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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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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오세훈 시장님, 마곡열병합사업 민영화는 절대 안됩니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8.11 10:07

서울에너지공사 노조, 매일 아침 시청 앞에서 피켓 1인 시위

시의 서남집단에너지사업 변경 연구용역 결과에 납득 못해

“외부자원 적극 활용은 사실상 민영화, 용역도 끼어맞추기식”

돌연 사퇴 이승현 사장 “대표로서 책임지고 사퇴, 첨언 도리 아냐”

서울에너지공사 노조원이 오세훈 시장이 출근하는 시간에 맞춰 서울시청 본청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윤병효 기자

▲서울에너지공사 노조원이 오세훈 시장의 출근시간에 맞춰 서울시청 본청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윤병효 기자

최근 평일 아침마다 서울시청 본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서울에너지공사 노조원들이다. 지난 9일 아침에도 어김없이 노조원 한명이 1인 시위를 하고 있었다.


노조원이 든 피켓에는 '법적 의무 없는 타당성 용역, 4000억원 공공사업 민간 몰아주기' '서울시는 공정성 확보하라' '서울시 지역난방 공공사업 핵심주축인 서남건설사업, 민간에 몰아주는 서남건설사업' '서울시는 책임져라'라고 써져 있었다.


노조원에게 왜 시청 앞에서 시위를 하냐고 묻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매일 아침 이 시간대에 이 곳으로 출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오 시장에게 시위 내용을 보여주기 위해 매일 시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서울시는 서울연구원을 통해 서울에너지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서남집단에너지 건설사업(마곡열병합발전사업)에 대한 타당성 재조사 연구용역을 수행한 결과 수익성이 부족하고, 공사의 재무력도 열악해 '외부자원을 적극 활용'하는 방식으로 변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즉, 서울에너지공사 혼자만으로는 이 사업을 도저히 할 수 없으니 다른 사업자와 함께 진행하거나 아니면 아예 사업권을 포기하라는 뜻이다.




서울에너지공사 노조는 이 용역 결과를 납득할 수 없으며, 사실상 사업을 민간 기업에 내주는 '민영화' 수순이 아닌가라고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


서남집단에너지시설 사업은 강서구 마곡지역 주택 7만세대와 업무시설 425개소에 열공급을 위해 열병합발전소(285㎿ , 190G㎈/h) 1기와 열전용보일러(PLB) 1기(68G㎈/h)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2011년 서울시가 집단에너지사업 허가를 받아, 2016년 설립된 서울에너지공사가 이 사업을 맡았다.


공사는 2019년 총사업비 3528억원 규모로 착수했으나, 사업비는 2021년 4683억원으로 늘었고, 이후 6번의 유찰을 거쳐 2022년 12월 5291억원으로 재산정됐다. 서울시는 이 사업비마저도 부족해 유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서울시는 용역 결과에 대한 보도자료에서 “이와 같은 상황에서 서울시는 서남집단에너지 건설사업에 출자 등 추가 재정 투입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보다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외부자원을 적극 활용하는 방식으로 추진할 예정이며 구체적 계획은 올 하반기에 결정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노조에서는 이 용역결과가 끼어맞추기식이 아닌가라고 의심하고 있다. 미리 결론을 내놓고, 타당성 재조사로 이를 정당화했다는 것이다.


다른 노조원은 “민간 기업이 이 사업을 한다해도 수익성이 안 나오는 건 마찬가지다. 이 사업에서 수익성을 내려면 발전용량을 현재보다 훨씬 더 크게 해야 하는데, 거주민들이 이를 수용하지도 않을 뿐더러 그렇게 하면 우리 역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서울시는 이 사업을 민영화 하겠다는 뜻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서울 양천구에 위치한 서울에너지공사 본사 건물에는 마곡열병합발전서 건설사업에 대한 서울시의 연구용역 결과를 부정하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

▲서울 양천구에 위치한 서울에너지공사 본사 건물에는 마곡열병합발전소 건설사업에 대한 서울시의 연구용역 결과를 부정하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윤병효 기자

서울에너지공사의 재무상태는 열악한 상황이다. 영업손실액은 2021년 391억원, 2022년 1214억원, 2023년 557억원으로 3년간 총 2162억원이다. 부채율은 2020년 말 37%에서 2023년 말 174%로 껑충 뛰었다.


하지만 이는 서울에너지공사뿐만 아니라 다른 에너지 공기업들도 마찬가지다. 2021년 10월부터 국제 가스(LNG) 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어 국내 요금은 전혀 오르지 않았다. 이로 인해 LNG를 수입하는 한국가스공사, 그 LNG로 만든 전기를 판매하는 한국전력 등 대부분 에너지 공기업들의 수익성과 재무상태는 굉장히 열악해졌다.


이는 뒤집어 놓고 보면 그만큼 국민들과 시민들은 저렴한 요금을 통한 에너지 복지 혜택을 본 것이다. 이는 공기업 본연의 역할이기도 하다.


노조 관계자는 “정부의 물가안정 대책과 시의 결정으로 요금을 올리지 않아 재무상태가 열악해 졌는데, 그 때문에 서남집단에너지사업을 민영화해야 한다는 논리는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노조원에게 언제까지 시위를 할 건지 묻자 “당연히 저희 서울에너지공사가 서남집단에너지사업권을 다시 회수할 때까지 무기한으로 할 예정"이라며 “그 전까지는 시위를 그만둘 생각은 전혀 없다"고 강하게 말했다.


이승현 서울에너지공사 사장은 시의 용역 결과에 반발해 임기 1년 6개월여를 남기고 지난달 19일 자진사퇴했다.


이 사장은 본지의 사퇴 이유와 용역결과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대표로서 책임지고 사퇴한 시점에 더 이상 첨언은 하지 않는 게 도리인 것 같다"고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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