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의 보릿고개 시련이 계속되고 있다. 중견 및 중소건설사들의 줄도산이 지속되고 있고 대형 건설사들은 알짜 계열사도 매각하는 등 유동성 확보를 위해 안간힘인 모습이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광주지역 중견 건설사인 남광건설이 지난 16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 회생 신청(법정관리)을 마쳤다.
1970년 설립된 남광건설은 올해 8월 기준 시공 평가액 949억원(토목·건축), 전국 도급 순위 265위를 기록했다. 남광건설은 2014년 7월 법정 관리에 들어간 뒤 3년 만에 회생 절차를 끝낸 경험도 있어 이번이 두 번째 법정 관리 신청이다. 지역 업계에선 남광건설이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은 그동안 관급 위주 사업에서 뒤늦게 뛰어든 주상 복합 아파트나 오피스텔 건설 사업의 성과가 기대만큼 좋지 못했던 점을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 6월에는 대한건설협회 전남도회 회장을 맡고 있는 남양건설이 법원에 회생의 문을 두드리는 등 지역 건설업계가 도미노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연초에는 해광건설, 거송건설 등이 법정관리를 신청했으며 4월에는 아파트와 오피스텔 건설 등을 주력으로 해왔던 한국건설도 무너졌다.
이처럼 지역 중소, 중견 건설사들이 무너지면서 올해 부도 건설업체 수는 4년 만에 최다 수준을 기록했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 자료를 보면 올해 1~8월 부도난 건설업체는 종합건설사 7개, 전문건설사 15개 총 22개다. 이는 지난해 전체 부도 업체 수(21곳)를 이미 뛰어넘고 24곳이 부도났던 2020년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대형 건설사들도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자산 매각에 나서는 모습이다. GS건설은 'GS엘리베이터'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이다. GS엘리베이터는 GS건설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로 2021년 엘리베이터 시장 진출을 위해 설립됐다. 현재 수요조사(태핑) 단계로 지분 전체를 매각할지, 일부를 매각할지는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졌다. 현재 중국 업체 등이 접촉 중이다. GS건설은 수처리 기업인 자회사 'GS이니마'의 지분 일부 매각도 추진 중이다. GS이니마는 알짜 자회사로 꼽힌다. 지난해 매출 4930억원에 당기순이익 522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매출 2430억원과 당기순이익 217억원을 올렸다.
현대건설은 경기 수원시 '힐스테이트 호매실'의 지분을 일부 정리했다. 보유 지분 22%를 매각해 900여억원 유도성을 확보했다. 신세계건설도 지난 2월 레저부문을 매각해 현금 1900억원을 얻었다.
워크아웃(기업 재무 개선작업)이 진행 중인 태영건설 역시 최근 종합환경기업 자회사 '에코비트'의 매각 입찰을 진행했다. 그 결과 국내외 사모펀드(PEF) 3곳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대금은 모두 경영 정상화에 사용될 전망이다.
건설경기는 지방을 중심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이 잇따라 좌초한 데다 신규 수주 가뭄까지 겹쳐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연)에 따르면 지난달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72.2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 2.6포인트(p) 상승한 수치이지만 여전히 기준선인 100을 한참 밑돈다. 건설기업 대상 설문 조사 결과를 토대로 산출되는 CBSI는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 현재의 건설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것을 뜻한다.
건설경기 침체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건설업계의 보릿고개 시련도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철한 건산연 연구위원은 “본격적인 PF 구조조정이 9월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건설사들이 유동성 측면에서 더 어려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내년 상반기까지는 건설경기 침체가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