 운영을 하고 있다. 또한 올해 울산 북항에 총 575만배럴의 탱크터미널을 완공해 가동에 들어갔으며, 남항에 저탄소 에너지 기반의 터미널을 건설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한 석유공사는 2011년 '한국기준 국제석유 제품 거래가격(K-Price) 도입 타당성 검증 및 사업추진방향 수립' 연구를 수행했으며, 국제석유거래소 설립을 위한 석유상품거래소 개설 및 활성화 방안 연구도 추진하고 있다.


청정수소 허브기지가 구축되려면 수소는 물론, 다른 에너지 시장까지 전면 개방돼야 한다. 가격이나 거래에 시장이 아닌 외부세력이 개입하면 그 즉시 허브기지로서의 효력은 중단되기 때문이다. 또한 기지에는 수소뿐만 아니라 석유제품, 액화천연가스(LNG) 등 다양한 에너지 제품이 저장될 것이기 때문에 이들의 거래를 위해선 에너지 시장의 개방이 전제돼야 한다.


김재경 선임연구위원은 기고에서 2021년 11월 국제 수소거래소 설립을 위한 '국제수소거래소법'이 국회 발의됐지만 자동 폐기됐다며 “22대 국회에서 법을 재발의해 논의를 재추진해줄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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