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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대주주 적격성 심사제도 유명무실...카카오·우리금융 사각지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9.05 16:06

금융기관 대주주 적격성 심사 토론회 개최
정무위 소속 의원들 “기준 및 제도 살펴봐야”

김범수 의장 유죄 확정판결 받아도
“카카오, 카뱅 대주주 자격 유지 이상무”

우리금융, 손 전 회장 사태에도
생보사 인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면제

대주주

▲'대주주 적격성 심사' 제도가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융사 대주주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고,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 제도가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CA협의체 공동의장이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시세 조종 혐의로 구속됐음에도 카카오 법인을 통해 카카오뱅크를 계속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이 대표 사례로 거론된다. 우리금융지주 역시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지만, 생보사 인수 과정에서 금융지주사법 특례제도를 통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면제받을 수 있다.



“금융당국 징계시 대주주 자격심사 유예해야"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금융기관 대주주 적격성 심사,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 조혜경 금융경제연구소 소장은 은행 및 금융회사 대주주 적격성 논란 사례로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등을 거론했다.


조혜경 소장은 “2019년 6월 카카오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관련해 '내국법인의 계열주로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주식을 소유하지 않는 자를 포함해 심사할 수 없다'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은 은행법의 대주주 규제 취지와 합치하지 않는다"며 “해당 유권해석을 따른다면 김범수 의장이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과 관련해 유죄 확정판결을 받아도 카카오가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을 유지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유죄 확정판결시 김범수 의장은 은행 대주주 부적격자가 되지만, 카카오법인을 통해 카카오뱅크를 계속 지배할 수 있어 대주주 자격심사 제도가 유명무실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만일 SM 주가조작에 동원된 자금의 출처가 카카오라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카카오도 양벌규정에 따라 처벌받아야 하고, 이 경우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의 한도초과보유 자격을 상실한다는 게 조 소장의 진단이다.


대주주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금융기관 대주주 적격성 심사,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

금융위의 대주주 적격성 판단 근거도 불투명하다. 예를 들어 2019년 5월 말 금융위는 출자능력 등 자금조달능력 측면에서 지배주주 적합성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토스뱅크의 은행업 예비인가를 불허했다. 이후 2019년 10월 토스뱅크는 예비인가를 재신청했고, 12월 중순 예비인가를 받았다. 금융위는 인가 결정에 대해 “최대주주의 혁신역량과 금융혁신에 기여하려는 의지가 강하고, 사업계획의 혁신성, 포용성, 안정성 등 모든 면에서 준비 상태가 비교적 충실해 인터넷전문은행에 기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적격 판단을 내렸다.




조 소장은 “(금융위는) 지배주주 적격성 미흡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자금조달 능력 문제가 해소됐는지 명확하게 밝혀야 함에도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며 “금융위의 재량적 판단 범위가 자의적 판단 범위로 넘어간 대표적인 사례"라고 진단했다.


그는 “은행 대주주가 법인이라면 동일인을 포함한 대주주 심사 대상 범위를 법령에 명시하고,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은 경우와 대주주 결격 사유로 기소된 경우를 사회적 신용도 심사의 세부 요건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무위 의원들도 대주주 적격심사 관심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도 대주주 적격성 심사 제도를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위원장을 지낸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우리나라는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막고자 산업자본의 금융사 지배를 제한하는 '금산분리 원칙'을 채택하고 있다"며 “이는 금융사가 국민의 재산으로 운영되는 만큼 금융사를 소유하는 대주주에게 높은 자격 요건을 부여해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최근 많은 금융사에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며 대표 사례로 우리금융지주의 동양생명, ABL생명 인수를 들었다. 우리금융은 지난주 이사회를 열고 동양생명, ABL생명을 총 1조5493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김 의원은 “우리금융지주는 (손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음에도 동양생명, ABL생명 인수를 의결했다"며 “금융사 대주주가 기관경고를 받으면 대주주 자격을 상실하지만, 우리금융은 2009년 도입된 금융지주사법 특례제도를 통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면제받는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재벌 및 기업의 편법적인 은행 지배를 막고, 국민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의 대상 범위, 결격사유 세부요건 등에 관한 법적 근거 미비 등 현행 심사제도의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며 “세부 사항에 대한 법적 근거도 보다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무위 소속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도 “금융사는 국민의 재산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만큼 이를 소유하는 대주주에게 높은 자격이 요구된다"며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단순히 개별 기업의 지배구조를 넘어 산업 전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현재 은행, 저축은행 등 금융기관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의 기준과 제도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현실에 맞춰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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